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열해 보니 참 많기도 하다. 1년 내내 우리 가족에게 쏠쏠하게 먹거리를 제공하기에 나는 오늘도 땅에 투자한다. 텃밭 농사를 위해 땅을 준비할 때 늘 아이들과 함께다. 어릴 땐 서로 하겠다고 난리 더니, 이젠 제법 컸다고 "텃밭 정리 좀 할까요?" 정중히 부탁해야 한다. 치사하지만 뭐, 같이 먹을 건데 이 정도 예의면 최고 엄마 아닌가.
남편은 땅을 파거나, 무거운 것을 옮기는 역할을 하고, 큰아이와 나는 비닐을 씌운다. 둘째 아이는 모종을 비닐 위에 가지런히 놓는다. 그러다가 비닐 씌우는 일이 재밌어 보이면 자기도 해 보겠다고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비닐을 씌우기도 하고, 배추 심는 게 재밌어 보이면 배추를 심겠다고 어느새 달려와 모종삽을 들고 애쓴다.
배추 간격은 배춧잎이 손을 뻗더라도 바람길 잘 들도록 사이를 두고 심어야 한다.
이랑에 비닐 씌우고, 배추를 심는다.
가을에 수확할 농작물을 기대하며 온 가족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텃밭 이랑에 잡초도 뽑고, 퇴비도 주고, 비닐도 씌우고 훌쩍 자란 고추와 가지, 토마토는 열매를 잘 맺으라고 가지를 깨끗하게 전지해 준다. 이제 막 싱싱하게 올라온 쪽파는 더 굵게 자라도록 흙을 돋우어 준다.
나는 쪽파!
처음 텃밭을 가꿀 때는 땅에 투자해야 함의 진리를 몰랐다. 그저 퇴비를 듬성듬성 뿌려주고 모종을 심으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열매가 작았다. 해를 거듭하며 이 방법 저 방법 여러 가지로 실험해 보니, 잘 자란 농작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땅을 잘 가꿔야 한다.
우리 부부는 텃밭을 가꿀 때 대단한 수확을 바라지는 않는다. 농약 한번 덜 뿌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사용하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얼마나 애정을 갖고 가꾸는지에 따라 열매는 보상하듯 달라짐을 깨달았다. 그 조건엔 영양을 위해 음식물과 퇴비를 잘 섞어 이랑을 두둑이 만들고 모종을 심어야 한다. 퇴비가 충분하면 굳이 화학비료를 주지 않아도 튼실한 채소를 얻을 수 있다.
옛말에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 말이 실감 난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은 명언 중 명언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에 걸맞은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비록 작은 텃밭일지라도 땅에 투자하지 않으면 땅의 솔직함에 놀라 실망하는 날이 온다.
아직은 한낮 온도가 30도를 웃돌아 덥지만, 손에 쥔 호미를 놓을 수 없다. 물장구친 김에 가재 잡는다고 무더위에 미뤄두었던 것까지 텃밭 정리를 끝냈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그 느낌은 우리들의 수고를 알아준다는 무언의 칭찬인가. 지금 배추 모종을 심지 않으면 속 노랗게 잘 자란 가을배추를 얻을 수 없다. 당근도 진한 주황빛의 달고 맛있는 당근을 얻을 수 없다.
나는 당근!
나는 좋은 열매를 위해 땅에 시간과 퇴비와 땀의 수고를 투자하며 언제나 생각한다.
'심지 않으면 거둘 수 없다고...'
마찬가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월급을 받을 수 없고, 투자하지 않으면 이익을 낼 수 없다. 아마도 이것은 사람이 게으르지 말라고 신이 준 진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