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다시 노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내 냄새, 말투, 걸음걸이만으로 노든은 나를 알아보고 내게 다가와 줄 것이다. 코뿔소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다른 펭귄들은 무서워서 도망가겠지만, 나는 노든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코와 부리를 맞대고 다시 인사할 것이다.
- 루리, <긴긴밤>
내가 이 바카라을 펼친 건 앞표지의 그림 때문이다. 코뿔소의 코와 펭귄 부리가 서로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그저 예뻐 보였다. 코뿔소와 펭귄은 무슨 조합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머리를 식히고자 가볍게 펼쳐 든 바카라은 뭉클하고 깊은 울림을 전해주었다. 바카라 중간중간 나오는 삽화는 글과 어우러져 진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 슬프지만 따뜻하다.
이 바카라은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어린이 바카라이지만 나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도 손색이 없다고 여겼다. 바카라 말미에 있는 심사평을 들여다보면, “이 작품은 ‘나로 살아간다는 것’의 고통과 두려움, 환희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보여준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를 향해 있던 모든 이의 긴긴밤을, 그 눈물과 고통과 연대와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제 어린 펭귄은 자기 몫의 두려움을 끌어안고 검푸른 바다로 뛰어들 것이다.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낼 것이며,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라고 한다. 심사평은 이 바카라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지만, 나는 바카라을 읽으면서 ‘우리’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나는 지극히 개인주의자이면서도 ‘우리’라는 말에 이끌린다. 이 단순한 이끌림이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는 온라인카지노 카지노 게임 <친애하는 문장들>에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고 있다. 우리가 발견한 바카라 속의 문장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단상을 적는다. 다섯 명의 작가가 일주일에 한 번 돌아가면서 각자의 개성이 담뿍 담긴 글을 배달하고 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편 정도야, 단상이니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마감이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 나에게 강제성을 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고단한 일주일을 보내고 내 차례가 다가오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혼자는 때론 외롭고 힘겹지만, 함께하면 든든하다. 주어진 일이 크든 작든 연대의 힘은 강하다는 걸 매번 느낀다. 글쓰기를 하면서 좋은 글벗들을 만날 수 있는 건 큰 행운이다. 서로의 글에 공감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나아간다. 이제 이 카지노 게임에 글을 쓰는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글을 쓰기 위해 가끔은 긴긴밤을 보내기도 했다. 하루의 일과를 끝마치고 모니터 앞에 앉아 골몰히 생각해 봐도 도무지 할 말이 없을 때도 있다. 그래도 무엇이라도 끄적이기 위해 애쓴다. 왜 그래야 할까를 생각해 보면 혼자가 아닌 ‘우리’에 속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친애하는 작가님들과 뭉쳤습니다. 바카라 속의 문장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