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바카라 좋아하시나요?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깨달은 것들

by변대원

나는 중고서점 매니아다.

물론 새 바카라도 좋아하지만, 손때 묻은 중고바카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있다. 가끔 이전 사람의 메모를 발견하기도 하고, 바카라장을 넘기다 가을에 곱게 물든 단풍잎을 만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네잎클로버를 곱게 코팅해서 꽂아 둔 것을 발견해서 네잎클로버를 본적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우리 딸은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하루 동안 빌려가서 학교에서 자랑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천원에 산 바카라 안에 천원짜리 지폐 3장이 꽂혀있어서 바카라사고 돈벌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문득 생각해보니 그 때 중고바카라 판매하시는 분이 같이 주문한 바카라 한권이 재고가 없어서 현금으로 넣어주신다고 한 것을 까먹고, 나혼자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윽, 가끔은 계속 생각이 안 나야 더 아름다운 추억이 되기도 하나보다.


어쨌거나 중고바카라을 참 좋아하고, 필요한 바카라은 늘 중고바카라부터 검색하곤 한다. 중고바카라을 좋아하다보니 중고서점도 자주 가는데, 운 좋게도 사무실이 신논현역 근처에 있다보니 강남역에 있는 예스24중고서점, 알라딘 중고서점을 자주 가는 편이다.

서점을 가는 이유는 수십가지겠지만, 결국은 바카라을 사러가는 게 대부분이지만, 종종 그곳에서 나와는 다른 목적으로 서점을 방문한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바카라을 팔러 오신 분들이다.


나는 사실 바카라 욕심이 많아서 바카라을 사기만 할 뿐 읽은 바카라을 판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분들도 바카라을 팔기 위해 서점을 방문한 수십가지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한다.

그러다가 문득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더 이상 소장하고 싶지 않은 바카라을 사고파는 곳이 중고서점이구나.’


언젠가 교회에서 교인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만들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바카라을 좋아하시는 분이 얼마나 될 진 모르지만, 별도의 예산없이 100% 기증받아서 바카라장하나정도를 채워보려고 했었다.

그 때 기증을 부탁하던 글에 당부했던 말이 기억난다.


“읽지 않는 필요 없는 바카라은 기증받지 않습니다. 대신 읽었던 바카라 중에서 가장 좋았던 바카라으로 한권씩만 기증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 먼지 쌓인 바카라들로 바카라장을 채우는 게 싫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내가 읽고 좋았던 바카라의 기억들. 그 반짝이는 순간들을 함께 나누는 의미 있는 도서관이고 싶었다.

애석하게도 내가 기증한 바카라과 몇 분을 제외하고는 기증자가 별로 없었다. 대신 바카라 한권 값을 기증해주신 분들이 많았다. 적게는 만원에서 5만원까지. 그 돈을 기부 받아 바카라장하나를 꾸려보았다. 그렇게 내 생애 첫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밀알도서관’


물론 찾는 사람도 많지 않고, 바카라도 별로 없지만, 뭐든 많아야 의미도 많아지는 건 아니다.

도서관이든 서점이든, 바카라이 누군가에게 의미있게 다가온다는 것은 매우 우연해 보이는 만남이기도 하지만, 그 바카라을 쓴 작가와 그 바카라을 만든 편집자, 그 바카라을 디자인한 디자이너, 그 바카라을 진열한 서점직원의 크고 작은 노력과 정성이 모여서 이루어진 만남이다.


바카라도 사람도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더 반짝이는 법이다.

바카라을 쓴 작가도 자기가 쓴 글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 바카라을 만든 편집자나 디자이너도 바카라과 상관없이 그저 하나의 일로만 만들어진 바카라은 누군가의 가슴을 뒤흔들 수 없다.


더 안타까운 현실은 정말 좋은 바카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바카라이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읽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도 편집자도 디자이너도 혼신을 다한 멋진 바카라이 누군가 그 바카라을 읽고 감동한 한 사람으로 인해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문득 정말 내가 좋아하는 바카라 몇 권만 빼곡히 내가 좋았던 문장과 느낀 점을 정리해서 정갈하게 정리해서 그 바카라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아주 작은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읽지 않아 팔고간 바카라들만 잔뜩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비록 몇 권 되지 않더라도 누군가가 읽고 감동받았던 바카라들만 하나씩 정리해 놓은 바카라방이 있다면, 작지만 정말 매력적인 서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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