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늘은 한층 두껍게
제 몸을 불리고
구름들은 모여
먹구름이 된다
머지않아 먹구름은
제 몸을 깎아
땅에 고이도록
쏟아져 내리겠지
우산, 우비 하나 없이
널따란 광야에 남겨진,
홀로 남겨진 나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다다른 이곳
정신은 차려보니
주위에는 그늘이라곤 없고
있는 것이라곤 오직 흙바닥뿐인 곳
이곳의 땅은 꽃을 피우지 못한다
이곳의 땅은 풀을 자라게 하지 못한다
이곳에서는 그 어떤 것도
품지도, 뿌리내리게 하지도 못한다
땅의 품에 안길 수도,
땅에 뿌리내리지도 못하는,
오롯이 홀로인 나
비바람에 쓸려가리라
흔적 하나 남김없이
이곳은 다시 본래대로
아무것도 없는 흙바닥뿐인 곳으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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