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가 쉽게 읽히려면 먼저 질문이 보여야 합니다.
데이터 분석 보고서나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부분은 대개 분석입니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적절한 기법을 고르고, 결과를 표와 차트로 바꿉니다.
분석이 부족해 보일까 봐 변수를 더 나누고 모델도 하나쯤 추가합니다.
그렇게 열 장, 스무 장을 채웠는데 막상 읽는 사람은 내용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거, 분석을 적게 해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왜 이 분석을 시작했는지 설명하지 않은 채,
사용한 기법과 나온 결과부터 늘어놓았기 때문입니다.
보고서 첫 장에 클러스터링, 회귀분석, A/B 테스트 같은 단어가 등장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분석한 사람에게는 익숙한 흐름입니다.
어떤 데이터를 썼고, 어떤 방법으로 계산했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읽는 사람은 다릅니다.
왜 고객을 나눴는지, 무엇을 비교하려고 회귀분석을 했는지,
이 결과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아직 모릅니다.
그런 상태에서 분석 기법부터 설명하면
각 장의 내용은 이해해도 전체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보고서가 쉽게 읽히려면 먼저 질문이 보여야 합니다.
“최근 신규 가입자는 늘었는데 첫 구매 고객은 왜 늘지 않았는가.”
“프로모션 기간의 매출 증가는 행사 이후에도 이어졌는가.”
“특정 상품군의 반품률이 높아진 원인은 상품 문제인가, 고객 구성의 변화인가.”
이 정도로 시작점이 잡히면 뒤에 나오는 분석도 이유를 갖게 됩니다.
채널별 가입자를 비교하는 이유, 첫 구매 전환율을 계산하는 이유,
상품군과 고객 집단을 다시 나누는 이유를 독자가 따라갈 수 있습니다.
현업에서 처음 받는 요청은 대체로 넓습니다.
“신규 고객을 분석해 주세요.”
“매출이 왜 줄었는지 확인해 주세요.”
“이탈 고객의 특징을 찾아주세요.”
이 말을 그대로 분석 주제로 사용하면 봐야 할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성별과 연령대를 나누고, 지역별 차이를 보고, 구매금액과 이용 빈도를 비교할 수는 있습니다.
결과도 많이 나옵니다.
다만 무엇을 설명하려고 만든 결과인지는 흐려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요청을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신규 고객 분석이라면 회사가 알고 싶은 것이 유입 채널의 효율인지,
첫 구매 전환인지, 재구매 가능성인지부터 구분합니다.
매출 감소라면 고객 수가 줄었는지, 구매 횟수가 감소했는지,
객단가가 낮아졌는지 먼저 나눠볼 수 있고요.
보고서에는 이 과정도 남겨두는 편이 좋습니다.
처음 받은 요청이 무엇이었고, 그 요청을 어떤 분석 질문으로 바꿨는지 보여주면
이후의 기준이 갑자기 등장하지 않습니다.
분석은 처음 세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습니다.
전체 매출을 봤더니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을 나눠보면
신규 고객 매출은 늘고 기존 고객 매출은 줄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기준이 하나 생깁니다.
고객 유형별로 나눠봐야겠다고 판단한 이유가 생긴 셈입니다.
신규 고객 증가가 특정 광고 채널에 집중됐다면 다음에는 채널을 봅니다.
해당 채널에서 들어온 고객이 첫 구매 할인상품만 사고 돌아오지 않았다면
프로모션 참여 여부와 재구매 기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이 흐름이 보고서에 보여야 합니다.
전체 결과를 확인했고, 그 안에서 이상한 지점을 발견했으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는 순서입니다. 그래야 독자는 분석가가 왜 갑자기 고객을 나누고, 채널을 비교하고, 재구매율을 계산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분석 기준은 미리 준비한 목차를 채우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에서 확인한 결과가 다음 질문을 만들면서 생깁니다.
분석 기법도 같은 자리에 놓아야 합니다.
회귀분석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생긴 질문을 확인하는 데 필요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프로모션에 참여한 고객의 재구매율이 낮게 나왔다고 해보겠습니다. 단순 비교만으로는 프로모션이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프로모션 고객이 원래 가격에 민감한 유입 채널에서 많이 들어왔거나, 재구매 주기가 긴 상품을 주로 샀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유입 채널과 상품군, 첫 구매금액 같은 조건을 함께 고려합니다.
이때 회귀분석이나 성향점수 매칭 같은 방법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보고서의 순서도 이렇게 가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회귀분석을 실시했다”가 먼저 나오기보다,
단순 비교만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고
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이어가는 겁니다.
기법의 이름보다 왜 그 방법이 필요했는지가 먼저 보여야 합니다.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바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더라도 실제 업무에서 활용할 만큼 큰 차이인지 따로 봐야 합니다.
데이터가 많으면 아주 작은 차이도 유의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차이가 커 보여도 표본이 적거나 일부 고객의 극단적인 구매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
프로모션 전후 기간의 길이가 다르거나 고객 구성이 달라졌다면 단순 비교 자체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이런 경우에는 결과를 숨기기보다 해석이 어려웠던 지점을 보고서에 남기는 편이 낫습니다.
어떤 조건 때문에 처음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는지, 이를 확인하려고 어떤 변수를 추가했는지, 기간이나 비교 집단을 어떻게 다시 맞췄는지 설명합니다. 보정한 뒤 결과가 달라졌다면 그 변화도 함께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답을 찾아낸 것처럼 정리하는 것보다,
결과를 의심하고 다시 확인한 과정이 분석가의 판단을 더 잘 드러냅니다.
앞의 흐름이 정리되면 해석과 실행 제안을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가 정말 "현저히" 줄어듭니다.
무엇을 알고 싶었는지 분명하고, 어떤 결과를 보고 분석 기준을 바꿨으며,
그 과정에서 다른 가능성까지 검토했다면 마지막 제안은 자연스럽게 좁혀집니다.
예를 들어 “프로모션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특정 광고 채널에서 유입된 고객이 할인상품만 구매한 뒤 이탈했고,
같은 상품군을 구매한 일반 고객보다 30일 재구매율도 낮았다는 결과가 있다면
제안도 구체적으로 달라집니다.
해당 채널의 광고비를 바로 줄일 것인지, 첫 구매 상품 구성을 바꿀 것인지,
행사 종료 후 두 번째 구매 혜택을 제공할 것인지 검토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먼저 시험하고 어떤 지표로 결과를 확인할지도 함께 적을 수 있고요.
제안이 구체적이라는 것은 문장을 단정적으로 쓴다는 뜻이 아닙니다.
앞에서 확인한 결과와 실제로 바꿀 수 있는 행동 사이의 거리가 짧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잘 읽히는 분석 보고서는 결과를 보기 좋게 정리한 문서만은 아닙니다.
무엇이 궁금해서 시작했는지, 첫 결과를 보고 왜 다음 기준을 세웠는지,
어떤 부분에서 기존 해석을 의심했는지가 드러납니다. 읽는 사람도 같은 순서로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나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분석 기법부터 목차에 넣고 있다면 잠시 순서를 바꿔보세요.
먼저 한 문장으로 적어봅니다.
“이 분석은 무엇을 알아보기 위한 것인가.”
그다음에는 시작할 때 무엇을 확인했고, 어떤 결과 때문에 분석 방향이 달라졌으며,
새로 생긴 질문을 검증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이어가면 됩니다.
기법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만큼 등장합니다.
그러면 열 장의 보고서도 하나의 이야기로 읽힙니다.
분석 결과를 많이 담아서가 아니라,
처음 던진 질문이 마지막 판단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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