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하나로 개정의 핵심과 취지를 모두 파악하실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일단, 개정 배경은 ‘창업자에게 과도했던 부담은 법으로 걷어내고, 계약 구조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다’는 것.
- 기존은 주식을 얼마에 사는지(거래 조건 – 주식을 사는 거래 자체)와, 투자 후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주주 간 약속 – 투자 이후의 관계)가 뒤섞여 있었음. 비유하자면 기존 방식은 아파트 '매매계약서'와 '관리규약'을 한 장에 써놓은 것과 같음
- 투자가 이어질 때마다 새롭게 투자계약서를 작성하는데 주주간계약서까지 매번 딸려오니,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의 권리가 충돌하는 일이 잦았음
- 이에 분리형에서는 투자 라운드마다 SPA만 새로 쓰고, SHA는 전체 투자자가 함께 갱신하도록 함. 다수 투자자 간 권리 정리가 구조적으로 깔끔해짐
과거에는 회사가 계약을 위반하면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와 연대해서 투자금을 물어내는 '포괄적 연대보증' 구조가 흔했음. 성실하게 경영하다 사업이 안 돼 폐업해도 창업자 가계가 무너지고, 재창업의 길이 막히는 문제점이 있었음
이에 2025. 12. 30. 개정 벤처투자법(제52조 등)이 이를 법률로 금지했고, 2026년 표준계약서(SHA 제18조)가 이를 반영함.
새 구조는 이러함. 창업자(이해관계인)가 회사 의무에 연대바카라임을 지는 경우는 딱 4가지 사유로 한정. ①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투자금을 납입하게 유도한 경우, ② 진술과 보장이 거짓으로 확인된 경우, ③ 투자금을 약정된 용도와 다르게 쓴 경우, ④ 계약을 어기고 창업자가 주식을 무단 처분한 경우.
그리고 여기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요건이 하나 더 붙음. 단순 과실로는 연대바카라임을 지지 않게 됨. '내 잘못이 있을 때만, 그것도 중대한 잘못일 때만 바카라임진다'는 것.
다만 오해하면 안되는 것이, 창업자 고유 의무(경업금지, 주식 처분 제한, 상환 협력 의무 등) 위반에 대한 본인 바카라임은 그대로 남음. 사라진 것은 회사 잘못을 개인이 무조건 뒤집어쓰는 구조이지, 창업자의 바카라임 자체가 아니라는 점 유의.
투자계약에는 회사가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이 있음. 문제는 투자자가 10곳이면 10곳 전부의 동의가 필요했다는 것. 단 한 곳만 반대해도 유상증자, 정관 변경, M&A 등을 못하게 되어. 사실상 모든 투자자가 각자 거부권(veto)을 보유한 것과 같은 구조였음. 실무상 투자계약 분쟁의 상당수가 바로 이 동의권 위반에서 발생함.
2026년 표준안(SHA 제5조)은 두 방향으로 손질함.
① 투자자 의결권 주식 총수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전원 동의로 간주하는 집합적 동의권을 기본으로 채택.
② 동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 자체를 과거 계약 대비 대폭 축소함. 예컨대 스톡옵션은 발행주식총수 10% 이내라면 별도 동의 없이 부여할 수 있고, 투자자 인수단가보다 높은 가격의 유상증자는 동의사항에서 제외하는 협의도 가능.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취지.
동의가 필요한 사항과 협의만 하면 되는 사항도 명확히 구분
▪ 동의사항(투자자 2/3 동의 필요): 정관 변경, 증자·주식관련사채 발행·스톡옵션 부여, 합병·분할·해산 등 조직 변경, 특수관계인 거래, 자회사 설립
▪ 협의사항(사전 협의 후 결과 통지): 대표이사 선·해임, 자산총계 5% 이상 거래, 임직원 급여 20% 이상 인상, 사업계획과 현저히 다른 사업 착수, 외부감사인 변경
위 구분에 따라, 동의사항 위반은 곧바로, 협의사항은 3회 이상 협의 없이 진행한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아래 5번) 발동 사유가 됨
벤처투자에서 가장 널리 쓰인 방식은 상환전환우선주(RCPS)였음. 전환권(우선주를 보통주로 바꿀 권리)에 상환권(회사에 투자금을 되갚으라고 할 권리)까지 결합된 형태.
