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으신다면

내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by코붱

글을 안 쓴지 이십 여일이 지났고 온라인카지노에 새 글을 발행하지 않은 건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핑계를 대자면 사느라 바빴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 삶에서 글쓰기라는 행위의 우선순위가 많이 밀려났다.


새해가 시작되고 내 삶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고양이를 키우게 됐으며,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이렇게 새로 시작한 일은 참 많은데 내 하루의 시간은 24시간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어난 일이 바로 ‘우선순위 매기기’였다.


앞서 열거한 이런 저런 것들 중에서 내가 가장 우선했던 것은 아르바이트였다. 한 달의 근무 스케줄이 이미 짜여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그동안 해본 적 없던 육체노동을 하려니 한동안은 삭신이 쑤셔서 아르바이트를 한 날은 최소 1시간 이상의 낮잠이 필수였다. (그래야 일어나 저녁밥도 하고 청소도 할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우선했던 것은 고양이였다. 우리 집 고양이는 태어난 지 딱 4개월밖에 안 된 아깽이(아기 고양이)다. 고양이는 보통 1살까지를 성장기로 보는데 1살이 되기 전인 12개월 동안은 가장 에너지가 많고 활발한 시기여서 하루에 최소 15분씩 4번은 놀아줘야 적당히 에너지가 발산 된다고 한다.


만약 이 시기에 자주 놀아주지 않는다면 에너지 발산이 안 된 고양이는 장난감이 아닌 사람의 손발을 물거나 집 안의 벽지와 가구를 물어뜯는 등의 문제 행동을 보일수도 있다고 하여 최대한 15분씩 하루에 4번은 놀아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은 남편이 많이 도와줬다.)


그 다음으로 우선했던 것은 일본어 공부였다. 이건 당장의 이유와 10년 뒤의 이유가 있는데 당장의 이유부터 말하자면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매 순간 마주하는 수많은 식자재 이름과 조리용 용어들이 너무 생소했다.


물론 함께 일하는 분들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점을 십분 이해하여 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일 분 일 초가 아깝게 돌아가는 주방의 업무 특성 상 최소한 자주 쓰는 식자재 이름은 외우고, 업무상 주고받는 대화도 바로바로 알아듣고 이해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난 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겨우 4일 만에 칼질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 약 3주간 일을 쉬게 되었는데 그때 내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일본어 실력이 필수였다. (그것도 꽤 높은 수준의)


이러한 이유로 2021년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약 20여 일간 내 하루는 아르바이트와 고양이, 일본어 공부로만 대부분 채워졌다. 도저히 글쓰기가 비집고 들어올 만 한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부엉이 상담소로 한 건의 고민상담이 접수됐다


제가 잘 하는 일을 찾아서
저만의 수입을 만들고 싶어요.


이 내용을 봤을 때 솔직히 나는 상대방에게 해줄 말이 없을 것 같았다. 나 역시 아직 이렇다 할 답을 만들지 못한 사람이니까.


그래서 고민이 접수되고도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답장을 못 쓰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짧게 답장을 써보려고 한다.


“저도 아직 제가 잘 하는 일이 뭔지, 어떠한 일을 통해 나만의 수입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일단은 내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벌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꾸준히 해보려고 해요.”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짧은 한 마디에 복잡하던 머릿속이 말끔해졌다. 현재의 내 삶을 지탱하는데 필요한 돈은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고, 내가 하고 싶은 일(글쓰기, 바카라 읽기, 고양이 키우기)과 해야만 하는 일(일본어 공부)은 꾸준히 하기. 이게 지금의 내가 내린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이라는 것.


그러한 이유로 나는 앞으로는 되도록 매일 글을 써보려고 한다. 물론 아르바이트도 할 거고, 고양이도 잘 키울 거고, 바카라도 읽을 거고, 일본어 공부도 할 것이니 예전처럼 ‘40분씩 매일 글쓰기’와 같은 엄청난 기세로는 못 쓸 것 같고, ‘자기 전에 10분이든 20분이든 쓰고 자자’는 작은 목표를 세워보려 한다.


그래야 다음 달 이맘때쯤이 돼서 이렇게 지난 내 한 달을 돌아봤을 때, 두 발 쭉 뻗고 잘 잘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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