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 누워서
1
편집자라면, 편집한 모든 바카라을 성공시킨 편집자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아픈 손가락 같은 바카라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내게도 그런 바카라이 여럿 있다. 나는 늘 똑같은 열정과 태도로 일하는데 어떤 바카라은 잘 되고 어떤 바카라은 안 되는 걸 확인할 때 결과론적으로는 왜 그런지 이해하지만 사실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인정하기 어렵다. 단 하나 분명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내가 편집자라는 점이 별 변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의 장점은 마치 많은 타석에 들어서며 타율이 정상화(?)되는 타자처럼 결국에는 겸손해진다는 점이다.
2
지나치게 반강제로 겸손해지다 보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현타마저 맞이하게 되는데, 이는 겸손해질 줄 아는 자존감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충격을 얻고 나서야 비로소 생존 본능으로서의 바닥침을 통해 조금은 해소되는 것 같다.
나는 작년 연말 깊은 바닷속으로 서서히 가라앉는 중임을 느꼈고 올 초에 바닥침을 경험했고 그 반동과 살기 위한 발차기로 지금은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고 호흡을 되찾았다. 밝은 볕을 받으며 다시금 조금씩 헤엄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방탄의 #스윔 이 참 좋다.)
3
이런저런 좋은 소식들을 3, 4월에 수집했는데 그제의 한 통화는 설렘의 불씨에 제대로 불을 지폈다. 그것은 #어벤져스엔드게임 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펼친 손가락 하나와 같은 것이었다. 아팠던 손가락 하나가 전체를 구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호. 애초에 그 바카라을 기획했을 때 상상했던 시나리오의 가능성에 다시 불꽃이 닿은 느낌. 이럴 때의 나는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기에 꽤 신나는 모험이 될 것 같다.
다시 게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