이번 개정판은 상환권을 뺀 전환우선주(CPS)를 기본 권고안으로 제시하고, 상환권은 필요할 때만 붙이는 옵션으로 함. 상환은 어차피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이익이 나지 않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상환권은 실효성은 낮으면서 창업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조항이었기 때문.
리픽싱(전환가격 조정) 관행도 창업자에게 유리해짐.
리픽싱이 뭔지부터 쉽게 보자. 투자자가 주당 1만 원에 투자했는데, 회사 사정이 나빠져 다음 투자를 주당 5천 원에 받게 됐다고 하자(이렇게 회사 몸값이 떨어진 상태의 후속 투자를 '다운라운드'라 함). 먼저 비싸게 들어온 투자자 입장에선 손해를 본 셈이니, "내 투자 단가도 낮춰줄 테니 그만큼 주식을 더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한 장치. 결국 그 늘어난 주식만큼 창업자 지분은 줄어듦
관건은 두 가지. ①조정 단가를 얼마나 끌어내리느냐(조정 방식), ②그 계산에 회사 주식을 어디까지 넣느냐(계산 범위). 개정안은 둘 다 창업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꿨다.
① 조정 방식: Full Ratchet → 가중평균
기존 실무는 투자자의 단가를 새 가격으로 통째로 끌어내리는 방식(Full Ratchet)이 많았다. 위 예라면 1만 원이 그대로 5천 원이 되면서 투자자 주식 수가 2배로 뛰고, 창업자 지분은 급격히 깎임. 더 큰 문제는, 새 투자가 1억이든 100억이든 조정 폭이 똑같다는 점. 규모를 전혀 따지지 않으니 소액 다운라운드에도 창업자가 과도하게 손해를 봄.
개정안은 이를 지양하고, 새 투자의 규모까지 반영하는 가중평균방식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적은 금액이면 조금만, 큰 금액이면 많이 조정하는 구조.
② 계산 범위: 좁게(Narrow) → 넓게(Broad-based)
가중평균으로 조정 단가를 구하는 공식에는 '회사의 총주식 수'가 들어가는데, 이 총주식 수를 크게 잡을수록 조정 폭이 완만해져 창업자가 유리함. 그런데 이 '총주식 수'에 무엇까지 넣느냐가 또 갈림. 예전엔 실제로 발행된 주식만 세는 좁은 방식(Narrow-based)이 흔해 총주식 수가 작게 잡혔고, 그만큼 조정 폭도 커졌음. 개정안은 여기에 스톡옵션·전환사채처럼 나중에 주식이 될 잠재 주식까지 모두 포함하는 넓은 방식(Broad-based)을 기본으로 함. 총주식 수가 최대한 크게 잡히니 조정 폭이 가장 완만해지고, 창업자 지분이 가장 덜 깎임.
정리하면, 같은 다운라운드를 맞아도 창업자가 잃는 지분이 구조적으로 크게 줄어들도록 표준계약서가 개선된 것.
투자자는 결국 IPO나 M&A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기에, 계약서에는 늘 기업공개 조항이 들어감. 문제는 이 조항이 ‘언제까지 상장하라’는 강제의무처럼 쓰여, 상장이 늦어지면 곧바로 계약 위반 시비가 붙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
2026년 표준안(SHA 제11조)은 이를 노력의무로 명시함. 즉 결과(상장)를 보장하는 의무가 아니라 합리적 노력을 다할 의무임. 회사가 상장 요건을 사실상 충족하고도 특별한 이유 없이 절차를 밟지 않을 때에만, 투자자가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 서면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됨. M&A 제의가 오면 성실히 협의할 의무도 함께 규정됐지만, 이 역시 '체결 의무'가 아닌 '협의에 응할 의무'임
창업자 보호가 강화됐지만, 해설서에서 ‘주주간계약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 조항’이라 부르는 주식매수청구권(SHA 제15조)은 여전함.
