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향된 이야기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에는 1년에 꼭 한 달 정도는 면접에 참 많은 시간을 썼던 것 같습니다.
면접을 많이 볼 때는 실제 대화하는 시간만 따지면 4~5시간 내외지만,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력서를 읽고, 어떤 질문을 던질지 고민하고, 끝난 뒤에도 우리와 함께 갈 수 있을지 되짚어보는 시간까지 합치면 체감상 꽤 긴 여정을 보내는 기분입니다.
물론 귀한 인재를 모시는 일에 이 정도 시간은 충분히 감내해야 합니다.
사람을 잘못 뽑아 겪게 될 비용에 비하면 오히려 면접 시간은 투명하고 정직한 투자에 가깝죠.
하지만 면접이 끝나고 나면 늘 마음에 아릿한 잔상이 남습니다.
오늘은 면접관으로서 제가 가졌던 아주 사적이고 편향된,
그래서 어쩌면 더 솔직할 수도 있는 몇가지 거절 기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 글은 (그렣게 보실리 없겠지만) ‘면접의 정답’이라기보다,
‘적어도 저는 이런 경우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혹은 망설여지더라’는 고백에 가깝습니다.
이해합니다. 취업 준비라는 게 얼마나 고단한지,
수십 군데 회사에 지원하다 보면 이름조차 헷갈릴 수 있다는 걸요.
하지만 나에게 관심 없는 상대방과의 대화가 과연 즐거울까요?
(혹시 그거 다 지원자가 긴장해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지 않냐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그 정도 구분은 하게 됩니다. 제가 경험이 많아서가 아니라 누구든 그런 부위기는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의외로 내가 지원한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내가 지원한 직무나 부서가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회사라 지원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커 보여서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답변은 우리 회사가 아니어도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말이죠.
면접관은 거창한 찬양을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
최소한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이고, 내 경험과 역량이 어떻게 기여할 수있겠다”는
연결 고리를 보고 싶어 합니다.
많이 아는 것보다, 알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신입사원일 경우 그 회사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아냐! 고 하실 분들도 계실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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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이나 주니어 면접에서는 완벽한 실력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대신 저는 그 사람의 ‘관심’과 ‘깊이’를 봅니다.
“파이썬을 할 줄 압니다. SQL을 공부했습니다.” 이런 답변은 사실 오래 남지 않습니다.
면접관이 진짜 듣고 싶은 건 도구의 이름이 아니라,
그 도구로 무엇을 해봤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거든요.
결과가 작아도 괜찮습니다.
“왜 이 지표를 골랐는지”,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를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분들은 눈빛부터 다릅니다. 그 분야에 대한 애정과 에너지가 느껴지기 때문이죠.
반대로 ‘취업 자체’에만 매몰되어 직무에 대한 호기심이 보이지 않으면, 면접관은 불안해집니다.
‘이분이 들어와서 어려운 일을 만나면 금방 지치지 않을까?’ 하고요.
사실 데이터 분석 분야가 학교에서, 혹은 학원에서 멋져 보일지는 몰라도
현실에서는 "내가 이럴려고 이 분야에 들어왔나?" 싶은 괴리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순간이 되게 많거든요.
경력을 부풀리는 건 면접에서 가장 치명적입니다. 몇 마디 질문만 이어가도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거든요.
오히려 저는 “그 부분은 제가 직접 한 게 아니라 보조적인 역할이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분에게
더 큰 신뢰를 느낍니다. 아니, 신뢰라는 표현이 과장되었다면 최소한 불신이 생기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물어볼 것 같아요. 직접 하지 않았어도 이 과정에서 어떤 걸 배우고 느꼈는지를요.
역할이 보조일 수는 있습니다. 사실, 보조라고 하는 것도 적지 않은 역할이지만..
어쨌든 내가 그 분석을 직접 돌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딱 그만큼만 생각하고 행동했던 사람은
그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포트폴리오에 적을 이유가 없죠.
내가 작은 역할이었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인 생각들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보조를 해서 잘 모른다고 할 건가요? 잘 모르는 프로젝트를 왜 어필하는 거죠..?
면접에서는 ‘크게’ 보이는 것보다 ‘정확하게’ 보이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성격이 조용한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면접은 최소한 ‘나라는 사람에 대한 설명서’를 건네는 자리입니다.
단답형 답변이 이어지면 면접관은 판단할 재료가 없어 막막해집니다.
반대로 “저는 뭐든 다 할 수 있습니다”라는 과도한 자신감도 때로는 부담이 됩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피드백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거든요.
가장 건강한 자신감은 “아직 부족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해결해 본 경험이 있다”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나를 과장할 필요도, 숨길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설명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참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저는 대화의 리듬과 온도도 중요하게 봅니다.
그리고 심지어 그 사람과 대화하는 저의 기분과 감정도 중요하게 봅니다.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요. 농담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얘기할 때 무조건 웃어줘야 한다는 꼰대 마음도 절대 아닙니다.
상대의 질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유연하게 대처하는지,
그 짧은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결’이 우리 팀과 맞을지를 가늠해 보는 것이죠.
면접은 실력의 최종 판결문이 아닙니다.
그저 그 조직과 그 사람이 서로의 온도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그래서 면접에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탓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이번에는 결이 조금 달랐을 뿐’이니까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상대가 궁금해하는 방식으로 설명할 줄 알며,
부족한 부분조차 성장의 밑거름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래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아, 이 사람과 함께 앉아 일하면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화려한 말솜씨보다 투박하더라도 진심 어린 한 문장이
더 오래 남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겠지요.
오늘 밤에도 누군가는
면접 질문을 곱씹으며 잠 못 이루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당신이라는 사람은 면접 하나로 판단되기엔
너무나 귀하고 넓은 세계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요.
그저 당신의 세계를 조금만 더 친절하게 보여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