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록(懺悔錄)

윤동주

byJaeyoon Kim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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