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탄생석은 무엇인가요?

byna지윤서

탄생석에 대해 알게 된 건 20여 년 전, 아이들과 함께 이대자연사박물관을 방문하고서였다. 그곳에서 탄생석을 모아 놓은 전시대를 만났다. 그때 아이들은 너나없이 자신의 생일을 들먹이며 탄생석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집에 돌아와 탄생석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탄생석에 얽힌 거창한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고 각자의 탄생석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을 뿐이었지만 자신의 별자리를 알았을 때만큼이나 흥미로워했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이후 아이들은 자신의 탄생석을 어디선가 마주칠 때마다 어김없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손짓을 했다.


방학을 하고 3주간 외가에 다녀온 돌보는 아이와 나들이를 계획하며 이대자연사박물관을 계획에 넣은 것은 아이에게도 그런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자기네 가족의 탄생석과 우리네 가족의 탄생석에 흥미를 보였다. 전시대 유리창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탄생달과 탄생석을 찾아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다이아몬드가 얼마나 비싼 보석인지 모르는 아이는 자신의 탄생석이 다이아몬드라는 사실에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그보다는 엄마의 탄생석에 더 큰 흥미를 보였다. 아이 엄마의 탄생석은 내게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다. 마노. 아이는 엄마의 탄생석을 몇 번이고 소리 내 읊었다.


다음 날, 아이에게 탄생석에 대해 엄마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었냐고 슬며시 물었다. 아이는 보내준 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면서, 그런데 아빠의 생일을 잘못 알았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아빠 생일이 7월이 아니고 6월이래요."


박물관에서는 엄마, 아빠의 탄생석이 나란히 붙어 있다며 사진을 찍었는데 정작 아이 아빠의 탄생석은 마노 옆에 나란히 있던 루비가 아니고 그 아래 떨어져 있던 진주였던 셈. 탄생석 모두를 찍은 사진이 남아 있길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1월의 탄생석은 가넷이다. 가넷은 하나의 광물 이름이 아니라 화학 조성과 결정 구조가 비슷한 여러 광물의 집단을 가리킨다. 흔히 짙은 붉은색 보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등 매우 다양한 색을 띤다. 대표적인 종류로 알만딘, 파이로프, 스페사르틴, 그로슐러, 안드라다이트 등이 있다. 가넷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석류를 뜻하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붉은 가넷 결정이 석류알을 닮았기 때문이다. 가넷에는 오래전부터 여행자를 지켜 주는 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먼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가넷을 선물하는 풍습도 생겼다고 한다.


2월 탄생석은 자수정이다. 자수정은 별개의 광물이 아니라 석영(Quartz)의 보라색 변종이다. 미량의 철과 자연 방사선 등의 작용으로 특유의 보라색이 나타난다. 결정은 흔히 육각기둥처럼 성장하며, 수정 동굴이나 암석의 빈 공간 안에서 아름다운 결정 군집을 만들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수정이 술에 취하는 것을 막아 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자수정 잔으로 술을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는 믿음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3월의 탄생석은 아쿠아마린이다. 아쿠아마린은 베릴(Beryl, 녹주석)이라는 광물의 푸른색 또는 청록색 변종이다. 놀랍게도 5월 탄생석 에메랄드와 같은 광물이다. 다만 결정 속에 들어 있는 미량 원소가 달라 서로 다른 색을 띤다. 아쿠아마린은 비교적 크고 투명한 결정으로 자라는 경우가 많아 대형 보석을 만들기도 한다. 이름은 라틴어 'aqua(물)'와 'marina(바다의)'의 합성어로, 실제 색도 햇빛을 받은 옅은 바닷물과 닮았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선원들과 밀접한 보석이다. 선원들이 아쿠아마린을 몸에 지니면 바다가 잔잔해지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 전승이 있다.


4월의 탄생석은 다이아몬드다. 다이아몬드는 거의 전적으로 탄소(C)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탄소 원자들이 매우 단단한 결정 구조로 결합하면서 천연 물질 가운데 가장 높은 경도를 갖는다. 대부분 지구 깊은 곳의 맨틀에서 높은 압력과 온도 아래 형성된 뒤 화산 활동을 통해 지표 가까이 올라온다. 일부 다이아몬드는 수십억 년 전에 형성되었다. 다이아몬드의 이름은 그리스어 'adamas'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다. 의미는 '정복할 수 없는 것', '굴복하지 않는 것'.


5월의 탄생석은 에메랄드다. 에메랄드 역시 아쿠아마린과 같은 베릴(녹주석)이다. 하지만 미량의 크롬이나 바나듐 등이 아름다운 초록색을 만들어 낸다. 에메랄드에는 성장 과정에서 생긴 균열과 다른 광물·액체 등의 내포물이 비교적 흔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완전히 깨끗한 에메랄드는 매우 드물며, 내부의 독특한 내포물들을 프랑스어로 정원을 뜻하는 자르댕(jardi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메랄드는 고대부터 특별한 보석으로 취급되었다. 특히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에메랄드를 좋아했다는 이야기가 유명하다. 고대에는 에메랄드가 눈을 편안하게 하고 시력을 회복시킨다는 믿음도 있었다. GIA(미국 비영리 보석학 연구기관)에서도 과거 에메랄드가 눈의 질환을 치료한다고 믿었다는 기록을 소개한다.


