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발언
데이터 분석가가 AI에게 위협을 느끼는 이유는,
AI가 너무 뛰어나서라기보다,
지난 10여년 동안 데이터 분석이라는 직무가
너무 "기술" 중심으로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원래 데이터 분석의 본질은 숫자를 다루는 기술보다,
숫자를 통해 시장과 고객과 또 사업의 방향을 해석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지털 전환과 함께 (코딩이 중심이 되는) 빅데이터가 등장하면서
데이터 분석가의 역할이 점점 “전략적 해석자”보다는
“데이터를 빠르게 뽑고, 가공하고, 시각화하고, 리포팅하는 사람”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물론 이 변화 자체를 나쁘다고만 말 할수는 없겠죠. 시대 자체가 변한 것이니까요.
문제는 균형이 무너졌다는 데 있습니다.
예전의 데이터 분석은 이런 질문들을 달고 살았습니다.
“이 시장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소비자는 왜 이런 선택을 하는 거지?”
“우리 브랜드는 어떤 포지션을 가져야 할까?”
“우리 비즈니스는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가?”
그런데 디지털 전환 이후 많은 기업의 데이터 분석이 이런 질문으로 좁아졌습니다.
“이번 주 전환율은 왜 떨어졌는가?”
“어떤 버튼의 클릭률이 높은가?”
“어떤 광고 소재의 ROAS가 좋은가?”
“어떤 페이지에서 이탈이 발생했는가?”
물론 이런 질문도 중요합니다. 실무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죠.
그런데 이것은 대부분 전술적 최적화에 가까운 것입니다.
기업의 방향을 정하는 분석이라기보다, 이미 정해진 방향 안에서 효율을 높이는 분석이죠.
여기서 AI의 대체 가능성이 커집니다. 왜냐하면 전술적 분석은 구조화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데이터를 불러오고, 전처리하고, 집계하고, 차트를 만들고, 이상치를 찾고, 요약하고,
원인 후보를 제시하고, 학습된 결과 안에서 다음 액션을 무작위로 추천하는 일은
AI가 점점 잘하게 될 겁니다. (지금도 그렇지 않나요?)
특히 기업에 데이터 구조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고, 지표 정의가 명확하고,
반복 리포트가 많다면 AI는 단순 분석 업무의 상당 부분을 흡수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물론 데이터 구조나 정의가 잘 정리되어 있는 회사가 또 그렇게 많을까..? 생각해 보지만... ㅋ)
어쨌든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AI가 데이터 분석의 본질을 완전히 대체해서가 아니라,
기업들이 데이터 분석가에게 맡겨온 일이 애초에
상당 부분 반복적이고 전술적인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위협은 “AI vs 데이터 분석가”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을 잃은 데이터 분석 직무가 AI에 의해 기능 단위로 해체되는 문제”에 가깝습니다.
물론 당장 개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죠. 시대적 과제입니다. 무엇보다 기업 입장이 중요하죠.
다만, 데이터 분석가 스스로가 먼저 다른 관점으로 데이터를 보기 시작하고
좀 더 비즈니스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액션을 제안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끊임없이 데이터를 연구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조금씩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