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명이 탔다는데

한강버스, 화려한 순항 뒤에 숨겨진 '자본잠식'의 늪

따뜻한 봄바람과 함께 한강을 가르는 '한강버스'의 인기가 뜨겁다. 올해 3월 전 구간 운항을 재개한 이후 한 달 만에 6만 2천 명이 넘는 승객이 탑승하며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고, 정식 운항 개시 7개월 만에 누적 탑승객 20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 탑승객의 96%가 한강버스에 만족하고, 94%가 지인에게 추천하겠다고 응답할 정도로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표면적으로 한강버스는 출퇴근과 관광을 아우르는 서울의 새로운 대중교통으로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611_0003665195

하지만 이 화려한 승객수 성적표 뒤에 놓인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한강버스가 홀로서기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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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수록 적자가 나는 기형적인 수익 구조

승객이 꽉 차서 운항하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한강버스의 여객 운송 사업은 배를 띄울수록 오히려 손해가 나는 구조다. 2025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강버스의 한 해 운송수입은 약 2억 800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배를 띄우고 승객을 나르는 데 직접적으로 투입된 운송수입 원가는 약 51억 2,000만 원에 달했다. 번 돈보다 나간 원가가 무려 24배나 높은 것이다.

이러한 막대한 적자는 한강버스의 태생적 한계인 '낮은 요금 체계'에서 기인한다. 일반 단일권 요금은 3,000원이지만,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이 적용되고 6만 원대 기후동행카드로 무제한 탑승이 가능해지면서 승객 1인당 발생하는 실질적인 객단가는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수십만 명이 탑승했다는 환호 뒤에는 대중교통의 꼬리표 때문에 운송 수입만으로는 절대 이익을 낼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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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자본잠식과 142억 원의 순손실

현재 주식회사 한강버스는 심각한 재무 위기, 즉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2025년 말 기준 회사의 부채 총계는 약 1,537억 원으로 자산 총계 약 1,476억 원을 넘어섰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무려 700억 원 이상 초과하고 있다.

비싼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고 선착장을 구축하느라 발생한 막대한 감가상각비와 대규모 대출 이자가 회사의 발목을 강하게 잡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영업손실은 무려 약 93억 6,000만 원이며, 49억 원이 넘는 이자비용까지 더해져 최종 당기순손실은 약 142억 4,500만 원을 기록했다. 상품 판매, 식음료, 광고 및 임대 등 부대사업에서 50억 원이 넘는 쏠쏠한 매출을 올린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지만, 회사 전체의 막대한 유지 비용을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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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불가, 결국 시민의 세금과 공공자금이 생명줄

그렇다면 매년 1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이 기업은 어떻게 파산하지 않고 한강을 누빌 수 있을까? 정답은 '공공의 절대적인 자금 지원'에 있다.

한강버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51%를 보유한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다. 한강버스는 대주주인 SH공사로부터 시설 및 운영자금 명목으로 약 93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빌려 쓰고 있다. 게다가 당장 대출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는 한강버스를 위해, SH공사는 올해 1월 해당 차입금들의 만기를 '사업기간 종료일(운항개시일로부터 20년)'까지 전면 연장해 주며 사실상 산소호흡기를 달아주었다.


가장 결정적인 생명줄은 서울시의 예산, 즉 '직접 보조금'이다. 감사보고서 주석에 명시된 바와 같이, 한강버스는 공공성 확보를 명분으로 매년 발생하는 운항결손액(적자)에 대해 서울시의 심의를 거쳐 보조금을 지급받는 약정을 이미 맺고 있다. 겉으로는 민간 법인이 운영하는 힙한 교통수단처럼 보일지 모르나, 실상은 인프라 구축을 위한 막대한 대출부터 매년 발생하는 수백억 원의 운영 적자 보전까지 모두 서울시의 예산과 SH공사의 자본이 떠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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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몰이 이면에 냉정한 재무적 성찰이 필요한 때

한강버스가 시민과 관광객에게 탁 트인 한강의 매력을 선사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있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가치다. 역대 최다 탑승객을 경신하며 한강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는 점은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인기가 많다"는 것이 곧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다"라는 뜻은 아니다. 지금의 한강버스는 폭발적인 탑승객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여객 수입만으로는 배의 기름값조차 대기 벅찬 수준이며, 매년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서울시의 예산과 대주주(SH)의 차입금 연장으로 간신히 돌려 막기 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대중교통이라는 공공재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적자는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현재의 재무 상태를 투명하게 인정하고, 투입되는 막대한 시민의 세금과 공공자금이 슬롯적 편익으로 충분히 상쇄되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20만 명의 환호 뒤에 숨겨진 '자본잠식'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한강버스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진짜 고민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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