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렛대
- 무너지는 마음
'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내가 힘들어도 지켜봐 줄 수 있겠니
내가 지쳐가도 바라보기만 해 줄래
내가 쓰러져도 일으켜 주지 말아 줘
제발 부탁이야
그렇게 해줄 수 있길 바래
마음이 무너져 버릴 때도
다가오지 말아 줘
영혼이 잠시 내 곁을 스쳐지나도
너를 향한 마음이 더 이상 물들지 않도록
시나브로 다가오지도 말아줘
더 이상 다가오다 보면 들켜버리고
내 상심은 끝없는 해저 속으로
빠져버릴지도 몰라
아마도 나는
네 마음의 한줄기 빛에 의지한 채
살아온 내 인생이
초라해 질지도 모르잖니
언제 꺼져갈지 모를
먹구름이 다가올지도 모르니까
그 마음을
하늘의 처마 끝에 걸어줄래
그럼 간간히 빛이 오다가다
쉬어갈 터이니
내 기운이 다하면
아마도
하늘의 태양은
점정 하얗게 변해갈 거야
그리고
차가운 설원에 누워버린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
배고픈 승냥이, 하이에나, 늑대, 까마귀, 독수리에
내 따뜻한
심장의 맥반석 위에 놓인
솟구쳐 솟아오르는
뜨거운 불구덩이가 만들어질 거야
그러니
내가 손을 뻗어 내밀 때까지
먼저 손을 건네는 일은 하지 말아 줘
단지,
암묵적 네 침묵만이
그 사실을 기억하고 존재할 수 있으니까
오히려 그게
내겐 더 큰 위안이 될 거야
기다림 뒤엔
언제나 그리움이 있잖아
이게 곧
내게 큰 포부와 희망이 되어줄 거야
영원히 내 마음의 지렛대가
되어줄래
2021.3.17 동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