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된 기업 시장
AI로 업무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런데 회사의 이익은 늘지 않았다. 고객은 일이 쉬워진 만큼 납품단가를 낮춰달라고 한다. AI 이용료와 시스템 운영비도 새로 생겼다. 생산성은 높아졌지만 그 과실은 다른 기업이 가져간다. AI 시대에 기업이 마주할 수 있는 역설이다.
지금의 AI 열풍을 이해하려면 기술의 성능만큼 이익이 흘러가는 방향을 봐야 한다. 같은 AI를 사용해도 어떤 기업은 성장하고 어떤 기업은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위로 올라가는 기업과 아래로 밀려나는 기업이 갈라지는 ‘K자형 시장’이다. 핵심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AI가 만든 가치를 누가 자신의 이익으로 남기느냐에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이미 이런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OECD가 2026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벤처투자액의 61%가 AI 기업에 들어갔다. AI 투자 중에서도 1억 달러를 넘는 대형 거래가 약 73%를 차지했다. AI라는 큰 흐름 안에서도 자금은 고르게 퍼지지 않았다.
수혜 기업을 반도체 회사로만 생각해서는 시장의 절반만 보는 셈이다. AI를 가동하려면 데이터센터와 전력망이 필요하다. 연산능력을 빌려주는 클라우드도 있어야 한다. 사내 데이터를 연결하는 시스템과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중요하다.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할수록 접근권한을 관리하고 행동을 감시하는 보안의 역할도 커진다. 이 가운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기업은 AI 활용이 늘어날수록 반복적인 매출을 확보할 기회를 얻는다.
그렇다고 AI를 공급하는 기업만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월마트는 AI를 기존 사업에 연결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고객의 상품 탐색을 돕고 판매·재고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 담당자의 판단을 지원한다. 월마트는 ‘트렌드 투 프로덕트’라는 AI 도구를 활용해 의류의 기획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기간을 약 6개월에서 6~8주로 줄였다고 밝혔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것은 모델의 성능보다 기술이 연결된 지점이다. 고객은 원하는 상품을 더 쉽게 찾는다. 직원은 데이터를 찾고 정리하는 시간을 줄인다. 기업은 시장의 변화에 더 빨리 대응한다. AI를 고객 경험과 현장의 운영에 연결해야 생산성 향상이 사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K자의 아래쪽으로 밀려날 위험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기존의 수익모델이 흔들리는 경우다.
번역과 단순 콘텐츠 제작처럼 작업시간이나 투입 인력을 기준으로 비용을 받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AI로 같은 일을 더 빨리 끝내면 청구할 수 있는 금액도 줄어들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고객이 지불할 가치와 가격체계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는 같은 기술을 구입하고도 활용 수준에서 뒤처지는 경우다.
경쟁사는 AI로 재고와 불량을 줄이는데 우리는 홍보문구를 만드는 데만 사용한다면 격차는 벌어진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데이터의 상태와 업무절차다. 기록이 흩어져 있고 시스템이 연결되지 않으면 AI도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 먼저 업무를 바꾸며 쌓은 경험은 비슷한 AI를 구독한다고 곧바로 따라잡을 수 없다.
셋째는 AI를 도입하고도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경우다.
정액요금으로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고객의 AI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급한다면 이용이 늘수록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협력업체가 AI로 작업기간을 줄였는데 발주기업이 그만큼 단가를 낮춰도 마찬가지다. 기술을 잘 쓰는 능력에 가격 결정권과 거래조건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AI 시대의 경쟁력은 기술 도입과 사업구조를 함께 봐야 한다. 절감한 비용을 누가 가져가는지 살펴야 한다. 고객과의 관계는 누구에게 남는지도 중요하다. 외부 플랫폼의 이용료가 오를 때 다른 서비스로 옮길 수 있는지도 따져야 한다. 업무가 편리해진 대가로 핵심 데이터와 협상력을 잃는다면 장기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투자를 충분히 받지 못한 기업에도 선택지는 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고객이 실제로 돈을 지불하는 핵심가치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사업 가운데 AI가 대체할 부분과 AI로 강화할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이후 반복적인 문의 대응이나 재고관리처럼 효과를 확인하기 쉬운 업무부터 개선할 수 있다. 작은 성과로 확보한 자금을 다음 개선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데이터 정리와 직원 교육에 필요한 비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이 보는 지표도 달라져야 한다. AI 도입 건수와 사용자 수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고객의 대기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봐야 한다. 오류와 불량은 감소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모델 이용료와 운영비를 빼고도 이익이 남는지 계산해야 한다. 직원이 아낀 시간이 실제 고객 만족과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조직의 평가방식도 함께 바꿔야 한다. AI로 보고서 작성시간이 줄었는데 보고서만 더 많이 만들게 한다면 생산성 향상은 잡무 속으로 사라진다. 확보한 시간을 고객 문제 해결과 제품 개선에 쓸 수 있어야 한다. AI를 활용해 더 좋은 판단을 내리고 업무방식을 개선한 사람을 인정해야 한다. AX는 회사가 일하고 판단하며 돈을 버는 방식을 바꾸는 경영혁신이다.
산업정바카라 역시 이런 관점이 필요하다. AI 인프라 투자가 중소기업의 데이터 정비와 현장 활용으로 이어져야 한다. 인프라 공급기업의 성장이 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으로 저절로 번지는 것은 아니다. 기술을 공급하는 역량과 현장에서 활용하는 역량을 함께 키워야 한다.
2027년에는 AI에 투입한 자본을 실제 성과로 설명하라는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인프라 기업은 투자에 걸맞은 수익을 증명해야 한다. AI를 활용하는 기업은 고객가치와 현금흐름의 개선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K자의 위쪽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래의 위치까지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AI가 만든 생산성의 과실을 자신의 사업에 남기는 능력이다. 더 빨라진 업무가 더 나은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고 그 가치가 다시 회사의 이익과 투자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AI 시대의 경영은 바로 그 연결을 설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