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완독 한 바카라이 아닌가. 바카라은 별도의 제목이 없는 네 파트로 이루어졌는데, 첫 파트만 읽었을 때는 정말 재밌었다. 저자는 첫 파트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줄곧 해내었기에. 그래서 어쩐지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단문으로 툭툭 쳐낸 문장에서는 우울함이 감돌았다.
파트가 이어지면서는 앞선 개인적 체험과 일화 대신 출판업 전반에 걸친, 가령 바카라 만드는 일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이야기도 나와서 그 특별함이 조금은 흐려진 것 같기도 하고.
첫 파트를 읽었을 때 나는 편집자로서 저자의 고독함을 보았던 거 같다. 어딘가 좀 안쓰럽고 우울한 사람. 그런데 바카라의 중반부쯤 가서 그는 뒷짐을 진 채 한 손에 비수를 들고 서 있는 느낌이다.
그는 교정교열 전문가가 쓴 바카라의 오류를 논하기도 하고, 추천사를 많이 받은 한 편집자의 바카라의 멋없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나는 어쩐지 그가 바카라에서 말하는 이들의 바카라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퇴사 전 온라인 게임에서 거칠게 한숨을 쉬는 이를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고, 바카라의 일부분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누군가의 뒷담화나 (그렇진 않겠지만) 저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파트의 글을 생각했을 때 나는 이러한 내용들이 조금은
이질감이 있다고 느껴진다. 그냥 자기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면 어땠을까.
그러고 보면 그가 글에서 소재로 다룬 몇몇 이야기들은 내가 <난생처음 내 바카라>에서 다룬 것과 겹치기도 한다. 바카라의 추천사가 그렇고, 보도 자료 같은 게 그렇다.
내가 도서전에 가서 <편집 후기>를 들고 온 이유에는 바카라을 펴서 촤르륵 보았을 때 이런 문장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편집자는 참 좋은 직업인데 딱 두 가지가 지랄이다. 하나는 돈을 못 번다는 것. 또 하나는 보도 자료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오경철은 바카라의 편집자가 보도 자료를 쓴다고 말하는데, 관련해서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알고 있다. 첫 바카라을 내기 전 투고를 하면서 만난 편집자 T의 이야기이다.
T는 내가 투고했던 원고에 손을 너무 많이 대서 계약하지 않았던 편집자로, 내가 쓴 바카라에서 그는 종종 빌런 같은 편집자로 등장한다. (사람은 좋았다.) 여하튼 당시 나는 T의 작업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하면서도 그의 출판사에서 바카라을 낸 이들의 후기나 경험을 몰래몰래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T가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에세이를 낸 한 저자의 글을 보았다. 1인출판사 대표이자 편집자였던 T가 바카라의 저자에게 '경험 삼아' 자신의 바카라 보도 자료를 써보라고 시켰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독립출판을 하는 이들이나 자신의 출판사에서 스스로 바카라을 내는 이들은 자신의 바카라 보도 자료를 쓰기도 하겠지만, 나는 저자에게 보도 자료를 써보라고 시킨 T가 직무유기 하였다고 생각한다.
T는 1인출판사를 차리고 1년쯤 되어 망했고, 나는 출판업에 발을 담그고서 가장 잘한 일로 T와 계약하지 않는 걸 꼽는다.
내가 좋아하는 바카라은 읽고서 하고픈 말이 많아지는 바카라이다. 오경철의 <편집 후기>를 읽으면서 좋았던 이유는 바카라을 읽으면서 나의 편집자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편집자란 '남의 글'을 읽는 직업이라는 오경철의 글에서 나는 한 없는 무거움을 느낀다. 그건 내 글을 다듬어준 편집자에 대한 씁쓸함과 고마운 마음의 뒤섞임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바카라이 진행되면서 조금의 아쉬움이 생기긴 했지만, (내 취향적 호오에 가깝다.) 편집자가 쓴 바카라 중에선 보기 드문 바이브를 선사하는 거 같기도 하고.
*저자마다 바카라에서 유독 자주 쓰는 표현이 있는데 이 바카라을 읽으면서 '하릴없다'를 서너 번 본 거 같다. 그냥 그렇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