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 눈 위를 걷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을 기다리다
다시 눈보라에 갇혀
겨울에 태어 난 한 아이가
다시 기다리다 지쳐 쓰러져 간다
하얀 눈이 내리다 멈춘
아름답던 옛 첫 키스의
그 골목길에선
오늘처럼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맞은 그날에도
눈길 위를 우린 말없이
그냥 지나치기로 했었더구나
그래도 내리는 눈 위에
한걸음 두 걸음 내딛고
네 곁에 다가서는 마음은
이내 옷매무시 눈 들어찰라
단단히 예매 오는 마음이 되어가고
하얀 설원에
눈 위를 거닐던 마음
다가올 때 내리는 눈은
기다림의 짧음보다 앞서간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내 발자국은 지워졌다
그래서 나는
옆에 나 있는 발자국 따라 거닐다
내리는 눈은 지나온 길을 덮는 중이다
옛사랑의 첫 발자국
이제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눈보라 멈추고 햇살 드리우니
또다시
되돌아갈 망향의 그리움은
설움에 녹아내린 눈물이 되려 한다
봄이 오는 길목에
한 톨의 씨앗을 뿌리고
네한 줌의 눈물에 기대 우고
새싹이 돋아나 피어날 때면
예전에 정다웠던 시절이 어딜 갔나
옛날에 사랑했었던 마음이 어디 있었던가
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또다시
눈 위를 걷는 마음이 되어가네
2021.1.18 둔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