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12박 13일-part 1
몇십년 동안 서로 달리 살아온 우리
달라도 한참 달라 너무 피곤해
지금 나는 19년만에 이탈리아 피렌체에 와 있다. 내인생에 없을 것 같았던 '허니문'중이다. 그런데 왜 자꾸 <자두> 라는 그룹이 부른 '김밥'이라는 노래 첫소절이 생각나는걸까.
13일 기간을 잡고 떠나왔으니 오늘이 닷새째.
여행의 31% 정도 지난셈이다.
애초에 성향자체가 아예 다른 우리는 여행스타일도 다를 수밖에 없는데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대만에서 그 차이를 확연히 확인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막 돌아다니기보다 집에서 쉬는 집돌이라, 여행할때도 숙소에서 쉬거나 근교를 어슬렁거리는 취향의 여행자일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관광지는 모두 가봐야하는, 하루 스케줄을 빡빡하게 계획해두고 돌아다니는 J형 스타일의 빡빡한 여행자였다(와우!)
그럼 왜 집에서는 누워있는거야?
이왕 해외에 왔으면 최선을 다해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 가성비 투어가 기본이라는 게 그의 변이었다.
2주 정도 되는 이탈리아 신혼여행 플랜은 전적으로 그에게 맡겼다.
유럽은 처음인 그를 위해 그가 하고 싶은 일정 위주로 다니고 싶었다면 거짓말이고, 일정에 관여할 여유가 없어서 티켓예약부터, 기차예약, 에어비앤비와 호텔, 미리 예약해야 들어갈수 있는 관광명소 티켓 전부를 그가 담당해줬다 (내가 이 모든걸 다 했더라면 왜 나만해야하냐고 신경질도 내고 화도냈다가, 또 생색도 냈을텐데 이 모든걸 하는동안 그는 내 의견을 물어보는 것 외에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었다. 글로 풀어내며 복기하다보니 새삼 그 부분이 감사하게 다가온다;;)
그가 짠 스케줄을 여행 5일차가 되어서야 보게 되었는데 '대만에서의 스터디'덕분인지 나를 배려해서 빡빡한 일정은 하나도 없었다. 감사하게도.
그렇다면 이제 내가 그를 배려해야하는데, 이곳 멀리 날아온 이탈리아에서 그는 어떤 걸 하면 행복할까?
나는 걷거나 쇼핑하고 커피좀마시다 길거리에 앉아서 햇빛아래 바카라도 읽고 음악도 들으면서 그 도시의 바람과 공기를 느끼는걸 좋아하는데 그는 어떤 걸 좋아할까? 19년전 가난한 유학생 신분으로 당시 같이 영국에 있던 친구들이랑 이탈리아 번개여행을 왔을때 제일 좋았던 건 로마나 피렌체처럼 유명한 역사도시가 아니라 작은 소도시 <아시시>였다. 내가 만약에 다시 이탈리아에 오게 된다면, 그래서 한달살이 같은걸 할수있다면 그곳은 무조건 아시시일거라고 생각했을만큼 그 도시가 주는 평안함, 정겨움, 따뜻함이 좋았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19년전 나에게 아시시를 소개해준 친구 '동키녀석'에게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때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들을 이탈리아로, 프랑스로 데려다주고 가이드못지않은 가이드를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어 친구야. 지금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던데, 건강하고 행복하고 단란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트레비 분수에서 다시 이탈리아에 사랑하는사람과 오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19년만에 다시 오게 됐다. 트레비분수에 동전이 수십억 쌓이는 이유가 이런걸까? 19년이 걸렸지만 소원이 이루어지긴 이루어졌다 ㅎㅎ)
'핑프'라 불리우는 나는 친구들하고 여행을 갈때도 별다른 검색을 못하고 짐처럼 실려가곤했었기에 이번 여행에서도 관망자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업무적으로나 다른일에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데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왠지 모르게 소극적이다. 노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방안퉁수라서 제 나와바리를 떠나면 긴장해서인지, 잘 모르는 분야라 나서고 싶지 않은건지, 괜히 내가 주장해서 데리고간 곳이 별로가나 식당이 맛없으면 미안해하고 자바카라하는 스타일이라서인지 그 마음의 배경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차고 당당한 제니퍼 답지않게 여행에 있어서만은 언제나 소극적이다. 그런 내가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다가 가장 간편한 방법을 선택해보았다. 무언가 재미난 것을 제안할 수 없다면 최대한 그가 하고 싶어하는것을 동참해주는 방식으로 그와의 여행컨셉을 정하기로 한것.
