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
데이터 분석 보고서나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부분은 대개, 분석 결과를 정리하는 일입니다. 차트를 보기 좋게 다듬고, 사용한 분석 기법을 설명합니다. 클러스터링 결과와 회귀분석 표도 넣고, 마지막에는 인사이트와 실행 제안을 붙입니다.
그런데, 분석한 내용은 많은데 이상하게 잘 읽히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분석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분석 기법에서 시작한 이야기를 순서대로 늘어놓았기 때문입니다.
독자는 분석가가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보다 먼저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 왜 이 분석을 하고 있는가.
이 분석을 통해 무엇을 확인하려는가.
그 질문을 납득하지 못하면 뒤에 나오는 차트와 분석 결과도 서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보고서가 10장이든 100장이든 마찬가지죠.
분석 과정을 그대로 목차로 옮기면 이런 구성이 자주 나옵니다.
① 데이터 전처리
② 탐색적 데이터 분석
③ 상관분석
④ 클러스터링
⑤ 회귀분석
⑥ 인사이트와 실행 제안
분석가에게는 익숙한 순서입니다. 어떤 작업을 했는지도 빠짐없이 보여줍니다.
하지만 보고서를 처음 읽는 사람은 각 분석이 왜 등장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아마 직접 쓴 보고라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걸 왜 분석한거지? 알기 어려울걸요..)
매출 감소를 확인하기 위해 상관분석을 한 것인지,
고객을 나누기 위해 클러스터링을 한 것인지,
예측이 필요해 회귀분석을 사용한 것인지 목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법은 나열돼 있지만 질문이 이어지지 않는 겁니다.
클러스터링 결과로 고객을 네 집단으로 나눴는데 왜 고객을 나눠야 했는지 설명이 없습니다.
회귀계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왔지만,
그 결과가 앞에서 발견한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잘 보이지 않고요.
이 상태에서 마지막 장에 인사이트와 실행 제안을 붙이면 앞의 분석과 따로 노는 문장이 나오기 쉽습니다. 실컷 분석해 놓고 막상 실행 제안을 할 때는 지극히 평범해 지는 것이죠.
“고객별 맞춤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관리해야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떤 결과를 근거로 누구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보고서의 시작에는 분석 기법이 아니라 확인하려는 문제가 있어야 합니다.
“고객 데이터를 클러스터링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기보다 다음처럼 출발하는 편이 낫습니다.
“최근 신규 가입자는 늘었지만 첫 구매 전환율은 낮아졌습니다. 신규 고객 증가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지 않은 원인을 확인하고, 유입 채널과 첫 구매 혜택을 어떻게 조정할지 판단하려고 합니다.”
무엇을 분석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결정하려는지가 먼저 나옵니다.
이 문장이 있으면 뒤에서 확인해야 할 데이터도 자연스럽게 정해집니다.
신규 가입이 언제부터 늘었는지 봐야 합니다.
어느 유입 채널에서 증가했는지도 확인해야 하고요.
채널별 첫 구매 전환율과 첫 구매금액, 할인 사용률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첫 구매 이후 재구매로 이어졌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분석 목적이 분명하면 독자는 각 결과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목적이 넓으면 분석도 옆으로 퍼집니다.
“신규 고객을 분석한다”는 목적만으로는 연령과 지역, 성별, 상품, 요일을 끝없이 나누게 될 수 있습니다.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많아지지만 어느 결과가 의사결정에 필요한지는 더 흐려지고요.
“어느 유입 채널에 다음 달 광고비를 더 배분할 것인가”처럼
결정할 일을 먼저 정하면 봐야 할 지표와 비교 기준이 좁혀집니다.
분석 보고서는 완성된 결과만 보여주는 문서가 아닙니다.
처음에 어떤 질문을 던졌고, 앞의 결과를 보고 다음 질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체 매출이 감소한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이 이어갈 수 있습니다.
먼저 매출 감소가 언제 시작됐는지 확인합니다.
매출을 구매 고객 수와 고객당 구매금액으로 나눠보니 고객 수보다 구매금액의 감소가 더 컸습니다.
그래서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을 비교합니다. 신규 고객의 구매금액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기존 고객의 재구매 빈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고객을 상품군별로 나눠보니 특정 카테고리에서 감소가 집중됐습니다. 해당 상품군의 가격과 프로모션, 반품률을 추가로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분석 결과가 다음 질문을 만듭니다.
전체 매출 감소
→ 고객 수와 고객당 구매금액 비교
→ 기존 고객의 재구매 감소 확인
→ 감소가 집중된 상품군 탐색
→ 가격·프로모션·반품 변화 점검
이 흐름이 보이면 독자는 분석가가 왜 다음 데이터로 넘어갔는지 따라갈 수 있습니다.
차트를 많이 보여주지 않아도 됩니다. 앞에서 무엇을 확인했고, 그 결과 왜 다음 분석이 필요해졌는지만 분명하면 됩니다.
분석 기법은 처음부터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데이터를 보다가 기존 집계만으로 질문에 답하기 어려워진 순간에 나오면 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 고객의 재구매 감소가 특정 연령이나 지역으로 명확하게 나뉘지 않았다고 해보겠습니다.
접속 빈도와 구매 주기, 할인 사용률, 반품률이 복합적으로 달라져 어느 기준으로 고객을 나눠야 할지 애매합니다. 이때 클러스터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클러스터링을 활용해 고객을 네 집단으로 분류했다”가 아니라, “기존 고객의 재구매 감소가 어떤 행동 조합에서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접속·구매·할인·반품 특성이 비슷한 고객을 묶었다”라고 설명하는 겁니다.
