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기록은 다음 세대와 만난다
영화세상 대전 시네마테크 대표
-황규석의 반성과 회고-
나는 내 영화운동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직하다. 아니다 완전히 실패했다.
젊은 시절의 나는 영화를 사랑했다. 좋은 영화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었고, 영화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았고, 상영회를 열었으며, 회지를 만들었다.
그때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작은 움직임이 언젠가는 지역의 영화문화를 바꾸고, 더 나아가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킬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순수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순수함만으로는 공동체를 오래 지켜낼 수 없었다.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은,
나는 사람보다 영화를 앞세웠다는 사실이다.
좋은 영화를 소개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이었지만, 함께했던 사람들의 삶과 고민을 끝까지 품어내는 일에는 서툴렀다. 영화는 공동체를 만드는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공동체를 유지하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 있다는 가장 단순한 진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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