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는 사람들이 몰래 돌리는 두 개의 Loop
한 번 혼났다고 일하는 방식을 통째로 바꾸는 사람은, 오래 못 간다.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건 일의 본질을 바꾸는 거다. 그래서 힘 빼고 하던 대로 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회사 다녀본 사람은 안다. 상사한테 한 소리 들었다고 다음 날부터 업무 방식을 갈아엎는 후배. 보기엔 제일 성실한데, 두 달 뒤엔 그 사람 일이 제일 엉켜 있다. 특이한 케이스 하나에 전체를 맞춰버렸기 때문이다.
요즘 AI 쓰는 사람들을 보면 딱 그 후배 같다.
Prompt Beggar가 되지 말라고 누누히 말해오고 있다. 여전히..아직도 SNS에는 프롬프트 구걸을 하는 Prompt Beggar가 너무나도 많고 그걸 이용해서 팔로워 노출수를 올리려고 하는 타이밍 늦은 크리에이터들도 여전히 많다. 제발 프롬프트 구걸을 하지말고 사용 방법을 익혀주기를 고되하고 있다.
내가 아무리 떠들어도 이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을테니.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이들은 아마 시간이 흘러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남에게 계속 위탁할 것이 자명하다.
다시 돌아와, Inner Loop, Outer Loop 라는 것이 있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이 어디서 갈리는지에 대한 것인데, 다들 1년전에나 필요했을 프롬프트를 잘 짜는 게 실력이라고 믿고 있다. 여전히도..과연 어떤 마법의 문장을 넣어야 좋은 답이 나올까?라면서..
진짜 차이는 이거다.
같은 실수를 두 번 시키지 않는 구조.
그리고 그 구조는 루프 두 개를 만들어야 한다. 빠른 루프 하나, 느린 루프 하나.
Inner Loop는 실제 일을 하는 루프다.
예를 들어 메일 초안을 AI한테 맡긴다고 하자. 그냥 "메일 써줘" 하는 게 아니다. 내 일하는 원칙을 적어둔 마크다운 파일을 매번 먼저 읽게 해야한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보다 "확인 후 공유하겠습니다"를 기본값으로 쓸 것. 비용, 법무, 일정, 채용 얘기가 나오면 약속하지 말고 검토 메모로 따로 뺄 것. 같은 사람이 보낸 최근 세 개 스레드는 먼저 확인할 것. 프로젝트 이름이 있으면 상태부터 볼 것. 모르면 단정하지 말고 "확인 중"으로 낮춰 말할 것.
AI는 매번 이 종이를 읽고 초안을 만든다. 두 시간마다 10분 마다 돌려도 된다.
여기까지는 의외로 MD라는 존재를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이 한다. 문제는 다음인데, 대부분 여기서 멈춘다.
아니 Outer Loop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Outer Loop는 하루가 끝날 때 돈다.
그래서 매일 업무 종료 한시간 전에 돌리도록 설정하면 좋다.
내가 실제로 보낸 메일과, AI가 만들었던 초안을 나란히 놓고. 그리고 AI한테 이렇게 시켜보면 좋다.
이 둘을 비교해라. 차이를 분류해라. 그냥 내 문장 취향인지, 빠진 사실인지, 잘못한 약속인지, 톤 문제인지, 아니면 사람이 판단해야만 하는 영역인지. 반복되는 패턴만 뽑아라. 다음에 반영할 규칙은 세 개 이하로만 제안해라. 그리고 파일을 바로 고치지 말고, 고칠 내용을 diff로만 보여줘라.
이렇게 하면 AI가 자기가 뱉은 결과물을 다시 학습 재료로 바꾼다. 즉, 어제의 실수가 내일의 규칙이 된다.
핵심은 마지막 한 줄이다. 바로 고치지 말 것.
여기서 중요한 건, AI가 너무 빨리 배우면 더 많이 틀린다는 것이다.
요즘 대~AI시대라고 하면서 여기저기서 가져온 Git, Skill 등등을 마구잡이로 가져와 "적용해줘!" 하면서 AI를 활용하는 듯하다. 근데 이건 너무 빨리 배우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머신러닝·딥러닝, 그리고 지금의 AI 언어모델이 나오게 된 논문들을 찾아 읽어보면 재미있는 걸 느낄 수 있다. AI의 학습 루틴이 사람과 굉장히 닮았다는 것이다.
초기 이미지 분류기들은 "이렇게 생긴 게 고양이야"라고 정답(라벨)을 일일이 붙여 가르쳤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이 떠먹여 주는 방식(지도학습)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조금만 다른 사진을 보여줘도 엉뚱하게 분류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한때는 사람 수준의 범용 인공지능(AGI)은 앞으로 수십 년은 더 걸릴 거라는 회의론도 있었다.
흐름을 바꾼 건 제프리 힌튼 교수였다. 그는 역전파를 다시 끌어올려 여러 층을 쌓아 스스로 특징을 잡아내는 딥러닝의 길을 열었고, 2012년 그의 연구팀이 이미지넷 대회를 압도하면서 딥러닝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AI는 사람이 일일이 라벨을 달지 않아도 데이터 속 패턴을 스스로 익히는 자가학습 방식으로 발전했고, 지금 우리가 쓰는 언어모델이 됐다.
이걸 가져와서 고려해 본다면, 초안 하나 마음에 안 들었다고 곧장 규칙을 추가하게 되면 라벨을 다는 것과 동일하다. 그러면 시스템이 이상해진다. 어제 딱 한 번 있었던 예외 하나 때문에 전체 자동화가 그쪽으로 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루프의 속도가 달라야 한다.
Inner Loop는 두 시간마다 돌아도 된다. Outer Loop는 하루 끝에, 초안 열 개쯤 쌓인 다음에, 혹은 일주일에 한 번 돈다. 일하는 루프와 배우는 루프가 같은 속도로 돌면, 사람이든 AI든 망가진다.
사람도 똑같다. 한 번 깨졌다고 바로 바꾸는 게 아니라, 비슷한 일이 여러번 반복될 때 환경은 물론 습관이 생기고 바꾸는 것이다.
이 구조는 메일에만 들어맞는 게 아니다.
리서치 브리핑도 똑같다. Inner Loop는 자료를 찾고, 출처를 확인하고, 요약을 만든다. 는 내가 어Outer Loop 어떤 문장을 지웠는지, 어떤 출처를 못 믿겠다고 버렸는지, 어떤 논리를 더 세게 밀었는지를 본다. 그리고 그 패턴만 천천히 규칙으로 옮긴다.
결국 AI를 잘 쓴다는 건,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게 아니다.
시대는 5G를 지나 6G로 넘어 가는 중인데 아직도 LTE(4G)를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같은 맥락을 두 번 놓치지 않게, 그리고 너무 빨리는 말고 적당한 속도로 배우게, 구조를 짜는 일이다. 똑똑한 한 문장이 아니라, 잘 도는 두 개의 Loop.
빨리 배우는 AI는 안 무섭다. 천천히, 제대로 배우는 AI가 무섭다는 것이다.
절대 Skill, MCP 한번에 다 설치하지말고 자신이 하고 있는 방식과 스타일을 하나씩 머리와 몸에 익혀가면서 Loop를 만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