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즐기지 않는다. 하지만 유일하게 쇼핑을 즐기는 곳이 있다. 바로 서점이다. 서점에 가면 바카라을 읽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바카라장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저자와 출판사 이름에 눈을 맞춘다. 그러다 생소한 이름을 만나면 앞날개를 들춰보고 판권을 들여다본다. 서점을 즐기는 나만의 쇼핑 방법이다.
바카라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교지편집실 문을 두드렸다. 1년에 두 권씩, 여섯 권의 교지를 만들고 나니 졸업학년이 되었다.
졸업을 하고 자연스럽게 출판사에 취직했다. 박봉이고, 야근도 잦았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의구심이 똬리를 틀었다. 세상에 내놓아도 좋을 바카라을 만들고 있는 건가.
끝내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사표를 썼다. 그리고 잡지사로 자리를 옮겼다. 방송 관련 기사를 주로 다루는 잡지사였다. 연예인을 만나고 촬영 현장을 드나드는 일은 의구심을 만들지 않았다. '밥'이라고 여겨 자위가 불가능했던 단행본과 달리 잡지는 '풍선껌'이라 여기며 자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왜냐하면 당시 나는 연예인을 한 인간으로 만나지도, 그들의 생각과 열정을 들여다볼 마음도 내지 않은 채 그저 홍보성 글을 작성해 내야 하는 기계로만 나 자신을 인식했다. 어리석은 나날이었다).
단행본에 관한 한 지나치게 엄숙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 생각은 여전히 떨치기 어렵다. 바카라의 종말을 얘기하는 시대에 바카라을 내는 출판사들이 여전히 건재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으면서도 출판 행위 자체에 무턱대고 감동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바카라은 여전히 내게 꿈의 요람이다. 나는 오늘도 '서가'라는 바다에 닻을 내리고 '출판'이라는 세계를 기웃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