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흔히 AI가 직업을 대체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실제 개발자 채용을 중단하고 심지어 인력 감축까지 하는 테크 기업들 사례와 마케팅, 고객상담, 디자인, 통번역, 영상편집 등의 영역에서 AI가 보여준 놀랄만한 성과는 해당 직업을 AI가 대신할 수 있다는 포비아(Phobia)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정말 이게 사실일까?
실제 해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는 AI 도입과 함께 콜센터, 고객상담, 마케팅, 콘텐츠 작성과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의 화이트칼러 직군에서의 감원과 채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한, 빅테크 기업과 영화 미디어 기업, 소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특정 직무의 인력들을 줄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시나리오 초안 작성이나 편집 보조, 재고관리와 데이터 분석, 리서치, 매뉴얼 작성 등의 업무들이 AI로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사례로 AI가 직업을 없앤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정확하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기업 현장의 상황은 AI가 직원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지 직업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즉, 특정 직무를 하는 직원의 수를 줄이고 있다. AI가 그 업무를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 잘하는 직원이 그 AI를 Agent로 고도화해 여러 명의 동료와 함께 해야 하는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프로그래밍이나 고객상담, 마케팅, 디자인, 리서치 등의 업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던 직원들을 대체하는 것이다. 여전히 직업은 있다. 단, 그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Agent를 이용해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독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신규 채용은 갈수록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미 해당 업무의 오랜 업력을 쌓은 시니어가 Agent를 이용해 업무를 더 잘 빨리 많이 처리함으로써 동료도 필요없을 뿐더러 신입사원은 더 필요없어지게 된다. 실제 국내 기업들도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으며 기업에 입사해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해야 하는 신입사원과 주니어들의 입사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그것이 AI가 가져다 준 냉혹한 현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직업이 영원히 유지될리는 만무하다. 자율주행차의 성능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무인자동차가 실제 도로에 등장하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나르는 서빙로봇도, 커피를 타주는 바리스타 로봇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즉, 3년 후 그리고 5년 더 지나 10년이 흐르면 실제로 사라져가는 직업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실제 AI로 인해 사라지게 될 직업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AI로 인해 실제 사라지는 직업은 단순히 반복 업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핵심은 그 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예외 상황 없이 데이터와 규칙으로 처리될 수 있는가에 있다. 업무 절차가 표준화되어 있어 고객의 요구가 예측 가능하며, 결과에 대한 바카라임 소재가 비교적 낮아 사람의 신뢰나 관계 형성이 덜 중요한 직업일수록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운전, 접수, 단순 상담, 정형화된 번역, 반복적인 콘텐츠 제작, 기초 데이터 분석처럼 입력과 출력이 명확한 일들이 먼저 영향을 받게 된다.
반대로 살아남는 직업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바카라임져야 하는 일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며, 고객의 감정과 맥락을 읽고 윤리적 판단과 최종 바카라임을 져야 하는 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특정 직업 이름에 있지 않고 그 직업 안에서 AI가 대신할 수 없는 판단력과 바카라임감 그리고 현장 감각을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단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AI는 직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실력 차이를 빠르고 냉정하게 드러내게 한다는 점이. 그래서, 일잘하는 사람과 일 못하는 사람의 간극을 극대화해서 일 못하는 사람들을 일자리에서 내쫒게 만든다. 우리 슬롯는 이렇게 도태되어가는 상당수의 노동자들을 어떻게 슬롯에 기여하며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지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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