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나는 '정보는 공유하되 모방할 수 없는 병목현상'을 만드는 전략을 말했다.
여기서 날카로운 질문이 하나 남는다.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파고들어야
남들이 손사래를 칠 정도의 압도적 깊이가 되는가?"
내가 겪은 두 가지 사건을
'표준정규분포'의 시그마(sigma) 개념으로 분해해 보았다.
이 비교는
내가 왜 과거에 '괜찮은 엔지니어(B+)'였고,
지금은 '독보적인 하이퍼포머(A+)'로
평가받는지에 대한 냉혹한 자기 성찰이다.
과거 보직에서 나의 가장 큰 성과는
시험 프로세스에 FMEA(고장 형태 및 영향 분석)를 도입한 것이었다.
당시 동료들은 그저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랐는가에만 집중했다.
시험 중에 제품이 망가지는 이슈가 터지면
운이 없었다고 치부하거나,
다음부터 조심하자는 임시방편에 그쳤다.
나는 그 '운'의 영역을 시스템으로 통제하고 싶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추가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70여 개의 시험에서 발생 가능한 이슈 2,364개를 이 잡듯 뒤졌고,
총점 451,018점의 위험도를 산출해 우선순위를 정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문제의 67.3%를 사전에 제거했다.
분명 남들보다 한 차원 높은 성취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수치로 보면,
67%는 표준정규분포에서 약 1시그마(1sigma) 수준의 영역이다.
누군가 "67%가 최선이냐"고 물었다면,
"1200여개의 잠재문제를 조치했는데,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성과 아니냐"고
스스로와 타협했을 지점이다.
67%의 개선은 '예측 가능한 우수함'일 뿐,
조금 더 유능한 경쟁자라면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는 가시권 안에 있었다.
현재 업무에서도 나는 똑같이
'추가적인 노력'을 투입한다.
하지만 그 노력의 임계치(Threshold)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 팀에는 사내 계산 프로그램이 있다.
동료들은 그저 "프로그램을 썼느냐, 안 썼느냐"를 따지며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나는 그 프로그램의 결과값이
우리 목적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나는 프로그램의 '블랙박스'를 열기로 했다.
단순히 보정값을 넣는 1sigma 수준의 타협을 거부했다.
각 항목이 어떤 논리와 수식으로 계산되는지 밑바닥부터 파고들었다.
수천 개의 변수와 연관 관계를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결국 수식의 $99.97%를 완벽하게 복원해 냈다.
$99.97%는 표준정규분포에서 약3.5시그마(3.5sigma)에 해당한다.
내가 이 결과물을 공유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이전과 달랐다.
"와, 대단하다"가 아니라
"아니, 이걸 어떻게 여기까지 파헤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것이 바로 모방 불가능한 병목이다.
67%와 99.97%.
숫자로는 약 30%의 차이지만,
표준정규분포의 세계에서 이는
'모방 가능한 노력'과 '넘볼 수 없는 실력'을 가르는 거대한 절벽이다.
3.5시그마의 영역에 도달하면,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될지언정
그 과정에 들어간 집요함의 깊이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다.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사람이다.
하지만 내가 설정한 노력의 끝단(Threshold)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완전히 재정의되었다.
전략적 포지셔닝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3.5시그마의 깊이로 파고들었을 때
그 가치를 알아보고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3.5시그마의 깊이는 단순히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블랙박스를 기어이 열어보겠다는 집요함에서 나온다.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다.
당신은 정해진 프로세스 안에서 일하는가?
추가적인 개선을 하지만 1시그마 수준의 '개선'에 만족하고 있는가?
아니면 남들이 엄두도 못 낼 3.5시그마 수준의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가?
당신이 설정한 그 임계치가 바로 당신의 몸값이다.
다음 글 예고:
단순히 "열심히 하자"는 정신론이 아니다.
내 업무를 3.5시그마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적 사고법과 도구에 대해 다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