기법보다 사용한 이유가 먼저 보입니다.
회귀분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기보다, “재구매 감소와 함께 움직이는 행동이 여러 개 발견돼 다른 조건을 함께 고려한 상태에서도 관계가 유지되는지 확인했다”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법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입니다.
이 순서가 바뀌면 보고서가 분석 기법을 시연한 자료처럼 보입니다. 포트폴리오에서도 지원자가 무엇을 궁금해했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보다, 배운 기법을 모두 사용했다는 인상만 남을 수 있고요.
분석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해서 바로 실행 제안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오류 발생 횟수와 결제금액 감소 사이에 유의한 관계가 나왔다고 해보겠습니다.
여기서 “오류 때문에 결제금액이 감소했다”고 쓰면 분석 결과가 보여준 범위를 넘어섭니다.
오류가 늘어난 시기와 결제가 줄어든 시점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오류를 경험하지 않은 고객의 결제도 함께 감소했는지 봐야 하고요. 특정 기기나 버전에만 문제가 있었는지, 같은 기간에 가격이나 프로모션이 바뀌지는 않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통계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것과 원인이 확인됐다는 것은 다릅니다.
분석 결과가 애매해졌다면 그 사실도 보고서에 남기는 편이 좋습니다.
“오류 경험이 많은 고객에게서 결제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지만, 업데이트와 프로모션 종료 시점이 겹쳐 오류의 독립적인 영향을 단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오류 미경험 고객을 비교집단으로 추가하고 기기·버전별 차이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문장에는 분석가가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해석의 범위를 조정한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 보여줘야 하는 것도 이런 판단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분석경로를 만들었다는 인상을 주기보다, 결과를 보고 가설을 바꾸고 비교 기준을 보완한 과정을 보여주는 편이 실제 업무에 더 가깝습니다.
해석은 마지막 장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문장이 아닙니다.
각 단계에서 확인한 사실이 쌓이면서 범위가 좁아져야 합니다.
전체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그중 기존 고객의 재구매 감소가 컸습니다.
특정 상품군을 구매한 고객에게서 감소가 집중됐습니다.
해당 상품군은 가격 변화보다 반품과 배송 지연이 함께 증가했습니다.
배송 지연은 특정 판매자와 물류센터를 거친 주문에서 두드러졌습니다.
여기까지 확인했다면 “기존 고객 관리가 필요하다”는 넓은 해석으로 끝낼 이유가 없습니다.
“특정 판매자와 물류센터를 거친 주문에서 배송 지연과 반품이 함께 증가했고, 이 상품군을 구매한 기존 고객의 재구매 감소 폭도 컸습니다”라고 쓸 수 있습니다.
무슨 일이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다만 배송 지연이 재구매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배송 경험을 개선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비교하거나 고객 문의와 만족도 데이터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는 한계도 함께 남깁니다.
이렇게 쓰면 해석이 과장되지 않으면서 다음에 해야 할 일도 보입니다.
실행 제안은 분석 결과와 같은 수준으로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분석에서 특정 판매자와 물류센터의 문제가 확인됐는데,
실행 제안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쓰면 다시 범위가 넓어집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바꾸고, 어떤 지표로 결과를 확인할지까지 연결해야 합니다.
앞의 분석이라면 다음과 같은 제안이 가능합니다.
먼저 문제가 집중된 판매자와 물류센터의 출고·배송 과정을 점검합니다. 배송 지연이 반복된 상품은 예상 도착일 안내를 조정하고, 장기 지연 주문에는 선제적으로 알림이나 보상안을 제공합니다.
이후 해당 조치를 적용한 주문과 적용하지 않은 주문의 취소율, 반품률, 고객 문의율과 30일 재구매율을 비교합니다.
분석 결과가 실행 대상을 정하고, 실행 제안이 다시 측정할 지표로 이어집니다.
이 연결이 있어야 보고서가 결과를 소개하는 문서에서 실제 의사결정을 돕는 문서로 바뀝니다.
잘 읽히는 데이터 분석 보고서는 분석한 내용을 빠짐없이 담은 보고서와 조금 다릅니다.
분석가가 어떤 순서로 작업했는지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독자가 문제를 이해하고 결과를 따라갈 수 있는 순서로 다시 구성합니다.
무엇을 알기 위한 분석인지 먼저 밝힙니다.
그 목적에 맞춰 어디서부터 데이터를 봤는지 설명합니다.
결과를 확인하면서 어떤 기준을 새로 세웠는지 보여줍니다.
집계만으로 답하기 어려워졌을 때 분석 기법을 사용한 이유를 덧붙입니다.
통계적 결과의 해석이 애매했다면 어떤 비교와 보정을 추가했는지도 남깁니다.
이 과정이 정리되면 뒤에 이어지는 해석과 실행 제안을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앞에서 확인한 결과가 자연스럽게 다음 문장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분석 기법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가 보고서의 완성도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독자가 처음 질문에서 마지막 제안까지 길을 잃지 않고 따라갈 수 있는지가 더 오래 남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하기 전에 먼저 한 문장부터 적어보세요.
“이 분석은 무엇을 알기 위한 것인가?”
이 문장에 답하지 못한 상태라면 차트와 결과를 더 붙이기보다,
분석의 출발점부터 다시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https://youtu.be/nINMLdHCPy4?si=Ia3znop1-CKRASU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