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스토리
05시부터 비가 온다던데 러닝 하러 갈까 말까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일단 가보기로 한다.
도착하니 바로 비다.
비가 오니 다른 회원들은 오지 않았다. 훈련부장님과 둘이서 워밍업 러닝을 하고 스트레칭을 한 후 스타트~
더운 여름날 아침 러닝을 해서인지 비 오는 날이 싫지만은 않다. 오히려 숨쉬기가 더 낫다.
이번 주나 다음 주말 11월 1일 jtbc 풀코스 마라톤 대비 30km를 계획 중인데 오늘 컨디션이 좋으면 도전한다. 에너지젤은 1개 챙겼는데 훈련부장님은 하나 더 주시면서 장거리를 하라고 제안한다. 자신과 타협하지 말라면서. 그래야 대회 때에도 그렇게 뛸 수 있다고. 서브 3 마인드는 다르구나.
13km를 달릴 때까지 몸이 가볍고 컨디션이 좋아서 30km 가보자고 마음먹는다. 마라톤 클럽 회원분들이 몇 분 더 오셨는데 30km 뛸 거라고 말을 뱉는다. 지키려고 말로 다짐하는 거다. 약해질까 봐.
20km까지는 괜찮았는데 슬슬 힘에 부치고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른다. 5km마다 물을 마시는데 2km만 뛰어도 자꾸 목마르다는 건 지쳤다는 거다. 평상시에 하루 2리터를 마셔뒀기 때문에 이 정도다. 예전에는 하루 1리터도 안 마셨다.
비를 쫄딱 맞아도 왜 이리 좋은지. 컨디션은 좋다. 정강이도 최근에 하프만 뛰어도 아팠는데 이틀 쉬어서 그런지 양호다. 아픈 곳이 없는 것만으로도 장거리 러닝 하기에 맞춤인 몸 상태다.
다른 클럽 러너들이 20여 명 떼를 지어 달리는데 아주 부럽다. 살짝 뒤에 붙어서 달린다. 6분 30초~40초 페이스다. 여러 명이 같이 뛰니 아주 기분이 남다르다. 특히 폭우가 쏟아져도 꼼짝하지 않는다.
척척척척
싸아아아
빗소리, 발소리만 들린다.
러너들이 오히려 서로에게 "멋지다"라고 소리까지 지른다. 펄쩍펄쩍 뛰어도 보고 두 팔 벌려 뛰기도 했다.
가랑비는 땀을 식혀줄 정도로 딱 좋지만 이날은 가랑비 오다가 소나기처럼 쏟아졌다가 그쳤다가 오다 말다 했다.
오히려 비를 맞으면 자유로움을 느낀다.
비가 내리는데 개의치 않고 달린다. 이런 날씨가 장거리 하기에 참 좋은 날씨다. 더운 날 30도를 뛰어 본 사람만이 안다. 마라톤 대회는 비가 와도 진행된다. 첫 풀코스 뛰는 회원이 마라톤 대회는 비 오면 취소되냐고 물어서 모두 웃었다. 태풍같이 위험한 날씨 빼고는 비가 와서 취소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비 오는 날도 훈련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여름엔 비를 맞아도 춥지 않으니 얼마나 뛰기 좋은가
마지막 4km는 참 힘들었는데 훈련부장님이 같이 뛰어줬다. 혼자라면 걸었을 텐데 같이 뛰면 또 뛰게 된다. 같이 뛰는 이유다. 나도 기회가 있을 때 다른 러너를 위해 같이 뛰기도 한다. 혼자 뛰는 것 같지만 서로 도움받는 러닝이다. 광명마라톤 클럽 회원들이 몇 분 더 오셔서 사진까지 찍어주시고 응원해 주니 감사하다.
다음에는 32km, 35km 장거리를 뛴 후 풀코스 대회에 참가하려고 한다. 부담이 되지만 또 해내리라 믿는다. 8회 풀코스 완주할 때까지 항상 그래왔다. 그럼에도 항상 30km 이상은 몸 상태도 살펴야 하고 날씨도 잘 선택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실패해도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실패란 없다. 경험과 자산과 체력만이 남을 뿐이다.
지난주 이틀이나 아침에 러닝 갔다가 습도 80~90%에 5km 도 못 뛰고 귀가했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30km 완주했으리라 생각한다.
카페에 앉아서 오늘 러닝 했던 순간을 작은 종이에 그려보니 기분이 남다르다. 매 km마다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떠오르고 해내서 뿌듯하고 감사하다. 많은 분들 덕분에 가능한 훈련이었다.
완주 후 맨발로 젖은 잔디를 밟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러너들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워지는 대회 날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시험이 아니라, 치유다. 도전이 아니라 보상이며, 질문이 아니라 대답이다.
-조지 쉬언, 달리기와 존재하기 120p
다음은 32km 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