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지 않는 공간: 골프장이 만들어 내는 가치

공간이 가지는 의미

by포트럭

스포츠를 볼 때 우리는 보통 선수를 봅니다.

누가 골을 넣었는지, 누가 홈런을 쳤는지, 누가 마지막 슛을 성공시켰는지 말이지요.


이번에는 스포츠를 다른 각도로 보고자 합니다.

선수가 아니라, 경기가 벌어지는 공간을 보는 것입니다.

축구장이건 야구장이건, 대부분의 경기장이 관중석을 고정해 두고 정해진 경계 안에서 경기를 치르도록 설계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스포츠 경기장은 단순한 관람장이 아닙니다. 경기장의 크기와 경계, 시선의 구조가 경기와 관람의 방식을 함께 만듭니다

그런데 스포츠 공간 가운데 유난히 독특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골프장입니다.

골프장은 축구장이나 야구장보다 훨씬 넓은 땅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그 넓은 땅의 대부분을 건물로 채우지 않습니다.

잔디와 나무, 물과 경사가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공원처럼 자연을 품고 있지만 공원은 아닙니다.

다른 스포츠 경기장처럼 경기가 벌어지지만 관중은 고정된 좌석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스포츠와 달리 바람과 비, 지형과 잔디 같은 자연의 조건이 경기의 결과에 직접 개입합니다.

그래서 골프장은 흥미로운 공간입니다.

자연이면서 인공적이고, 경기장이면서 이동하는 공간이며, 부동산이면서 비워 둔 땅이고, 스포츠이면서 불확실성과 우연을 받아들이는 공간입니다.

골프장을 공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공간의 가치’에 대해서도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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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과 다르다 — 자연을 자본화한 공간


골프장에 도착하면 자연이 먼저 보입니다.

넓은 잔디와 숲이 펼쳐지고, 곳곳에 연못과 나무가 있습니다. 산의 능선과 계곡이 코스의 배경이 됩니다.

멀리서 보면 공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골프장의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아닙니다.

어디에 나무를 남기고 심을지, 어느 방향으로 조망을 열지, 연못을 어디에 배치할지, 벙커를 어느 위치에 만들지, 페어웨이의 폭과 경사를 어떻게 구성할지까지 치밀하게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즉, 골프장은 자연을 보존한 공간이라기보다 자연을 편집한 공간에 가깝습니다.


공원 역시 사람이 만든 자연입니다.

나무를 심고 산바카라로를 만들며 광장과 휴게시설을 배치합니다.

하지만 공원과 골프장의 결정적인 차이는 자연을 이용하는 목적에 있습니다.


공원은 사람들이 자연을 공유하고 휴식할 수 있도록 개방합니다.

골프장은 자연을 골프라는 특정한 경험에 맞게 설계하고 관리한 뒤, 그 경험에 가격을 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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