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흐르는 시간도 결국 나를 데리고 간다.
오늘은 유난히 시계가 멈춘 것만 같았다.
분명 아침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는데,
시계를 바라보니 겨우 몇 분이 지나 있었다.
해야 할 일은 눈앞에 놓여 있고
마음은 벌써 저만치 달아났는데,
시간만 내 곁에 무겁게 눌러앉아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창밖에는 가을이 와 있었다.
한여름의 선명한 초록은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바람은 어제보다 한결 서늘해졌다.
계절은 소리 없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나만 같은 자리에 멈춰 있는 듯했다.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있다.
무언가 특별히 힘든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마음이 쉽게 지치고,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견디던 하루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날.
점심시간을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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