아까 언급했던 우리의 첫 해외여행지 대만에서- 관람차 관광을 시작으로 빼곡히 잡아둔 그의 여행 스케줄이 버거워서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던적이 있다. 당연히 그는 취소해주었지만, 두고두고 후회했다. 몸이 귀찮아서 가기 싫어도 막상 가보면 눈물날만큼 감동적인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게 여행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푸꾸옥 여행에서 그걸 깨달았다. 친구들이 <kiss of the sea>라는 불꽃놀이를 예약했는데, 숙소에 돌아와서 쉬다가 다시 또 시내로 나가서 불꽃놀이를 보고 싶지 않았던 나는 어떻게 하면 숙소에 잔류할수있을까 머리를 굴리다가 어쩔수없이 친구들과 함께 동참했는데.....반전. 눈물을 펑펑흘리면서 그공연을 봤더랬다. 46년 인생 통털어 그때만큼 감격스런 불꽃놀이를 본적이 없다. 와, 정말 이래도 되나 전쟁이 났나 싶을정도의 불꽃이 하늘과 바다에서 끝없이, 정말 끝없이 펼쳐졌다, 가슴떨리는 퀸의 노래와 함께. (노래는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 퀸이었는지, 아니었는지....)
그때 이후로 결심했다. 여행지 동반지가 하자고 하는 것들에 초치지 않고 참여하면 뭐가됐든 경험으로 남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니 무조건 참여하기로! 그게 여행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안하고, 막상 현지에서도 그닥 도움이 안되는 핑프로서의 예의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언제나처럼 내 글은 본론으로 오기까지 서론이 길다. 길어서 죄송하지만 겨우겨우 본론으로 진입하자면 이만저만 위와같은 상황속에 기인하여 어제는 그가 해보고 싶은 일중 하나인 '자전거 타고 이탈리아 도시 구경하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새벽 한시부터 일어나서 평소 안하는 헤어+메이크업+드레스피팅 후 웨딩스냅촬영을 했던터라 몸이 너무도 무겁고 한발짝도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 내가 유일하게 함께 해줄수있는게 배드민턴과 자전거타는거니까 자전가 탐방이라도 함께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Ridemovi' 어플도 다운받고 (보험은 생략했다) 나름 복잡한 양식도 다 채우고, 5유로도 충전해서, 큐알코드를 찍고 자전거에 올라타려는데, 그 순간 너무도 큰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최대한 자전거 안장을 내려보고 또 내려봤지만 내게는 너무도 높았던 것.
가뜩이나 낯선나라에서 길도 모르는 이방인이 발에 땅도 안닿는 전기자전거를 탄다? 보험도 없이? 여행중에 괜히 리스크를 떠안고 싶지 않아서 깔끔하게 5유로를 포기했다. 지나가는 이탈리아노가 안장내리는걸 도와줬지만 '이미 최대치로 내려놓은 상태'라 별다른 도움을 줄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관광객에게 친절을 표현해주신 젠틀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함께 자전거 타고 도시를 둘러보겠다는 계획이 틀어지자 실망한 그는 0.3초간 살짝 화가 난듯했다. 나도 난감하다. 최대한으로 안장을 낮췄건만 다리가 짧은걸 어쩌란 말인가. 억울하다 억울해! 본인도 안타겠다고 30분 충전을 반나하겠다고 하길래, 나머지 5유로까지 포기하긴 아까우니 당초 계획대로 30분만 타고 와달라며 굳이 굳이 돌려보냈다. 아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숏다리가 없는건가? 최소안장이 최소안장이 아니다, 높아도 너무 높다.
"자기처럼 다리 짧은 사람들은 저런거 타야돼"
어린이 자전거를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다리 짧은것도 서러운데 아놔.
