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抛棄)
- 한 햇살의 인생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하늘이 허락한 마음은
어떤 마음이며
어디서부터 시작이 되었소
하늘이 태어나고
내가 태어나고
하늘이 꺼져가고
네가 떠나가니
내가 이 세상에 한 빛으로 태어나
한 햇살의 마음에 품음을
어찌 포옹이라 말하려 해야 하겠소
빛으로 빚어서 태어나기까지
어느 이름 모를 한 햇살의 무게에
내 이름 석자 달아보고
하늘에 뜻을 두었으되
한사랑을 따르고
하늘의 마음을 읽었으되
한 가슴을 품었으며
하늘의 기운을 받았으되
한길에 한뜻을 지녀야 함을
왜행성에서 날아온 빛 하나에
금세 사라져 가는 마음의 등불을
밝히려 하였지만
그만 그 무게의 저울을 달수가 없음을
그 모든 것을 신의 섭리라 여기면
한쪽은 날아온 빛의 무게를
다른 한쪽은 떠나간 빛의 무게를
나는 이 둘의 무게를
신의 저울에 맡기기로 하였소이다
찬연했던 빛도 순간이었고
내가 아직 빛으로 남아있는 건
꺼져가는 한 불빛에
영혼을 담아놓아서야
그제야 깨달았소
빛은 곧 생명이었고
탄생이었다는 것을 말이오
그랬소이다
어느 한분은 빛으로
나를 밝히셨고
그리고 한 햇살의 고향으로 떠나셨으니
이제와 뒤돌아서 보니
하늘이 내게 한 햇살에 눈이 부셔
두 눈 바라보며 지끈거린다면
차라리 햇살을 거둔
구름을 미워나 하지도 말라하지 않았겠소
구름 뒤에 숨은 또 다른 마음을
더 이상 바라볼 수가 없는 게
더 낫다고 하면서 말이오
그것을 나는
하늘이 내게
포기라는 것을 가르쳐주었을 때
그때야 알았소이다
절망이란?
포기했을 때
한 햇살이 내게 떠나온다는 것을
그리고
떠나온 빛이
다시 되돌아갈 때는
다시 절망이 찾아온다는 것을
포기된 마음은 이미
한 햇살에
구름이 나를 유혹하면서
세상살이가 시작되어갔던 거라 보오
2021.12.19 치악산 성남 가는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