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수는 의지적 선택과 손해를 감수하는 실천에서 맛보게 된다
어제 남동생과 통화하다가 문득 이런 말을 들었다.
“내가 다른 누나들에게 뒤에서 여러번 한 말이 있어. 누나(나)는 언어가 밝고 긍정적이고 그래서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고, 이건 다른 누나들에게도 (동생인) 누나를 존경하고 배워야 할 점이라고 얘기하곤 하지.”
이 대화는 동생이 나를 포함해 우리 7남매들이 고쳐야할 점을 열거한 다음에 한 말이니 닭살 돋아도 참아주길 바래 본다. 동생은 매사 일이 잘 풀리는 나를 옆에서 꼼꼼히 관찰해 보았나 보다. 작년 가을, 호주에서 사업하다 13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동생은 그곳에서 다시 교회에 나갔다. 내가 20대 선교단체에 봉사하던 시절에도 몇 번 모임에 초대했으나 이내 탕자처럼 지내다, 타지에서 비로소 예수님을 만난 것 같다. 동생에게 낭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는 영적인 말을 알아들을 것 같아, 내가 비결을 하나 더 알려줄게. 나 외에 타인의 고통에 (내) 시간과 재정, 그리고 마음을 쓰는 거야. 그게 마태복음 6장 33절,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을 현실에 실천하는 거거든. 그런데 대부분은 반대로 살지.”
그렇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 고통과 힘듦에 매몰되어 있는 세상이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자기애에 매몰된 분들을 많이 본다. 예배는 오고 봉사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자기 삶에만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사람이기에 기본적으로는 내 문제에 마음이 주로 간다. 그렇기에 예수님께서도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고 하셨을 것이다. 이것이 제자도의 핵심이다. 성직자도 마찬가지다. 신학생이 되어도 마음이 자라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안쓰럽다. 신앙이란 재능이나 필살기로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어제 새벽, 조카 진국이와 통화를 했다. 그제 조카가 집에 혼자 있었는데 폰이 꺼져 있었던 것이다. 실은 내 결혼식을 3일 앞두고도, 조카는 몰래 갚던 사채 빚 때문에 채권자가 신장을 팔아 갚으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 같다. 그나마 건너 건너 알던 형이 소개시켜 준 곳이라 심하게 하진 않았다 한다. 아마도 내가 너무 많이 도와주니 작년 여름 본인이 일부 긴급한 빚은 융통하려다 생긴 빚인데, 몰래 갚다 일이 커진 모양이었다.
이에, 내 결혼 축의금에서 560만 원을 떼어 그 빚을 다 갚아주었다. 근데 어제 새벽, 다시 지인에게 빌린 돈때문에 채근을 받자 공황장애가 심해져 혼자 발작하듯 괴로워하는 조카의 모습을 또 보게 된 것이다. 빚을 거이다 갚았다 생각했는데, 아직 소소하게 남아 있는듯 하다.
아침 큐티 시간, 묵상을 다 마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조카의 톡을 확인하고 긴급하게 바로 소통하느라 폰을 만지작거리는 내 마음은 불편함으로 가득 찼다. 조카는 이번에도 왜 괴로운지를 처음부터 말하지 않다가, 내가 종용하니 그제서야 지인의 전화가 너무 무서워 폰을 꺼두었다고 한다. 사람이 무서운게 아니라 심적 부담이 컸다는 말인데, 아마도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아직 낫지 않아 과잉 감정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신앙의 형식을 준수하는 것보다 신앙의 본질을 더 우선하지 않으셨을까? 이모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종종 눈총을 받는 조카를 차마 나마저 타박할 순 없어 그냥 통장 잔액 783,231원을 모두 입금해주었다. 상징적인 의미로 1원짜리까지 보냈다.
그리고 다시 큐티를 이어가는데, 문득 ‘이건 아니지 않을까?’ 싶은 우려 섞인 생각이 들었다.
‘난 글로벌 호구인가…'
조카가 4년이 되어 가도록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완치가 안 되는 상황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나 또한 월급날까지 카드로 지내야 하나’ 하는 한숨이 밀려왔다. 남편에게 손을 내밀곤 싶지 않기 때문이다.
조카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이번처럼 연락이 잘 안 되면, 가끔 내가 원격으로 봐주고 있는 조카의 스터디카페, 그곳 매상이 이날 오전부터 이상하리만치 결제가 몰리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니 얼추 70만 원이 넘었다. 조카가 3일 뒤면 들어올 이 돈을 내게 입금해주기로 했다.
스터디카페는 임대료, 관리비, 전기세, 인건비, 간식 등을 빼면 다 순이익이다. 스터디카페 매출이 매일 70만원 이상 된다면 한달이면 순이익만 1600만원 전후가 될 일인데, 이 업종도 포화 상태라 경쟁이 치열하고 불경기라, 매일 이리 매출이 높은 것은 아니다.
그리 수습하고 오전엔 회사 동료들 토스트 간식 챙겨준다고 외부에 나갔다 오느라 시간을 쓰고 말았다. 근데 이리 허투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싶은 그때 전화 한통이 왔다. 내 고객사의 부사장님이자 키맨께서 전화를 주시더니 뜬금없이 인재를 추천해 주셨다. 아끼는 후배인데 5월초에 퇴사 상태라고 했다. 알고 보니 해외대를 나왔고 영어 능통에 직전 회사에서 MVP를 2번이나 했을 정도로 탁월한 핵심 인재였다. 몇 개월간 애를 먹이던 S사 채용 건의 핏(fit)이 딱 맞는 인재였다. 어제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오늘 바로 면접일정을 잡자고 했다. 게다가 그 인재의 집이 그 회사와 같은 지역이었다. 성사하면 1000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건이다.
