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투자하고 싶다고?

로런스 원과 해리 햄슬리의 마법

by김큐

출발부터 달랐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920년대 미국 뉴욕의 부동산 시장, 특히 맨해튼의 고층 빌딩들은 부동산 채권 방식으로 건축비의 상당 부분을 조달했다. 금융기관이 빌딩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고 대중들은 이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지금으로 치면 부동산 펀드나 리츠(Reits)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공황이 터지자 채권시장이 붕괴됐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이런 방식의 자금조달이 불가능해졌다. 파산 위험에 노출된 대형 은행들도 대규모 대출을 꺼렸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소수의 거액투자자 그룹과 금융사 대출 방식이었다. 특히 메트라이프에서 받은 2,750만 달러의 대출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생사를 가른 결정적 대출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또한 대공황이 가져다준 기회였다. 대공황이 발생했지만 보험사들은 여전히 고객들의 보험금이 쌓여가고 있었다. 안정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돈 굴릴 투자처가 필요했던 이들에게 세계 최고층 빌딩 프로젝트는 구미가 당기는 투자처였던 것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건축에 메트라이프가 거액의 대출을 진행한 후 미국의 대형 빌딩 건설에는 생명보험사의 대출이 표준처럼 자리 잡게 된다.


엠프티(Empty) 빌딩이라는 조롱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완공 후 공실률이 70% 일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텅 비었다는 뜻의 엠프티(empty) 빌딩이라는 조롱 섞인 별칭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대규모 대출을 내 준 메트라이프는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거나 압류 등의 조치로 압박하지 않았다. 도리어 대출 조건을 조정해 주며 기다리는 선택을 한다. 세계 최대 빌딩을 압류해 직접 운영할 능력이 없다면 세계 최고층 빌딩의 잠재력을 믿고 경제가 회복될 때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당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견디게 해 준 것은 86층과 102층의 전망대 수익이었다. 문을 연 첫해 입장료 수익이 약 200만 달러에 달했다. 당시 임대율이 25% 정도에 불과했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연간 임대료와 수익과 맞먹는 규모로, 당시 근로자 평균 연봉(1,800 달러)으로 계산하면 1,100명을 1년 동안 고용할 수 있는 비용이다. 이렇게 근근이 버티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1940년대 중반 연방정부 기관들의 대거 입주가 반전의 계가가 돼 1950년대 들어서야 본격적인 흑자로 전환된다.


로런스 원과 해리 햄슬리의 마법

해리 햄슬리 / 출처:위키피디아

흑자로 전환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1961년 로런스 원과 해리 햄슬리가 사들인다. 맨해튼이 부동산 제국이 되는 기틀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들이다. 로런스 원은 변호사이자 부동산 투자자였고 해리 햄슬리는 부동산 재벌이었다. 이들은 세계 최고층 빌딩을 사들이기 위해 새로운 투자 방식을 활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이들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매수는 사실상 무자본 투자에 가까웠다. 오늘날의 크라우드펀딩이나 리츠(REITs)의 초기 형태로 3,000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3,600만 달러를 조달했고, 세일 앤 리스 백(sale & leaseback) 방식으로 건물을 매수하자마자 푸르덴셜 생명보험에 2,900만 덜러에 건물 소유권을 에 넘기고 자신들은 114년간의 빌딩 운영권(마스터 리스권)만 소유했다. 당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매각가는 6,500만 달러로 단일 건물 매매로 세계 최고가를 썼지만 정작 이들은 사실상 자신의 돈은 거의 쓰지 않았다.


대형 빌딩의 금융자산화가 이끈 폭발적 가격 상승

로런스 원과 해리 햄슬리의 이런 투자 방식은 부동산이라는 무거운 실물자산을 유동성 있는 금융자산으로 바꾼 전환점이 됐다. 뉴욕뿐 아니라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의 거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특히 3,000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신문에 광고까지 하며 모은 방식은 1960~1970년대 미국 리츠(REITs)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이끈다. 소액 투자자들이 대형 빌딩 투자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자 공급을 초과한 수요가 발생해 대형 빌딩 가격이 치솟았다. 실제 1960~1970년까지 미국의 연평균 물가상승률(CPI)은 약 2.7%였지만 뉴욕 오피스 빌딩 가격 상승률은 연 9.5%에 달했다. 세일 앤 리스백 거래도 크게 증가한다.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보다 운영권을 쥐고 자본을 회수하는 게 재무적으로 훨씬 유리하다는 걸 시장이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빌딩, 판암 빌딩(현 메트라이프 빌딩) 등이 대형 빌딩들이 줄줄이 이런 방식으로 거래됐다.


쇼핑하듯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사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사들인 이후 로런스 원과 해리 햄슬리는 그레이바 빌딩, 230 파크 애비뉴(현 햄슬리 빌딩), 링컨 빌딩, 피스크 빌딩 등 30여 개의 주요 빌딩에도 투자해 공동 소유자가 되거나 운영권을 확보했다. 맨해튼을 부동산 제국으로 만든 인물이라는 평이 여기서 나왔다. 이들은 대형 오피스 빌딩을 벽돌과 철근으로 이뤄진 거대한 건축물로 보는 대신 그 안에 흐르는 현금 흐름을 주목한 결과이다. 당시 은행 금리가 연 4~5%인 반면 이런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률인 8~10% 상회했으니, 레버리지(대출)나 대중의 투자를 받아 건물을 사들인 후 소유권을 넘겨 초기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예측되는 임대권을 확보한 것이다.


당신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주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주인은 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REITs)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얽힌 또 다른 얘기는 다음글에서 조금 더 다뤄보겠다. 어쨌든 이 리츠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누구든 소액으로 얼마든 투자가 가능하다. 티커명은 'ESRT'이다. 원한다면 해외주식 거래앱을 열고 티커명을 치고 시세를 한번 체크해보라. 리츠는 부동산 임대 수익등 이익의 대부분을 투자자들에게 나누는 상품이다.지금은 세계 최고층 빌딩의 타이틀을 뺏겼지만 여전히 뉴욕의 상징인 이 건물 주인이 돼 임대수익과 전망대 수익을 나눠 갖고 싶다면 지금 당장 1주라도 매수해 보라. 지금(2026.3.23) 기준으로 한 주에 5달러를 조금 넘으니 우리 돈으로 1만 원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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