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 조금만 더 있어다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온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을이
어느새 창문 너머에 찾아와
밝은 햇살이 너무 찬란한 가을아!
들녘에 뿌린 씨앗 더 영글어
여름 장맛비에 한숨짓던 농부
종잣돈이라도 겨우 건져내고
아직 덜 핀 코스모스 활짝 웃어
어둔 세상 환하게 밝히며 빛나
신나는 세월이 되도록 가을아
조금만 더 있어다오 이 가을아!
가을아, 조금만 더 있어다오!
풀잎에 맺힌 이슬이 빛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가을아
여름도 떠나기 전에 찾아와
푸른 들판에 노랑물감 쏟아지고
산 위에서 비친 넓은 들녘이
가슴이 멎도록 아름다운 가을아!
두렁 콩 따는 손길 바쁜 어머니
해 질 녘에 굽은 허리라도 펴게
조금만 더 있어다오, 이 가을아!
가을아 조금만 더 있어다오!
골 깊은 섬진강물 흐르고 흘러
평사리 넓은 들녘 가득해지면
참새 떼 재잘거리는 가을이
고부성을 넘어 악양뜰에 쏟아져
울긋불긋한 허수아비 참새 쫒느라
하루하루 바쁘게 하는 이 가을아!
바싹 마른 나락에 가을비 올까
진종일 등허리 휘도록 가을 거두어
지게등짐 가득 진 우리 아버지
멍든 어깨 잠시 쉬어 가시도록
조금만 더 있어다오, 이가을아!
가을아, 조금만 더 있어다오!
여름내 쏟아진 따가운 햇살에
예쁘게 입술연지 바른 색시처럼
살이 통통 오른 밤송이 입 벌려
풍성한 이 가을을 노래하고
살 오른 송사리 도랑에 떼 지어
밝은 햇살 찾아 바쁘게 하는 가을아!
노고단 기슭에서 바라본 들녘
골골이 노랑물로 살 가득한데
짧아진 가을 햇살 아쉬운 농부
성스러운 가을 그림 지우기 전에
아름다운 들녘 오래도록 볼 수 있게
조금만 더 있어다오! 이 가을아,
가을아, 조금만 더 있어다오!
살 오른 가을 열매 축복하러
눈부신 햇살에 맑은 이슬 빛나고
진빨강 코스모스 손 흔들어
춤추는 고추잠자리 신나게 하니
오늘 흥겹고 내일 즐거운 가을아!
덜 익은 가을 곡식 더 영글어
콩 따는 우리 엄마 근심 덜고
골골이 가득히 메운 그 그림들
오래도록 자리해서 또 볼 수 있게
아름답고도 성스러운 이 가을아
조금만 더 있어다오! 이 가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