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과거 위에 새로운 시간을 엊는 동네

공간이 가지는 의미

by포트럭

스타벅스에 들어갔는데 커피보다 집이 먼저 보였습니다.

서울 장충동의 스타벅스 장충라운지R점입니다.

보통 스타벅스라고 하면 비슷한 인테리어와 테이블, 익숙한 로고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이곳은 조금 다릅니다. 1960년대에 지어진 저택을 활용해 만들어 계단과 정원, 응접실 등 기존 주택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마치 1960년대에서 2020년대로 이어지는 시간 여행을 하는 듯 합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집니다.

왜 하필 장충동에는 이런 공간이 남아 있을까요?

장충동을 조금만 걸어보면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장충단공원이 있고, 장충체육관이 있습니다. 체육관 아래쪽에는 족발골목이 이어지고, 동대입구역 앞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태극당이 있습니다. 주택을 활용한 카페도 있고, 기업의 역사를 전시하는 뮤지엄도 있습니다.

호텔과 대학, 국립극장과 공원도 이 동네 안에 함께 있습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간들이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그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장충동은 단순히 오래된 동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억에서 시작한 동네


장충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장충단을 만나게 됩니다.

1895년 을미사변 당시 순국한 궁내부 대신 이경직과 훈련대장 홍계훈 등을 기리기 위해 고종은 1900년 장충단을 세웠습니다. 장충단비도 이때 세워졌습니다.

오늘날 장충단공원을 산바카라하면 평온한 도심의 공원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시작에는 대한제국이 국가적 기억을 담아두려 했던 제단이 있었습니다.

장충동이라는 이름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습니다.

물론 장충단의 시간은 그대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제단의 기능은 사라졌고, 장충단은 공원으로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이후 이 일대에는 식민지 시기의 흔적과 해방 이후의 도시 개발이 차례로 덧씌워졌습니다.

이처럼 장충동이라는 공간은 사용되는 방식 달라지며 한 겹씩 시간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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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과거 장충단 모습 (우) 현재 장충단 공원 전경


체육관이 만든 골목


1963년 장충동에는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장충체육관입니다.

장충체육관은 1963년 2월 1일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실내체육관입니다. 농구와 배구, 권투, 프로레슬링 등 다양한 경기가 열렸고, 한국 최초의 복싱 세계챔피언 김기수의 경기도 이곳에서 열렸습니다.

image.png과거 장충체육관 모습

장충체육관은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장충동으로 끌어오는 거대한 장치였습니다.

경기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왔고, 사람들이 모이자 주변에 음식점과 상점이 생겼습니다. 체육관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관람객과 선수들로 일대가 붐볐습니다.

그 흐름 속에서 자리를 잡은 곳이 족발골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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