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 소꿉친구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도시의 미관 보다도
도시의 자동차 소리들 보다도
형형색색 인위적인 색깔 보다도
시골에서 자라
개울가 물방개 잡아
물 달리기 하던 시절이 좋아라
검정 고무신 거꾸로 접어
시냇물에 소원 띄워 보내고
개울가 옆 모래사장 흙더미 쌓아 올라
고무신에 미꾸라지 건져 올리고
흥전 골 계곡길 접어들어
돌 제쳐 가재 잡아
손가락에 물러 놓아주던
그 시절 다람쥐 여우 구멍인 줄 몰라
마냥 기다리던 그 시절에
봄이면 철쭉 따라 피고 지는
그 산길을 오르내리며
넝쿨 칡에 뱀 두르듯
칡넝쿨 감아올려
한쪽 까만 손에는 입에 빨아먹다
뱉어버린 칡즙인지
원래 까만 손이었는지
지금에 사 돌아보니
그때의 태양볕 아래 그을러
타다 말은
네 하얀 손바닥이 그립구나
여름에는 온갖
산 천하가 내 것 인양하여
깊어가는 매미소리가
더욱더 처절하지만
소낙비 피하여
잠시 머물던 원두막에
그날 참뫼 서리,
수박서리할 때가 좋았더구나
개구쟁이들 몰래 훔친
내옷아 벌거숭이 된 내 모습에
너의 천진난만한
웃는 얼굴이 그립구나
오십천 굽이 굽이 흘러서 가라
은빛 물결 타고
은어가 사는 곳으로 말이다
가을에는
찬서리 맞을 준비에 바빠
깊어가는 황금 들녘 바라보며
늘 꿈꿔왔던 시절
겨울이 오면
동지섣달 그믐에
그제야 제 갈길을 잊어
발 동동 구르고
냇가에 얼음배 띄워 노 저어 가던
그 시절에 손 발이 얼어
작은 불 피워 마음을 함께 녹이고
감자 고구마 옥시기 군밤에
화롯불 피워놓고 밤새 꽃 피웠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구나 보고 싶다
친구야
2016.4.17 영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