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목적지에 다다르다
겨우내 갇혀있던 답답함을 떨치려고 오래간만에 산에 올랐다. 제법 따사로운 햇볕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아직은 찬기운이 가시지 않은 공기가 어서 오라고 뺨을 스치고 간다.
꼭 이맘때만 되면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너무 두껍게 입으면 조금 오르다 보면 땀이 나고 조금 얇게 입으면 산에 오를수록 점점 추워진다. 비위 맞추기 어려운 여자 마음 같다.
난 혼자 산에 오르는 걸 좋아한다.
남과 보조를 맞추지 않아도 되고 길에 핀 꽃들을 실컷 바라볼 수 있으니 자유롭다.
또 난 산등성이를 따라 걷는 걸 좋아한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청명함을 느끼고 아래 넓게 펼쳐진 나무들을 바라보며 푸르름을 느낀다.
생각하며 걷다 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묵언 수행을 하다 보면 지난 일을 되새기며 후회도 해보고 아쉬워도 해본다.
좋았고 행복했던 일보다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이 더 많이 생각이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내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일까?
그럼 난 실패한 인생일까?
어부들이 하는 말로 놓친 물고기가 더 크다는 것과 같은 뜻일까?
단단하고 아름다운 과거를 갖기를 누구나 바라지만 인생은 꼭 그렇치는 않다.
누구에게나 봄날은 있지만 추운 겨울도 있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길은 있다. 가는 길이 잘 가고 있는 길인가 의심하면 이길 저길 헤매다 끝난다.
내가 선택한 길이라면 묵묵히 걷다 보면 끝은 있을 거고 도착하는 곳이 있을 거다
오늘도 도착할 곳을 찾아 많은 사람들은 걷고 있다. 혼자 걷고 있는 사람, 가족들의 손을 잡고 걷는 사람, 여럿이 걷는 사람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대로 걷는다.
산다는 건 걷는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을 위해 걷는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살다 보면 다리도 건너게 되고 좁은 길도 넓은 길도 여러 형태의 길을 만나게 된다.
힘들면 쉬었다 가고 어려운 길이면 남의 손을 잡고 걸어도 된다.
그게 인생이고 삶이다.
눈이 쌓인 길도 시간이 지나면 다 녹는다.
지금 어려움에 쳐해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눈처럼 녹는 것이 삶이다
활짝 핀 꽃길만 걸을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사계절이 있고 계절에 따라 , 날씨에 따라 변하는 게 길이다. 춥기도 덥기도 시원하기도 선선하기도 한 게 인생길이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 볼만하고 재미가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계절도 다르고 걷는 길이 다르지만 누구나 걷다 보면 목적지에 이르게 된다.
그게 사는 거다.
겨우내 죽어있던 것 같았던 나무가 꽃을 피우는 것처럼 새삼 신기한 게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