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설 때 공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한낮에는 여전히 여름이 남아 있지만, 이른 아침과 해가 지고 난 뒤에는 바람에 제법 선선한 기운이 섞입니다. 반팔 티셔츠 한 장으로 하루를 보내던 계절이 서서히 끝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벌써 가을 재킷을 꺼내 입기에는 조금 이릅니다. 블루종이나 코튼 재킷은 낮이면 답답하고, 긴 팔 니트는 아직 계절을 너무 앞서가는 느낌이죠. 매년 이맘때가 되면 그래서 옷 입기가 애매해집니다.
바로 이런 짧은 시기에 생각나는 옷이 린넨 초어 재킷입니다. 재킷이라고 하기에는 가볍고, 셔츠라고 하기에는 제법 형태가 있습니다. 아침에는 입고 나갔다가 더워지면 벗어서 들고 다니고, 저녁 바람이 차가워지면 다시 꺼내 걸칩니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꽤 영리하게 움직이는 옷, 린넨 초어 재킷입니다.
카디건처럼 가지고 다니는 가볍고 편한 재킷
초어 재킷의 가장 큰 매력은 어렵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테일러드 재킷처럼 어깨와 라펠을 반듯하게 정리할 필요도 없고, 블루종처럼 스타일을 강하게 결정하지도 않습니다. 본래 실용적인 작업복에서 출발한 옷답게 형태가 단순하고 주머니가 큼직하며, 셔츠처럼 앞 단추를 열고 닫는 디자인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초어 재킷을 ‘재킷의 모습을 한 카디건’처럼 생각하면 좋습니다.
아침에는 반팔 티셔츠 위에 걸치고, 지하철이나 차 안에서는 벗습니다. 낮에는 접어서 가방 위에 올려놓거나 손에 들고 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입습니다. 잘 만들어진 린넨 초어 재킷이라면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주름마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린넨이 가진 자연스러운 구김과 표면감은 지나치게 반듯하게 관리했을 때보다 편안하게 입었을 때 더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같은 계절에는 옷 한 벌을 더 입는다는 부담이 적습니다. 셔츠와 팬츠 위에 갖춰 입는 재킷이 아니라, 티셔츠 위에 정말 ‘툭’ 걸치는 옷입니다. 반팔 티셔츠에 데님 팬츠를 입고 브라운 린넨 초어 재킷 하나만 더해도 좋습니다. 네이비 초어 재킷이라면 아이보리 팬츠나 베이지 치노를 함께 입어도 어렵지 않습니다. 여름 내내 입었던 옷은 그대로인데 재킷 한 장이 더해지는 것만으로 옷차림의 계절이 조금 앞으로 움직입니다.
지금 입을 수 있는 소재의 유연함
같은 초어 재킷이라도 지금은 코튼보다 린넨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린넨 소재의 가벼움과 자연스러운 조직감 덕분에 반팔 티셔츠 위에 입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여름옷의 가벼움과 가을옷의 형태를 동시에 가지고 있죠. 이 가운데 있는 계절의 중간 지점은 간절기 시기에 장점이 됩니다. 8월의 끝과 9월의 초입은 완벽하게 가을답게 입기에는 아직 덥고, 그렇다고 한여름처럼 입기에는 아침저녁의 공기가 조금 아쉽습니다. 린넨 초어 재킷은 어느 한쪽 계절에 완전히 속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계절이 바뀌는 몇 주 동안 유난히 멋있습니다.
블랙보다 브라운과 네이비가 조금 더 재밌습니다.
언제나 옳은 컬러, 블랙은 쉬운 선택입니다. 흰 티셔츠와 블랙 팬츠를 함께 입으면 실패할 가능성도 적습니다. 하지만 이 짧은 계절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면 브라운과 네이비를 권하고 싶습니다.
브라운 컬러는 여름의 흰색 티셔츠와 밝은 팬츠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가을의 베이지, 카키 면팬츠 그리고 블루 데님 팬츠와도 쉽게 스타일링이 됩니다. 초콜릿에 가까운 짙은 브라운도 좋고, 빛을 받았을 때 원단의 조직이 드러나는 조금 옅은 브라운도 좋습니다.
차분한 걸 원한다면 네이비가 좋습니다. 블랙만큼 무겁지 않으면서 옷차림을 안정적으로 정리해 줍니다. 흰 티셔츠, 워싱 데님, 그레이 팬츠처럼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평범한 옷과도 쉽게 어울립니다. 특히 린넨 특유의 표면 위에 올라간 네이비는 매끈한 울 재킷의 네이비와는 전혀 다른, 조금 더 편안하고 캐주얼한 표정을 보여줍니다.
린넨 초어 재킷을 입을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더우면 재킷 자체가 필요 없고, 조금만 더 추워지면 린넨보다 밀도 있는 코튼이나 울 재킷을 입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넨 초어 재킷이 가진 매력은 쉽게 툭 걸쳐 입을 수 있으면서 들고 다니면서 생길 구김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편안한 캐주얼이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가을, 먼저 멋진 아이템으로 스타일을 완성하고 싶다면 린넨 초어 재킷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