6월의 탄생석은 진주다. 진주는 열두 탄생석 가운데 매우 특별하다. 일반적인 광물이 아니라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이 몸속에서 만들어 내는 유기질 보석이기 때문이다. 조개는 탄산칼슘 결정과 유기물로 이루어진 진주층을 차곡차곡 쌓아 진주를 만든다. 천연 진주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오늘날 유통되는 대부분의 진주는 사람이 핵 등을 삽입해 형성을 유도한 양식진주다. 고대에는 진주의 생성 원리를 알 수 없어 수많은 전설이 생겨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는 “신이나 천사의 눈물이 바다에 떨어져 진주가 되었다”거나 “달빛을 머금은 이슬이 바다에 떨어져 조개 속에서 진주가 되었다” 같은 이야기가 있다.


7월의 탄생석은 루비다. 루비는 코런덤(Corundum, 강옥)이라는 광물의 붉은색 변종이다. 주성분은 산화알루미늄이며, 여기에 미량의 크롬(Cr)이 들어가면서 붉은색을 띤다.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경도가 높다. 루비는 고대 사람들이 특별히 강력한 힘을 가진 보석으로 생각했다. 특히 미얀마 지역의 전승에서는 루비가 사람을 전투에서 보호해 준다고 믿어 단순히 몸에 지니는 것을 넘어 루비를 몸속에 넣기도 했다고 한다.


8월의 탄생석은 마노다. 마노는 아주 작은 석영 결정들이 모여 이루어진 칼세도니의 한 종류로, 여러 색의 층과 띠가 겹쳐 만들어 내는 독특한 무늬가 특징이다. 같은 모양의 돌을 찾기 어려울 만큼 무늬가 다양해 오래전부터 장신구와 조각품, 부적의 재료로 사랑받아 왔다. 고대에는 마노가 사람을 위험으로부터 지켜 주고 용기와 힘을 북돋우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기도 했다.


9월의 탄생석은 사파이어다. 사파이어 역시 코런덤(강옥)이다. 코런덤 가운데 붉은 것을 루비라고 부르고, 붉은색 이외의 것을 일반적으로 사파이어로 분류한다. 그래서 파란색뿐 아니라 노랑·분홍·초록·보라색 사파이어도 존재한다. 사파이어는 오랫동안 하늘의 색을 가진 보석으로 여겨졌다. 중세 유럽에서는 성직자와 왕족이 즐겨 사용했고, 푸른색 때문에 천국·진실·신성함과 연결되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사파이어를 지니고 있으면 거짓이나 배신을 막아 준다는 믿음도 있었다.


10월의 탄생석은 오팔이다. 오팔은 수분을 포함한 함수 실리카(hydrated silica)로 이루어진 보석이다. 일반적인 결정 광물과 달리 뚜렷한 결정 구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귀한 오팔에서는 미세한 실리카 구체가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빛을 회절시키는데, 이 때문에 보는 각도에 따라 빨강·초록·파랑 등의 색이 나타나는 유색효과(play-of-color)가 생긴다. 이는 옛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신비로운 현상이었다. 그래서 오팔에는 “루비의 붉음, 에메랄드의 초록, 사파이어의 푸름을 모두 가진 돌”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11월의 탄생석은 토파즈다. 토파즈는 알루미늄과 불소 등을 포함하는 규산염 광물이다. 흔히 황금빛 보석으로 생각하지만 자연에서는 무색·노랑·갈색·분홍·파랑 등 다양한 색으로 나타난다. 무색 토파즈를 처리하여 푸른색을 만드는 경우도 많다. 황금빛 토파즈 때문에 오래전부터 태양과 연결되었다. 중세 유럽에서는 토파즈가 분노를 가라앉히고 마법을 막으며 지혜를 준다고 믿기도 했다.


12월 탄생석은 터키석이다. 터키석은 구리와 알루미늄을 포함한 함수 인산염 광물이다. 구리가 특유의 파란색과 청록색을 만들어 낸다. 건조한 지역에서 구리를 포함한 암석이 오랜 시간 풍화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완전히 투명한 결정으로 산출되기보다는 암석의 틈을 채우거나 덩어리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터키석은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한 보석 가운데 하나로, 특히 여행자와 관련된 전승이 많다. 말이나 낙타를 타고 먼 길을 가는 사람이 터키석을 지니면 낙마나 사고로부터 보호받는다고 믿었다.


* 보석 관련 내용은 GIA 문서를 인용한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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