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들내외의 실시간 영상 성묘, 그리고 변화하는 명절 추모 문화
해외에 살다 보니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늘 마음이 묵직해진다. 항상 조상님의 묘소를 직접 찾아뵙지 못한다는 죄송함, 이른바 '불효'의 마음이 명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에 아들 내외가 있어 이번 추석을 앞두고 동작동 국립묘지(국립서울현충원)에 다녀오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현장에 도착한 아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 잠들어 계신 봉안당(납골묘역) 앞에서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스마트폰 화면 너머로 부모님의 영정 사진과 나란히 모셔진 납골함이 환하게 들어왔다. 비록 직접 찾아가 절을 올리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화면으로나마 얼굴을 뵙고 인사를 드릴 수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국에 사는 아들 내외 덕분에 명절마다 부담 없이 화면을 켜고 고인을 모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는 날이다.
사실 아들은 며칠 전 할머니가 꿈에 찾아오셨다고 전해주었다. 손주를 따뜻하게 품에 안아주는 꿈이었다는데, 어쩌면 할머니가 그리웠던 아들이 추석을 앞두고 서둘러 성묘를 다녀오게 된 계기가 된 듯하다. '꿈보다는 해몽'이라는 말처럼, 그 따스한 마음이 발걸음을 국립묘지로 이끈 셈이다.
돌아보면 팬데믹 시절에는 입학식이나 졸업식도 줌(Zoom) 같은 영상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치르곤 했다. 오늘날 부모님 묘소를 직접 찾아가지 못해도 영상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해외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된다. 실제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팬데믹 이후 보건복지부의 'e하늘 온라인 추모·성묘 서비스'나 지자체의 사이버 추모관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한국 내에서도 비대면으로 성묘를 하거나 차례를 지내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해외동포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새로운 명절 풍속도가 정착해 가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한 참배가 이미 익숙한 일상이 된 만큼, 나아가 각 가정 실정과 취향에 맞게 그래픽이나 AI 기술로 정성껏 마련한 디지털 차례상을 화면에 띄운다거나, 생전 부모님의 미소가 담긴 영상을 함께 올려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일까지 보편화될지도 모르겠다. 거리의 한계를 기술로 메우며 마음을 전하는 방식이 한층 더 다양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조상님을 뵈러 산을 오르는 것이 당연했다. 추석 전이나 한식날이면 산소에 찾아가 잡초를 깎고 봉분을 말끔히 사초(莎草)한 뒤 추석에 절을 올렸던 기억이 아직도 가득하다. 그러나 매장 문화에서 납골 및 봉안 문화로 변모하면서 추모의 풍경도 크게 변했다. 또한 교회를 다니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차례 대신 가족 예배로 정성을 대신하는 형태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캐나다에서도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납골함을 집안에 모시거나 가까운 공원묘지를 찾으며 일상 속에서 추모하는 모습을 종종 접하게 된다. 한국의 전통적인 성묘 방식과는 다르지만, 결국 조상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본질은 어디나 같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인터넷 화면을 통해 진심 어린 절을 올릴 수 있는 요즘, 산속 깊은 묘소를 찾아가는 형식을 넘어 어디서든 마음으로 깊이 추모할 수 있는 새로운 명절 풍경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