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69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
보통의 존재가
내가 아닌 것을 시기하지 않으며,
차가운 시선을 견디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아가기 위하여.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건
사랑이 아닌 채무감이자 강박일 뿐.
내 삶을 바카라임지는 것이 나의 몫이라면
자식이 부모 마음대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부모님 몫이다.
우리를 짓누르는 것이
부모님에게 받은 경제적인 지원에 대한 채무감이라면
살며 최선을 다해 갚으시라.
하숙비를 내야 하숙생이 되는 거다.
하지만, 우리 삶까지 저당 잡혀 살지는 말자.
우리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써야 할
유일한 존재는 나 자신뿐이다.
- p91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남이야?'라는 (당연히 남인데) 말로
경계를 침범하는 관계에 익숙해졌고,
그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친밀함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그늘을 낱낱이 확인하고,
경계를 잃는 것만이 좋은 관계는 아니며,
친구라는 이름으로 경계의 통행권을 요구할 수는 없다.
설사 누군가의 경계가 너무 두텁다 해도,
그걸 타인이 밖에서 깨고 말고 할 것은 아닐뿐더러,
개인의 사적 영역을 완전히 헤집는 관계는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좋은 관계란,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는 것이며,
좋은 우정이란, 친밀감을 느낄 수 있고,
한편으론 안정감이 담보될 수 있는 거리에서
애정으로 함께 하는 것이다.
- p161
변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은 지치지 않는 것이다.
주어진 삶은 견딜 수 없고, 자신이 원하는 삶은 도저히 살 수 없을 때
사람은 절망하는 것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는 헝가리, 일본, 우리나라의 공통점으로
'방황이 허락되지 않는 슬롯'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세 나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더 있는데
바로 높은 자살율이다.
우리나라에서 방황은 인생을 망치는 지름길이자 금기에 가깝다.
오죽하면 방황 청소년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대학진학,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일련의 과정을
[적령기]라는 데드라인에 맞춰 완수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잠깐의 방황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지 못했다간, 실망하는 부모님과 실패자로 규정짓는 수군거림과
슬롯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기 어렵다.
...
많은 이들은 높은 행복도를 보이는 북유럽 국가를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레오 보만스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들의 높은 행복감은
높은 소득이나 복지시스템의 결과가 아니라,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에 있다고 한다.
- p235
선택에서 '무엇을 얻느냐'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줄어드는 연봉과 또라이 상사를 견디는 일 사이에서,
커리어의 단절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것 사이에서,
해보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것과 고정적인 월급이 없는 생활 사이에서,
어떤 것을 더 견딜 수 없는지,
어디까지 감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대답해야 한다.
늘 손해 보는 것만 생각하면 언제나 후회 속에 살 뿐이다.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하는
어리광을 들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 p259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많은 질문 끝에 내가 찾은 답은 개인의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나아가
슬롯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끝나지 않던 질문, 아니 언제나 끝나지 않을 질문.
내 나름의 답을 이야기 하자면 우리 좋은 삶을 살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열심히 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맛있는 것을 먹고, 좋아하는 노래와 좋은 바카라과 함께하며
날씨가 좋은 날 햇볕을 쬐는 것.
나는 그 일상의 따스함이 좋은 삶의 전부라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의미 있는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자.
비록 이 우주에서 먼지처럼 작은 존재일지라도
우리는 삶의 허무를 이겨내고 스스로의 존엄함을 지킬 수 있다.
세상이 규정하는 성패와 상관없이, 나는 그런 삶에 자부심을 느끼고 싶다.
-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