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외할머니 보고 싶어요~~
노년으로 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은 참 다양하다.
거울을 볼때야 말모이고..
밖에서 돌아와 소파에 몸을 뉘일때나
버스 좌석에 착석할때, 앉아 있다 일어날때
에구에구 소리가 절로 나거나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일이 엄두가 안 날 때..
뭐 세는 것이 무의미한 상황이지만..-.-;
요즘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
90년대 초반.
친할머니, 외할머니께서 집에 오시면 난 믹스 커피를 타서 드리곤 했다.
두 분 모두 그 커피를 참 맛있게 드셨다.
손녀가 드리는 커피 한 잔이 좋으셨던 것도 같고
무엇보다 그 시절 어른들께 믹스커피는 뭔가 특별하고 낯선 음식이었던 것 같다.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신기한 소리가 들려왔다.
두 분 다 , 한 모금 넘기실 때마다
으음~
혹은
하~
이런 소리를 자동으로 내셨다. 감탄사인듯 신음소리인듯
성격도 생김새도 다르신 두 분이 똑같이 내시는 그 소리를 들으며
아! 노인분들은 커피 드실 때 이런 소리를 내시는구나.
속으로 그랬던 것 같다.
그로부터 35년은 흐른 시점에
생뚱맞게도 난 그 소리를 들었다.
얼마전 캡슐커피 기계를 들인 날. 매우 기대를 하며 커피를 내린 후
라떼를 만들었다. 커피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리곤 한 모금 딱 넘기는데..
으음..하~~~
바로 그 소리가 났다.
냈다가 아니라 났다! 가 정확하다.
순간 꽤나 놀라버렸다;.
아마도 노인분들이 내는 소리라고 기억하던
그 소리를 내가 내고 있어서였던 것 같다.
솔직히... 그럴 것이다.
노인이 되어간다는 자각 저 아래에는
일종의 수치심이 배어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따로 긴 말을 하게 될 것 같아서 패쓰하고 ㅎㅎ
그 보다는 먼저...그 소리를 내는 순간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들이 많이 생각났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를 돌봐주셨던 두 분.
음. 하!
소리를 내시며
커피를 드시는 그 모습이 참 귀여우셨던 두 분...
근사한 카페에서 두 분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대접해드렸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
ㅠ
할머니..
보고 싶고 달려가 안아드리고 싶어요.
다시 뵐때까지 잘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