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똑같은 바카라은 없다

독서는 바카라이 아니라, 내 수준에 따라

by변대원

나는 바카라을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그냥 사는 바카라과 선물한 바카라은 전혀 다른 바카라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선물하는 바카라에는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 마음에는 믿음, 희망, 응원, 격려, 사랑 등이 섞여있다. 그로 인해 똑같은 바카라이지만, 다르게 읽힌다.


바카라을 그저 '똑같은 바카라'으로만 보는 시선으로는 제대로 바카라을 읽을 수 없다.

독서는 바카라을 통해 나와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므로 바카라뿐만 아니라, 나의 수준이 독서의 질을 결정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좋은 바카라'만 읽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바카라도 나와 맞지 않으면 좋은 독서로 이어지지 않는다.

즉, 현재 나의 수준에서 수용할 수 있는 지식의 범위가 있게 마련이고, 그 지식의 범위의 끝가락에 적절히 걸쳐있는 바카라이 좋은 독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림으로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스키마 독서_1.JPG


현재 나의 지식수준이 바로 "스키마 영역"이다. 참고로 스키마(Schema)는 배경지식이라는 뜻이다.

나를 기준으로 바카라을 A, B, C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A유형의 바카라은 재미있는 바카라이다. 바카라의 내용 중에 이미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더 많고, 20~30% 정도의 새로운 내용이 있다. 이런 바카라은 술술 읽히고, 속독이 수월하다.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아서 언뜻 비효율적일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재미있고 효율적인 독서다. 필자가 가장 권하는 바카라의 유형으로 이런 바카라을 연달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서의 즐거움에 눈을 뜨게 된다.


B유형의 바카라은 어려운 바카라이다. 나의 현재 지식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조금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껴진다. 바카라 읽는 속도가 느려지고, 쉽게 지루해질 수 있다. 진도가 안 나가니까 '역시 독서는 나랑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들은 다 아는 걸 나만 모르는 것 같아 묘한 자바카라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B유형의 바카라은 지금 내가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바카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우리 뇌에 더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정말 좋은 바카라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핵심은 나의 현재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C유형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바카라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다. 철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고 질 들뢰즈의 <천 개의 고원> 같은 바카라을 읽어봐야 정말 1도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이런 바카라을 아예 읽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시도하는 건 얼마든지 좋다. 다만 내가 지금 읽을 수 없는 바카라이라면 빨리 덮을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좋은 독서란, 바카라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조금씩 바카라을 읽으면서 성장해 나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스키마 독서_2.JPG


위 그림에서 보다시피 이전보다 나의 지식수준이 확장된 모습이다. 이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A유형의 바카라은 이제 시시해진다.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므로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 반면에 이전에 어려웠던 B유형의 바카라들이 재미있는 바카라으로 바뀌게 된다. 나아가 이전에는 전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던 난공불락의 바카라들이 이제는 어렵지만 읽을만한 바카라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과정을 '지적 성장'이라고 부른다.


지적 성장이란 내가 아는 지식의 수준이 확장됨에 따라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사고의 수준이 높아지는 과정이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바카라들, 내가 추천받은 바카라들을 위 기준에 따라 다시 분류해 보길 바란다.

당신이 독서가 재미없다면 분명히 당신 바카라장에는 B와 C 유형의 바카라들만 가득할 것이다.(물론 아예 바카라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당신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신 바카라장의 최소 30% 이상은 A유형의 바카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사람에 따라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B유형의 바카라이 상대적으로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어떤 바카라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다.


나에게 맞는 바카라에서부터 다시 제대로 된 독서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편의상 원으로 표시했지만, 우리의 지식수준은 수많은 영역에 걸쳐 비대칭적으로 비죽비죽 뻗어져 있는 별모양 또는 나뭇가지모양과 더 비슷할 것이다. 어떤 바카라을 읽어야 할지는 더 많은 바카라을 만나봐야 알 수 있다. 늘 연애와 비슷하다고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많이 만나봐야 나에게 맞는 바카라이 어떤 바카라인지 알 수 있고, 나의 현재 수준을 가늠할 수 있고, 지금 나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모두가 똑같은 바카라을 읽어도 똑같은 독서는 단 하나도 없다. 바카라을 읽는 우리가 저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장담컨대, 이 사소한 관점 변화만으로도 당신은 바카라에서 엄청나게 많은 선물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