기분이 곧 태도가 되는 사람을 봤다.
그는 나와 동갑내기 회사 선배였다.
평소엔 장난도 잘 치고, 스스럼없이 말을 걸던 사람이었다.
업무를 하다 모르는 게 생기면 나는 조심스럽게 질문하곤 했는데, 정작 그는 “다 물어봐. 다 물어봐.”, “뭐 알려줄까?” 하며 먼저 말을 하고 다니던 사람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질문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무언가를 배우거나 도움을 받을 때마다 감사의 표현을 꼭 전했다.
“너무 고마워요.”, “덕분에 업무가 훨씬 편해졌어요.” 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최고라고 말할 만큼 고마움을 자주 표현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업무 때문에 질문을 하러 간 나에게 그는 “가라고요! 가라고!!” 하며 엄청 격하게 소리를 질렀다.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고, 나는 “아… 미안해요. 그냥 질문한 거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하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의 감정을 그대로 받아낸 쓰레기통이 된 기분이었다.
결국 상사에게는 후배들이 쉬는 시간에도 너무 당연하다는 듯 자기에게 질문을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던 모양이다.
나는 상사에게 불려가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설명하는 시간까지 가져야했고, 결국 쉬는시간에는 타인에게 업무에 관한 질문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전체에게 공지 할만큼 일이 커졌다.
하지만 자기에게 쏠리는 후배들의 질문이 부담스럽고 싫었고, 쉬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쉬고 싶었다면 “앞으로 쉬는 시간에는 업무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라고 차라리 단호하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오히려 나는 ‘그동안 내가 이 사람의 쉬는 시간을 방해하고 있었구나’ 하고 반성했을 것 같고, 이후에는 더 조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에게 기분이 상하는 일도 없었을 것 같다.
그렇게 나와 다른 후배들에게까지 감정을 쏟아내고서는, 쉬는 시간에도 분이 안 풀렸는지 거칠게 두드리는 키보드 소리가 회사 분위기를 뒤덮었다.
그리고 혼자서도 너무했다고 느꼈던 건지 다음 날 아침부터 세상 쿨하고 멋진 사람의 표정을 지으며, 팀 사람들과 후배들에게 “아, 이거 알려줄게요. 모르는거 물어봐.” 하며 다시 친한 척을 했다.
다른 후배들은 그 사람에게 아쉬운 게 있었는지 먼저 사과를 하고 아무렇지 않은듯 웃으며 말하던데, 나는 그 뒤로 그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잘 이야기하던 사람들까지 굳이 불러 데려가며 기어코 나를 혼자 있게 만들었다.
그 모습이 너무 유치하고도 이상했다.
결국 저 사람은 자기감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쏟아내고, 사람의 반응까지 통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더 싫어졌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었겠지만, 이제는 저런 사람에게 내 감정과 에너지를 더 쓰고 싶지 않아 그저 피했다.
…라고 말하면서도 결국 이렇게 글로 남기고 있는 걸 보면, 아직 완전히 털어낸 건 아닌가 보다.
신경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자꾸 떠올리고 있는 내가 조금은 자존심 상한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옛말이 괜히 오래 남은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