회사나 창업자가 계약을 위반하면(진술보장 위반, 투자금 용도 위반, 동의권 위반, 경업금지 위반 등), 투자자는 자기 주식을 회사 또는 창업자 개인에게 되사가라고 청구할 수 있음. 매수가격은 합의가 안 되면 ① 투자원금 + 연 12% 수준의 이자(이율 자체는 계약마다 협상으로 정함), ② 최근 1년간 최고 거래가격, ③ 회계법인 2곳 평가액 평균 이렇게 셋 중 가장 높은 금액.
특히 창업자 개인에 대한 청구는 서면이 도달하는 순간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간주됨. 연대보증은 사라졌지만, 고의·중과실로 계약을 위반한 창업자에게는 여전히 개인 재산으로 감당해야 할 무거운 제재가 작동한다는 뜻임. ‘보호는 성실한 창업자에게, 제재는 신뢰를 깬 창업자에게’ 이것이 개정판의 일관된 설계 철학이라고 볼 수있음
개정 해설서는 창업자 관점에서 집중 검토가 필요한 부분(주의)/조건 확인이 필요한 부분(유의)/ 형식 확인이 필요한 부분(점검) 이렇게 구분을 해 둠. 창업자 입장에서 어느 부분을 내 상황에 맞게 검토해야 하는지 구분하기 수월해 짐
극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최대 난제는 기업가치 산정임. 하여, 실리콘밸리는 아래와 같이 ‘지금은 가치를 정하지 않고 투자하고, 다음 라운드의 가치평가에 따라 지분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만듦
-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지금 돈을 먼저 넣고, 나중에 정해진 사건이 생기면 주식으로 받기로 하는 약속. 빌려준 돈은 아니기 때문에 보통 만기나 이자가 없고, 회사가 일반 차입금처럼 원금을 갚아야 하는 구조도 아님. 다음 라운드 투자가 들어오면 그때 정해지는 주식 가격을 기준으로, 미리 투자한 위험을 반영해 보통 할인율이나 밸류에이션 캡을 적용받아 주식으로 전환됨.
- 컨버터블노트(CN): 형식은 일단 빌려준 돈, 즉 사채임. 그래서 만기와 이자가 존재. 다음 라운드 투자가 열리면 SAFE처럼 주식으로 바뀔 수 있지만, 끝내 전환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회사가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점이 다름.
문제는 이 방식을 우리 법으로 그대로 들여올 수 없었다는 것. 대법원은 '신주 발행은 상법이 정한 방법과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계약서에 '나중에 주식으로 바꿔준다'고 써두는 것만으로는 효력이 없었음
이에 벤처투자법이 SAFE에 대응하는 조건부지분투자, 컨버터블노트에 대응하는 조건부지분전환사채를 법률상 제도로 도입했고, 이번 개정판에 표준서식과 해설이 수록됨. 다만 아무 요건 없이 허용한 것은 아니고, 기존 주주 보호를 위해 ① 기존 주주 전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② (이런 계약은 법인등기부에 나타나지 않아 후속 투자자가 모를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사실의 고지의무를 계약서에 반영하도록 함. 극초기 기업에게 법적으로 안전한 신속 조달 수단이 생긴 것이고, CPS·RCPS·CB(전환사채)·BW(신주인수권부사채)까지 포함해 이제 어떤 투자방식이든 표준 문안에서 출발할 수 있게 됨.
이번 개정이 말하는 것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성실한 창업자는 두텁게 보호하고, 투자자의 정당한 권리는 더 명확하게."
연대보증 폐지와 CPS 기본화, 집합적 동의권은 창업자의 부담을 덜었습니다.
반면 진술과 보장, 주식매수청구권, 위약벌 체계는 오히려 정교해졌습니다.
표준계약서는 출발점이지 정답이 아닙니다. 라운드 단계, 지분 구조, 투자자 성격에 따라 조정할 지점이 반드시 있고, 특히 ? 주의 등급 9개 조항은 회사마다 유불리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투자 유치를 앞두고 계시다면, 서명 전에 꼭 전문가와 함께 조항별로 짚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