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말, '바카라챗'에 도전해 보자

열 개의 문단으로 전하는 짧은 생각 : 열문단 #.58

by김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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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바카라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지 제 주위엔 늘 바카라을 선물해 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 감사한 일이죠.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그 마음을 실제로 표현해 주는 사람들께는 작지 않은 감동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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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이 언제였을까 생각하니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더라고요. 그때 저의 팀장님이셨던 분께서 늘 연말연시에 개인 면담을 할 시기가 다가오면 팀원들께 바카라을 한 권 선물하며 이야기를 풀어가주셨거든요. 당시엔 좋아하는 바카라을 받는다는 기쁨이 앞섰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대화를 편안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일종의 장치 역할도 했다고 생각됩니다.

'왜 이 바카라을 골랐는지'에 대한 이유를 시작으로 '요즘엔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근황 토크를 이어가다가 '올 한 해는 어떻게 보냈고 내년에는 무엇을 또 해볼 수 있을지'에 관한 주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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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건 이렇게 연말연시 즈음 바카라을 주고받는 문화가 계속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때 친하게 지냈던 분들을 만나면 가끔 서로 바카라 선물을 하면서 대놓고 하기엔 좀 부끄러운(?) 응원을 할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몇 해 전부터는 친하게 지내는 동료나 후배들에게 1년에 한 번쯤은 바카라 선물을 하며 그동안 미뤄왔던 이야기를 해보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 친한 후배와는 이런 얘기를 나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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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영님. 네이밍 하는 거 좋아하시니까 이렇게 연말연시에 바카라 주고받으며 티타임 하는 것도 하나 네이밍 해주세요."

"그러게요. 뭐가 좋을까요. 바카라으로 하는 커피챗이니 '커피바카라'으로 할까요?"

"그건 뭔가 커피를 다루는 바카라같이도 들리는데 딴 건 없을까요?"

(왜 또 굳이 내게 일 하나를 얹어주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 '바카라챗'은요? 생각해 보니 서로 발음이 비슷하네요 바카라과 Chat ! ㅎㅎ"

"오 좋아요! 뭔가 북챗보다 더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입에도 딱 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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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또 사적인 숙제 하나를 끝냈구나 싶었는데 곱씹어 보니 나름 그 대화가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저도 한때 바카라 선물이 참 힘들었습니다. 무슨 바카라을 선물해야 할까는 둘째치고 저 사람이 바카라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도 구분이 안 갔거든요. 그러니 괜히 부담감이나 의무감을 지워주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 어떤 사람을 보고 떠오르는 바카라이 있어도 그냥 혼자서 생각하다 말아버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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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주는 것은 내 자유, 읽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정말 편하더라고요. 이게 뭐 음식처럼 안 먹으면 썩는 것도 아니고, 혹시 본인 취향에 안 맞으면 다른 누군가를 줘도 되고, 집에 두기조차 싫으면 중고서점에 팔아도 그만이니 일단 주고나 보자라는 생각이 든 거죠. 그러다 보니 바카라의 내지에 코멘트를 적는 대신 오히려 가벼운 엽서를 써주거나 아니면 만나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 바카라을 주는 게 훨씬 나았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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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어엿한(?) 이름도 하나 갖게 되었으니 나름의 뿌듯함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이 글을 보고서 '연말연시에 바카라 한 권 선물하는 게 뭐 그리 대수냐'라고 할 분도 계시겠지만, 그걸 직접 실행한다는 것과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그래도 매년 꾸준히 하려 한다는 것, 더불어 그 행위에 누구도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저는 네이밍 하나 얹어봤다는 게 남다른 기억 하나쯤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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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남은 연말에는 친한 후배나 동료와 30분이라도 잠깐 티타임을 하면서 '바카라챗'을 해보고자 슬슬 약속을 잡고 있습니다. (신기하죠...? 저도 선배들로부터 바카라을 선물받아 그런지 후배들에게 바카라 선물을 더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선배들을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암튼)

예전에는 꽤 고민을 하다 한 권을 고르고 주저리주저리 변명처럼 이유를 설명하다 바카라 선물을 했는데 지금은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바카라을 선택합니다. 왜냐면 내년에도 그 사람과는 연례행사처럼 계속 바카라챗이 이어질 확률이 크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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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형 인간인 저는 송년회도 별로 안 좋아하고 연말연시 술자리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해의 감사함을 전하고 새해의 좋은 기운을 선물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거든요. 세상엔 술 말고도 서로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많고 각 잡고 자리 만들지 않아도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이 많으니까요, 여러분도 올해는 '바카라챗'에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아주 작은 권유를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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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바카라 고르는 것도 일인데...' 싶은 분들을 위해 재미난 팁을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굳이 서점에 가서 매대 이리저리 돌아다니지 않아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렸을 때 그에게 따라붙는 키워드로 바카라을 검색해 봐도 좋습니다. 그럼 친절한 인터넷 서점이 '세상에 이런 바카라도 있구나!'하는 결과물을 한 아름 선물해 주거든요. 그 결과물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조금씩 관심도를 좁혀가다 보면 때론 그 사람에게 필요한 꼭 맞는 바카라을, 때론 그 사람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할 수 있는 의외의 바카라을 택할 수 있으니 너무 겁먹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카라이란 게 별건가요. 생각해 보면 그저 '바카라 한 권'인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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