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영화 <호프>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까

by레빗구미


영화 <호프>를 보고 나오면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생긴다.

좋았다는 사람과 별로였다는 사람이 아주 선명하게 나뉜다.

보통 큰 블록버스터는 평가가 조금씩 갈릴 뿐인데, <호프>는 이상하리만큼 "정말 좋았다"와 "기대 이하였다"가 동시에 나온다.


나 역시 영화를 재미있게 본 쪽이다.

그래서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마 이 영화는 관객이 무엇을 기대하고 들어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에 정보를 거의 찾아보지 않았다.

예고편도 많이 보지 않았고, 줄거리도 자세히 읽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아주 좋았다.


<호프>는 최대한 아무 정보 없이 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는 영화다.

이 작품은 이야기보다 상황을 따라가는 영화에 가깝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따라갈수록 긴장감이 훨씬 커진다.

영화는 의외로 조용하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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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들판.

평화로운 풍경.

그리고 조금씩 이상한 기운이 스며든다.

이 초반의 서스펜스가 상당히 좋았다.

영화는 급하게 달리지 않는다.

천천히 긴장을 쌓는다.


그러다가 읍내에서 첫 번째 대규모 추격이 시작되는 순간,

그동안 쌓아두었던 긴장이 한꺼번에 폭발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좋았다.

이후에도 숲에서 이어지는 두 번째 추격,

굽이치는 도로 위에서 펼쳐지는 세 번째 추격까지.

세 개의 추격 시퀀스가 서로 다른 공간과 리듬으로 이어지면서 관객을 계속 몰아붙인다.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이 리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촬영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요즘 액션 영화는 CG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호프>는 배우와 카메라가 실제 공간을 뛰어다니는 느낌이 강하다.

숲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이나,

좁은 공간을 가로지르는 추격 장면은 극장에서 봐야 가치가 느껴질 정도다.


"저걸 어떻게 찍었지?"

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요즘 보기 드문 물리적인 액션의 쾌감이 있다.


CG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런데 나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로웠던 건 감독의 선택이다.

이 영화의 중요한 장면 대부분은 대낮에 벌어진다.

CG에 자신이 없었다면 밤으로 숨기는 편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정면으로 낮을 선택했다.

물론 아주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영화의 몰입을 깨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자연광 아래에서 펼쳐지는 액션 덕분에 공간감이 훨씬 살아난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건 외계인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외계인을 완전히 다른 존재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영화가 인간과 외계인을 거울처럼 배치했다고 느꼈다.

아이를 잃고 슬퍼하는 감정.

사냥감을 유인해서 포위하는 방식.

가족을 지키려는 본능.

이런 모습들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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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는

"누가 괴물인가."

라는 질문보다,

"정말 우리는 그렇게 다른 존재인가."

를 묻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지점이 의외로 오래 남았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정호연 배우는 첫 등장 자체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를 바꾸는 힘이 있다.

다만 대사의 발성과 톤은 아직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장면 자체는 멋있는데,

몇몇 대사는 귀에 조금 걸렸다.


반대로 액션에서는 존재감이 상당했다.

또 하나 호불호가 갈릴 부분은 결말이다.

영화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외계인의 서사도 마지막에 짧게 등장할 뿐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충분히 추측할 수 있지만,

친절하게 정리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갑자기 끝난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동시에

"다음 이야기를 위한 선택이구나."

라는 느낌도 강했다.


문제는 후속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이다.(안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호프>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영화는 아니다.

완벽한 설명을 원하는 사람,

모든 떡밥이 회수되기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답답할 수도 있다.

반대로 긴 추격 시퀀스와 현장감 있는 액션,

그리고 영화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즐기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후자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드레날린이 계속 올라가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를 만났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흥행했으면 좋겠다.

단순히 재미있게 봤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세계관이 여기서 끝나기에는 조금 아깝다.

후속편이 나온다면,

이번 영화가 남겨둔 질문들이 어떻게 이어질지 꼭 확인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