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하루

byna지윤서

금요일마다 마곡에 간다. 다시 녹음 봉사를 시작했기 때문인데, 이번에 봉사하는 곳은 마곡역에 위치한 점자도서관이다(이전에는 봉천역에 위치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녹음 봉사를 했다). 이전에 봉사하던 곳이 아닌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마곡에 '절친(절친한 친구)'이 살고 있어서다. 덕분에 친구를 매주 만난다.


그 친구에게서 얼마 전 놀라운 앱을 하나 소개받았다(내가 녹음을 하는 동안 친구는 문화교실에서 캘리그래피를 배운다). 이름하여 '감성공장'.


'감성공장'은 배경사진에 캘리그래피를 합성하여 감성적인 이미지나 카드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앱의 장점은 '구글 플레이'나 '앱 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법도 쉬워서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다는 것.


친구는 캘리 수업시간에 해본 거라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몇 개 보여주었다. 꽃을 배경으로 캘리를 앉힌 것도 있고 건물이나 바다를 배경으로 캘리를 앉힌 것도 있었는데 그중 시선을 확 끈 건 유럽의 어느 골목을 배경으로 캘리를 앉힌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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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대박!"


놀라는 내게 친구는 볼 만하냐고 물었다.


"볼 만하다 뿐이야? 너무 멋지다! 드디어 네가 찍은 사진이 빛을 보는구나."


친구는 해외에서 오래 살아서 이국적인 풍경 사진과 음식 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 사진들을 스마트폰에 잔뜩 쟁여 놓고만 있어 늘 안타까웠는데 그 사진들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는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친구는 나의 호들갑에 손사래를 쳤다. 그럴 정도는 아니라며.


그럴수록 나는 친구에게 더 열심히 바람을 넣었다. 아까운 사진과 손재주를 썩히지 말고 앱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보니까 성경말씀은 있는데 불경은 없네. 그러니 개척해 봐. 독보적일 수도 있겠다!"


불심이 깊은 친구를 떠올리며 나는 그렇게 열심히 바람을 잡았다. 친구는 알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캘리를 하지 않아도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내게도 실행해 보라고 권유했다.


친구의 권유에 따라 집에 돌아와 '감성공장' 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아 실행해 봤다. 먼저, 앱을 클릭해 들어가니 첫 화면에 배경사진과 캘리그래피를 선택할 수 있는 2개의 틀을 보여주는 화면이 떴다.


2개의 틀 중 배경사진을 선택할 수 있는 틀을 먼저 클릭했다. 배경사진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불러올 수도 있고 앱에 주어진 사진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되어 있었다. '감성공장'에 있는 사진은 22개의 주제어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연과 계절, 명언 등으로 다양했다. 나는 그중 '단풍'을 선택했다.


다음으로 선택할 것은 캘리그래피. 이 역시 자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글씨를 불러올 수도 있고 앱에 주어진 글씨를 선택할 수도 있다. 캘리그래피 주제어는 12개. 그중 '응원/격려'를 골랐다.


사진과 캘리를 모두 선택하고 나면 둘을 합성할 수 있는 화면이 뜬다. 여기서 '합성하기'를 누르면 선택한 사진을 배경으로 캘리가 중앙에 뜨는데 글씨의 위치는 검지로 좌우상하로 이동시킬 수 있고, 글씨의 크기는 엄지와 검지로 키웠다 줄였다를 할 수 있었다. 글씨의 색상은 화면 하단에 설정된 색상을 선택해 조정할 수 있다. 세부적인 사항은 스마트폰의 사진 수정 기능과 별반 다르지 않아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완성한 첫 작품. 바로 '달콤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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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마곡에 터를 잡은 것은 올해 초의 일이다. 이전까지는 미국에서 살았는데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해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들어왔다.


명절 때마다 남편과 함께 한국에 왔던 친구는 나이가 들수록 인생이 찰나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 친구를 만났던 중2 시절을 떠올리면 정말 40여 년의 세월이 한순간에 지난 듯하다.


그때의 우리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일찍 결혼해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살 줄 알았던 친구는 마흔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아이 없이 회로하고 있고, 독신의 삶을 살 줄 알았던 나는 스물아홉에 남편을 만나 아이를 둘도 아니고 셋을 낳아 살고 있으니 삶이란 참 오묘하기 그지없다.


오묘한 삶을 떠올리면 가까운 이들과 시비하며 살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생각은 친구도 다르지 않아서 육십 줄에 접어든 우리는 만나면 늘 시비하지 않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덕분에 친구를 만나고 온 날은 나를 돌아보고 시비심을 다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런데 '감성공장' 덕분에 이제 그 여유에 감성 한 스푼을 얹게 되었다.


'감성공장'을 알게 된 이후 우리는 자주 예쁜 카드를 주고받는다. 오늘도 나는 친구가 보내준 감성 충만한 선물로 하루를 열었다. 이 아침, 그 선물을 세상으로 내보낸다. "여러분은 참 예뻐요!"라는 외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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