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이나 통계 강의를 듣기 전에 해야 하는 일들
데이터 분석을 배우겠다고 마음먹으면 보통 파이썬 강의부터 찾습니다.
SQL이나 통계 강의를 함께 듣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 순서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비전문가가 현업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시작점이 조금 달라야 합니다.
코드를 배워도 막상 무엇을 분석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트를 만들었는데 그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강의 예제는 잘 따라 했지만 내 업무 데이터 앞에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분석 도구를 몰라서라기보다
업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데이터로 바꾸는 연습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전문가라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시작해보시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먼저 평소 회의나 보고서에서 반복해서 쓰는 문장을 적어보는 것에서 출발해 봅시다.
고객이 이탈한다.
광고 효율이 떨어졌다.
상세페이지 반응이 낮다.
앱 가입자는 늘었는데 구매는 늘지 않았다.
리뷰는 많은데 재구매율이 낮다.
이미 업무 안에는 분석할 만한 현상이 많이 있습니다.
다만 이런 문장을 데이터 분석 주제로 생각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주제를 찾으려고 하면 오히려 막막해집니다.
평소 자주 이야기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웠던 현상부터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단순히 ‘고객이 이탈한다’는 문장만으로는 아직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장을 데이터 분석 관점에서의 질문으로 바꾸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어느 단계에서 고객이 이탈하는가.
어떤 고객이 더 많이 이탈하는가.
이탈하기 전에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
이탈한 고객과 남아 있는 고객은 무엇이 다른가.
질문이 구체적으로 바뀌면 분석 방향도 달라집니다.
‘어떤 고객이 더 많이 이탈하는가’를 보려면 고객 특성별로 이탈률을 비교해야 합니다.
‘이탈 전에 어떤 행동을 보이는가’를 확인하려면 방문 횟수, 구매 간격, 장바구니 이용,
쿠폰 사용 같은 행동 기록이 필요합니다.
질문을 잘게 나누는 과정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가 조금씩 선명해집니다.
질문을 만들었다면 어떤 데이터가 있어야 답할 수 있는지 떠올려봐야 합니다.
고객 이탈을 분석한다면 다음과 같은 항목이 필요할 수 있겠죠.
user_id : 고객을 구분하는 번호
visit_date : 방문 날짜
page_view : 페이지 조회 수
click : 클릭 횟수
cart : 장바구니 이용 여부
purchase : 구매 여부
amount : 구매 금액
product_category : 구매 상품군
device : 이용 기기
channel : 유입 채널
coupon_use : 쿠폰 사용 여부
review_score : 리뷰 점수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떤 정보가 있어야 질문에 답할 수 있는지 먼저 상상해보는 과정 자체가 분석 연습이 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데이터를 요청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고객 데이터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익숙해지면 “고객별 방문일, 구매일, 구매 빈도, 평균 구매금액, 쿠폰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합니다”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항목을 정했다면 현상을 숫자로 바꿔봅니다.
전환율, 이탈률, 재방문율, 객단가, 구매 빈도, 클릭률, 체류 시간, 리뷰 작성률 같은
지표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개별 행동을 기록하지만, 지표는 여러 행동을 하나의 숫자로 요약해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방문 기록'과 '구매 기록'을 연결하면 전환율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객별 구매일을 모으면 구매 빈도와 구매 간격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방문일을 기준으로 일정 기간 다시 방문하지 않은 고객을 이탈 고객으로 정의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지표의 이름만 외우기보다
어떤 데이터로 계산되고, 무엇을 설명하며, 무엇까지는 설명하지 못하는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숫자 하나만 봐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전환율이 3%라고 해도 높은지 낮은지 알 수 없습니다.
지난달에는 몇 퍼센트였는지, 다른 채널에서는 어느 정도인지,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비교 기준은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신규 고객과 기존 고객
앱 유입과 검색 유입
쿠폰 사용자와 미사용자
구매 고객과 비구매 고객
20대와 40대
평일과 주말
첫 구매 고객과 재구매 고객
전체 평균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였는데 신규 고객의 이탈률만 크게 높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기존 고객의 구매 빈도는 낮아지고, 신규 고객 유입으로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누구와 누구를 나누어 비교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드러납니다.
계산 방법보다 비교 기준을 정하는 데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요즘은 AI가 차트를 만들고, 고객을 분류하고, 이탈과 관련된 변수까지 찾아줍니다.
분석 작업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AI가 “쿠폰 사용 고객의 재구매율이 높습니다”라고 알려줬을 때
곧바로 모든 고객에게 쿠폰을 지급할 수는 없습니다.
쿠폰 때문에 재구매한 것인지, 원래 구매 의향이 높은 고객이 쿠폰도 많이 사용한 것인지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쿠폰 비용을 제외하고도 실제 매출에 도움이 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AI가 분석 결과를 빠르게 만들어줄수록 사람은 분석의 앞과 뒤를 더 세심하게 봐야 합니다.
어떤 현상을 분석할지 정하고, 질문을 만들고, 비교 기준을 설계해야 합니다.
결과가 나온 뒤에는 그 숫자가 실제 업무 상황과 맞는지 확인하고,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합니다.
비전문가가 데이터 분석을 배운다는 것은 분석가와 똑같이 코딩하는 사람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업무에서 이상한 장면을 발견하고, 그것을 질문으로 바꾸고, 어떤 데이터와 지표로 확인할지 정하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파이썬은 그다음에 배우셔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 업무에서 자주 쓰는 문장 열 개를 먼저 적어보세요.
그중 하나를 데이터 질문으로 바꾸고, 답을 찾으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비전문가의 데이터 분석 공부는 거기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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