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보인다

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

by김세중

2026년 7월 24일 나는 한 분으로부터 뜻밖의 메일을 받았고 또 통화까지 했다. 내게 메일을 보내주고 전화까지 주신 분은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하태영 교수님이다. 나는 작년 어느 날 인터넷에서 옛 신문 기사를 하나 읽었다. 국제신문에 실린 그 글에 "어려운 법문을 고치지 않는 것은 법률가의 갑질이다. 한글 창제에 깃든 애민정신을 본받아 쉬운 소통이 가능한 법조문을 만들자.", "언어의 기본은 소통이다. 법 또한 국민과 쉽게 소통하도록 순화하는 것이 맞다."라는 대목이 있었고 이 글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법학자들 가운데에도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있구나 싶어 크게 감동했다. 이 글을 쓴 분이 바로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하태영 교수님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내가 낸 <당장, 6법을 교정하라>에 이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바카라을 교수님께 보내드리고 간단히 메일을 보냈다. 그랬더니 하 교수님이 메일을 보내주셨고 전화까지 하신 것이다.


메일을 받고 통화를 하기 전까지는 그저 신문에 실렸던 교수님의 글 몇 편을 읽었을 뿐인데 교수님이 보내준 다른 글들을 읽어보니 좀 더 분명하게 하 교수님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형법, 형사소송법의 문장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 참으로 많은 형사법 전공 학자들이 있을 텐데 왜 다른 학자들은 대체로 무관심하거나 침묵하고 있는데 이분은 이토록 절절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걸까. 이것이 내가 느끼는 의문이다. 같은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문제투성이인 법조문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외쳐야 마땅하지 않은가 말이다. 왜 대부분의 학자들은 낡고 틀린 법조문에 순응하고 받아들이고 있는데 왜 어떤 분은 간절하게 순화와 개선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는가. 물론 하 교수님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아도 내심으로는 하 교수님의 의견에 공감하는 법학자들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 반대로 아예 대놓고 개선 필요성을 부정하는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언어학을 전공했을 뿐 법학에 문외한인 필자는 여러 해 전부터 6법의 조문에 들어 있는 문법적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민법의 비문>,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라는 바카라을 낸 바 있고 이번에는 <당장, 6법을 교정하라>를 냈다. 그런데 하 교수님의 글을 읽어보니 나 이상으로 우리말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법조문이 이래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신념을 확인했다. 뜨거운 열정에 고개가 숙여진다. 교수님이 보내준 글에 공감이 가는 구절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특히 다음은 두고두고 음미할만하다고 여겨진다.


"...... 법치국가와 민주주의의 시작은 법률문장에서 출발한다.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고 적용하기 쉽고 법을 지키기 쉬우면 된다. 형사소송법은 처벌을 위한 절차법이 아니고, 인권을 지키기 위한 절차법이다. ......"


어찌 보면 누구나 수긍해야 할 이런 생각이 왜 현실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나. 왜 우리나라 6법 문장은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아리송한 문장으로 뒤덮여 있는가. 국어 문법에 맞지 않거나 일본어 오역이 곳곳에 들어 있어 읽는 이의 이해를 가로막고 있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는가. 왜 법률가들은 이런 현실에 대체로 무관심하고 입법권을 쥔 국회의원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있는가. 법은 국민이 몰라도 되고 법률가들만 알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닌가. 이런 의문을 늘 품고 지내 왔는데 하 교수님의 글을 읽고 통화까지 하고 보니 희망이 보인다. 힘을 모아야 한다. 여럿이 힘을 합쳐야 한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고 했다. 그 말을 믿는다. 2026년 7월 24일 나는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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