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의료봉사를 하다

대한의료관광진흥협회와 함께한 몽골 4박 5일

by김예림

매년 의료봉사에 참여하며 근황을 전해 주었던 고마운 지인이 있다. 내가 40대를 시작하며 의대진학을 결정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분이기도 하다.


수원 덕산병원에서 응급의학과 과장으로 계시는 하일우선생님을 4년 전에 알게 됐다. 한의학 하는 선생님들은 필수적으로 배운다는 음양오행의 원리가 궁금해 신청한 독서모임에서 마주쳤는데, 실은 음양오행의 원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독서모임을 계기로 "도 닦는 의사"를 알게 된 것이 내겐 참 신묘한 프랙털이겠다. 그 이후 하 선생님과는 같이 운동을 하며 건강한 습관을 만들기도 하고,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에서 리더십을 배우며 동문수학했다. 우주변화의 원리에 도통한 그가 삶에 두루 선용하고 있는 지식들을 배우면서 세상을 사는 눈이 넓어졌다.


하 선생님이 그간 몸담고 계셨던 대한의료관광진흥협회는 키르기스스탄, 베트남, 라오스 등지를 거쳐 이번 의료봉사의 목적지를 몽골로 정했다고 했다. 기간을 물으니 방학중이라, 아쉽게도 나는 한국에서 머물 기간이라고 했더니 만일 내가 출국한다면 합류하여 의료실습의 기회를 도모해 볼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주었다. 나로서는 감사한 기회인데, 합류하는 것이 두루 윈윈일지 괜한 민폐일지 몰라서 그저 때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이틀간 진료 현장에서 봉사해 줄 한국어-몽골어 통역 가능한 사람 5명 정도, 섭외해 줄 수 있을까?"


몽골에서 만난 인맥을 수소문해 통역을 알아보다 보니, 동기들 중에 한국어를 알아듣는 의대생이 있고, 유학 첫 해 한국어교실에서 한글을 가르치며 맺은 학생 인연이 하나 둘 떠오른다. 어떤 경험이든 쓸데없는 배움이 없고, 의미 없는 경험이 없다. 통역을 구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의료봉사팀 합류로 이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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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마주한 봉사단 선생님들은 모두 친절하셨다. 어쩌다 몽골국립의대까지 가서 의학을 공부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시고 응원해 주셨다.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해 바이라 가이드님에게 인사를 하고 대형 버스에 올라탔다. 다 함께 점심을 먹고, 대암 이태준열사 기념관과 자이승 전망대를 둘러봤다. 독립운동가이자 몽골의 마지막 왕의 주치의, 몽골 전역에 번진 전염병을 치유한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다는 이태준 열사의 일대기를 둘러보고 나니, 몇 번 찾아왔던 곳이었지만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2년 전, 몽골국립의대 진학을 결정하고 처음으로 방문한 곳도 여기였다. 전생에 독립운동가로 헌신하셨다는 하일우 선생님과 함께 곳곳을 둘러보다 보니, 북방을 누비며 독립운동에 헌신하던 이태준 선생의 헌신이 다시금 절절히 가슴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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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승에서는 우연히 살롱밀레를 운영하며 1여 년을 예술과 미술에 대한 독서모임으로 함께했던 정완복선생님을 만났다. 정완복선생님은 내가 몽골에 올 때에도 응원을 아끼지 않고, 아는 몽골인 지인까지 소개해 주며 방학 때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소회를 푸는 귀인이다. 한국도 아닌 타국에서, 절묘한 시간과 공간의 일치로 마주친 인연에 얼마나 놀라고 반가웠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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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승 전승 기념탑에서 바라본 하늘에는 신령하게도 봉황이 떴다. 탑으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수채화 물감으로 작은 도화지에 슥슥 그림을 그리던 예술가의 그림을 심취해 보다, 내 오라 색과 맞는 그림을 샀다. 몽골에서는 하늘을 "텡기르"라 부르는데, 몽골에서 말하는 하늘색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늘색과는 달리 아주 진한 파란색이다. 구름이 시시각각 변하며 얘기를 해 주는 듯, 저 멀리에 달리는 말 한 마리 구름이 떴다가, 전망대를 내려가니 흩어졌다. 4박 5일 동안 무사히 우리를 지켜줄 수호신이 출격한 것처럼.


몽골식 샤부샤부로 저녁을 먹었다. 몽골인의 대부분은 샤머니즘, 티베트 불교를 믿는다. 그래선지 식당 한가운데에 커다란 불상이 자리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 후 첫날은 내일 진료봉사를 위해 일찍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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