20~3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둘러보고 돌아온 그가 말하기를 이탈리아는 바이크 타기에 좋은 도시가 아니라는 것. 인도도 좁은데다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있지만 도로마다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니기에 위험하기도 하고 불편했다, 는 거다. 어쨌거나 같이 도시를 탐방하고 싶었는데 혼자 다녀와서 큰 재미는 없었다는 것.
어제는 비록 그가 원하는걸 해주지 못했지만, 우리에겐 새로운 오늘이 시작됐다. 오늘은 다르리!
오늘은 지오토(조토)의 종탑에 가는날. 19년전 두오모인줄 알고 올랐다가 두오모가 아니라 조토의 종탑이란걸 알고 허무했었는데 오늘은 알고 올라간다. 두오모성당은 개보수중이라 관림이 불가해서, 조토의 종탑에 오르기로했다. 사실 지금 묵고있는 피렌체 실비아의 숙소가 제일 꼭대기층이라 밤낮 새벽으로 아쉬울것없이 마음껏 피렌체 전경을 보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어젯밤 취소할까 했지만 조토의 종탑은 시간연기 불가, 취소불가! 모든것이 불가능했다. 취소하지 않고 경험해보는 쪽을 선택했으니 고고고~
피렌체에서의 이탈리아에서의 5일차, 피렌체에서의 3일차 여행을 시작해볼까나.
마지막으로 또 중요한 것은 한끼 식사의 소중함들. 왼쪽은 어제 쫄쫄굶다가 오후 2시쯤 아침겸 점심겸 저녁으로 먹은 고기한상이었고, 오른쪽 사진은 믿기 어렵겠지만 오늘아침 조식이다. 직접 만든 홍합계란탕에 크림스파게티와 야채 한가득, 그리고 고기&달걀후라이! 에이, 하나도 많지 않다. 헤비하지 않다. 이따 많이 걸을텐데! 모름지기 여행의 시작은 조식이랄까나ㅎㅎ
아버지가 물려준 집을, 테라피스트 실비아는 에어비앤비로 활용하고 있었다.
둘이 요리하기에 더할나위없이 좋은 주방동선과, 피렌체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는 주방 창문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모기가 종종있는데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모든 창문을 열어두고 불어오는 바람을 집으로 들여 싱그럽게 지냈다. <콜미바이유어네임>에서 앨리오와 올리버가 함께 보냈던 뜨거운 여름을, 잠시나마 체험중이다. 한낮에 온도가 30도까지 올라가는데 그때마다 엘리오 & 올리버의 뜨거웠던 여름이 저절로 떠올랐다. 여행중에 할일도 많은데 글감도 넘쳐 흘러서 의식의 흐름대로 글들을 자주 업로드 할생각이다.
그래도 우린 하나 통한게 있어
김밥, 김밥을 좋아하잖아
언제나 김과 밥은 붙어산다고 너무나 부러워했지
잘 말아줘 잘 눌러줘 밥알이 김에 달라 붙는것처럼 너에게 붙어있을래
날 안아줘 날 안아줘 옆구리 터져버린 저 김밥처럼 내가슴 터질때까지
우리 둘의 여행취향에서 공통점 하나를 발견했다.
줄서서 들어가야하는 맛집보다 집에서 요리해먹고, 와인한잔 하면서 조용히 편하게 식사하고 마시는걸 좋아한다는 걸.
그리고 조금 닭살돋는 문장이라 생략하고자 했으나 기록하자면,
이상하게 친구들과 가면 너무 좋았던 제주도도,ㅡ 대만도, 이탈리아도 그와 함께하면 그렇게 좋지가 않았다. 처음엔 여행스타일이 안맞아서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이탈리아에서 내린결론은 하나였다.
아름다운 풍경보다 그냥 그와 함께인게 더 좋다, 라는 것.
그와 함께라면 제주도 푸른바다도, 따뜻하고 친절함 가득한 대만도, 역사와 낭만의 도시 피렌체도 부수적인 배경이 될뿐이다.
p.s 글읽는 분들 너그러이 양해해주시길. just 신혼이며 도파민 유효기간이 아직 열흘이나 남았기 때문일수있다. 도파민의 유효기간이 예전에는 3년이라더니 요새는 2년이라고 했다. 유효기간이 며칠 안남았는데 만끽해야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