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만 먹어서 되겠냐는 그 지겨운 말

byJLee


빵이랑 커피, 그것만 먹어서 되겠니?


시댁에 방문할 때마다 지겹게 듣는 레퍼토리다.


빵으로 배가 차겠니?

계란이라도 하나 먹어라!

사과는 어때? 달고 맛있는데~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다. 아침 식사는 늘 빵과 커피로 한다는 얘기를 최소 백번 이상은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댁에 올 때마다 매일 아침 싸운다.


2박 3일이면 2번, 3박 4일이면 3번, 새 아침이 밝으면 마치 그런 얘기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듯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어머니, 아부지이...

어제도 얘기했잖아요.

계란 안 먹을 거고요, 사과도 안 먹을래요.

빵이랑 커피만 먹어도 괜찮아요.

저희, 집에서도 맨날 이렇게 먹는다고요오.


그런데 가만, 이 익숙한 레퍼토리를 어디서 들었더라?


그래, 우리 집!

한국에 있는 친정을 방문할 때도 똑같은 싸움이 반복됐었지.


빵만 먹지 말고, 계란이나 사과라도 먹으라는 그 디테일마저 닮아있다.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안 통하는 양가 부모님이 같이 머리 맞대고 작전을 세우셨을 리는 없고, 마치 글로벌하게 적용되는 <빵만 먹는 자녀 훈육법>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처럼 똑같아도 너무 똑같다.


안 먹는다고요오오- 싸움을 주도하는 건 역시 시댁에선 남편, 친정에선 내 몫이다. 늘 예쁘게만 말하면 좋을 텐데, 변함없는 레퍼토리와 반복되는 싸움에 에너지가 떨어질 때쯤엔 "아, 쫌!" 같은 귀찮음과 짜증이 반반씩 섞인 좀 덜 예쁜 말이 나가기도 하기에.



그럼에도 나는 안다.


1년에 단 며칠, 우리와 함께 하는 그 기간만이라도, 계란 하나, 사과 하나 더 챙겨주고픈 마음은 그들의 사랑 표현이자 관심이라는 걸.


어차피 자기 집으로 돌아가면 지네들 하던 대로 하겠지 모르지 않으실 텐데도, 그 며칠 계란 하나, 사과 하나 더 먹는다고 뭐 얼마나 대단히 건강해질 게 아니라는 걸 아실 텐데도, 당신과 함께 하는 그 며칠만이라도 조금 더 잘 챙겨 먹었으면 하는 그 마음에, 기어이 한번 더 물어보는 거라는 걸.




그 고집이, 그 똥고집이 기어이 꺾였다.


이십 년 이상을 유지해 오던 내 아침 식단이 드디어 바뀐 것이다.


그 좋아하는 빵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어, 빵을 먹기는 하되 양을 반으로 줄이고, 삶은 계란이나 사과 반 쪽을 추가했다. 부모님의 무한 잔소리에는 끄떡없던 나도 어느 날 훅 닥친 건강 적신호에는 그 고집을 꺾을 수밖에 없었다.


평생 아침은 빵만 먹으며 살고 싶었는데,


계란이 좋네 사과가 좋네 하는 거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먹고 싶은 거 즐겁게 먹으며 사는 게 바로 최고의 건강식단이라고 우기며 살고 싶었는데,


소화력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고 느끼게 될 노년의 어느 날까지는 아침빵은 내려놓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막 마흔을 넘긴, 여전히 젊고 푸릇푸릇한 나이에, 생각보다 빨리 그 고집을 꺾게 됐다.



언젠가 이 얘기도 웃으며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