물밀 듯 하나님의 위로가 밀려왔다. 내 비록 마음 그릇이 아직도 부족하지만, 타인의 고통을 깊이 들여다 보며 이해하려 노력한 것뿐인데 말이다.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잘 안 되더라도 내 이웃을 내 몸처럼, 하나님이 소중히 여기시는 영혼들을 도우려 애쓰다가, 삶의 에너지가 방전되려 할때면 하나님께선 어김없이 이리 챙겨주셨다.
반면 우리 회사에는 나와 반대로 사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대놓고 이기적이거나 자기 것 챙기기에 급급한 티를 내지는 않지만, 근본적으로 기브앤테이크에 익숙하다. 아니 테이크에만 촉을 세우는 사람들도 은근 많다. 대부분은 매너는 좋으나 선을 넘어 남을 도울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한다.
우리 회사에도 성격 좋고 매너도 훌륭한 분이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 자기 것은 잘 내어주지 않는 분이 계신다. 이분은 실력도 좋고 일도 정말 열심히 하는데, 이상하게 (인재 채용시) 최종합격까지는 되는데, 최종 입사가 안 되는 비율이 (다른 헤드헌터들과 평균적으로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안타깝다. 잘 보면 타인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아무것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그 삶의 태도가 이상하게 그 인생에도 녹아져 있다.
어떤 분은 성격도 좋고 일도 열심히 하는데 결정적으로 비릿한 면이 있다. 은근히 뒷담화에 숟가락을 얹고, 앞에서는 축복하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뼈를 깎는 질투를 드러낸다. 그런 분은 그 인생에 이상하게 비릿한 일들이 자꾸 생긴다. 이분은 10년 사귄 남자친구(실은 반 사기 로맨스 스캠 같은 사람)에게 최소 5억을 사업자금으로 주었다가 날릴 판이 되었다. 모두들 남자가 사기꾼이라 했고 중간에 바람도 피웠다고 한다. 앞얼굴과 뒷얼굴이 다른 비릿한 사람 곁에 비릿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우연일까?
또 한 분은, 고객사를 번번이 유치하지 못하는 금융권의 고스펙의 임원 출신인데 평소에 정말 짠순이 같다. 근데 강남에 살고 명품을 은근히 많이 착용하고 다닌다. 그분은 우리 회사에 와서, 지인들을 통해서 고객사를 유치하려고 방문해도 번번이 거절당했고, 자주 서운함과 화를 드러내곤 했다. 옆에서 보기에 참 안쓰럽다. 본인이 살아온 인생대로 타인들이 열매를 드러내는 것인데 말이다.
실은 일정 부분 영적으로, 또 육적으로 내가 심은 대로 거두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가족들은 조카뿐 아니라 가족일을 조율하면서 손해을 자처하고 감수하는 나를 걱정한다. 그때마다 나는 말한다. 시차는 있지만 하나님께서 다 채워주셔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이다.
진국이 빚은 많이 갚아 주어 현금 유동성이 가끔 빠듯해지지만, 나와 남편이 연애시절인 2~3년 전에 내 명의로 매입한 구성남의 S아파트는 벌써 8억이상 올랐다. 서울도 집값 떨어진다는데, 우리 아파트는 이번 달도 계속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
남편이 시부모님께 상속 받은 땅들 중 Z동 땅이 있다. 나와 연애하던 초기부터 갑자기 관광지 지정이 풀려 사유재산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30년 넘게 조용하던 땅이었는데, 그 땅 옆으로 올해 도로가 새로 지어지고 개발이 시작됐다. 그 땅 팔면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를 현금으로 살 수 있는 가치로 성장중이다. 남편이 조카를 돕는 일에 얼떨결에 동참해서일까, 그저 미소만 나온다.
천재와 결혼 전후로 이 사람, 저 사람 돕느라 실은 시간과 힘을 많이 소진했다. 이건 하나님이 아신다. 본업에 써야할 시간과 힘을 엉뚱한데 쓴 것 같아 걱정이 들려는 찰나였다. 오늘 오후에, 그 부사장님이 인재 소개가 필요하다면 (추가로 ) 소개해 주겠다며, 채용 프로젝트 10개의 JD(채용공고 같은건) 모두 달라고 하셔서 전달했다. 그리고 좀아까 유명 OO회사 임원급(상무)에 너무도 적합한 인재가 있다며 소개시켜 주시기로 했다. 느낌상 지원하면 최종합격할 것 같다, 이 정도의 확신이면 과반수 꼭 합격한다. 파이널 성사시 이 프로젝트 한 건만으로도 인센티브는 몇 천만원은 될 것이다.
*예고편
1.연애때, 시어머니의 유품이자 남편 천재가 선물로 주었던 손목시계를 작년 11월 잃어버렸다 올해 어린이 주일 되찾은 사건
2.외숙모 딸(나와 동갑)이 내 결혼행사 동참후 30여년만 교회에 다시 나온 사건, 을 다룰 예정입니다
*그림,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