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몰 고집하면 망하고, 오픈마켓만 믿으면 호구 잡힌다

식음료 대기업들이 뼈저리게 깨달은 '채널 착각'의 진실

by조인후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자사몰'과 압도적인 유입을 보장하는 '오픈마켓'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식음료 시장에서 정반대의 채널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남양유업 강일성 차장과 하이트진로음료 박성주 과장의 선택은 상이했다. 하지만 치열한 수싸움 끝에 다다른 결론은 결국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되었다. 바로 "고객이 어디서 최종 구매를 결정하는가"였다.


판매처 늘리기가 아니라 역할 나누기


박성주 과장은 채널이 다변화될수록 단순히 판매처를 늘리는 것보다 각 채널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채널에서 동일한 상품과 가격, 이벤트로 승부하면 채널 간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경쟁이 발생하고, 특정 플랫폼에 대한 매출 의존도만 높아진다. 이 경우 플랫폼의 노출 정바카라이나 수수료율 등 거래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브랜드 전체가 휘청이게 된다.


이에 따라 박성주 과장은 오픈마켓을 신규 고객 확보와 대규모 수요를 즉각 매출로 전환하는 창구로 정의했다. 반면 자사몰은 고객 데이터와 깊은 관계성을 축적하며 신제품 및 신규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실험실로 삼았다. 박성주 과장이 정의한 채널 정비란 판매처를 축소하는 작업이 아니라, 채널별 취할 이득과 분산할 리스크를 명확히 계산하는 과정이다.


Max Summit 2026,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한편 강일성 차장은 온라인 채널은 '많이'가 아닌 '잘' 운영해야 하는 시대라고 보았다. 특히 식품 카테고리는 이미 주요 플랫폼을 중심으로 고객의 구매 여정이 강하게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브랜드를 위해 고객을 별도로 유인하기보다는, 고객이 이미 모여 있는 길목에서 극대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강일성 차장이 검색부터 결제까지 한 호흡으로 이어지는 네이버와 쿠팡을 핵심 전략 채널로 삼은 이유다.


같은 오픈마켓이라도 접근 방식은 세분화된다. 네이버는 고객이 검색과 비교, 리뷰 확인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브랜딩 강화 및 라이브 커머스를 통한 신제품 알리기에 적합하다. 반면 쿠팡은 필요한 상품을 신속하게 찾아 로켓배송으로 수령하는 일상적 구매 패턴을 보인다. 따라서 반복 구매와 편의성 강화에 중점을 둔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채널에 따라 고객이 기대하는 바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강일성 차장의 핵심 제언이다.


진로토닉몰이 내놓은 세 지표


박성주 과장이 공개한 지표의 핵심은 '단단한 재구매 구조'였다. 2026년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가운데, 최근 매출의 60%가 재구매 고객에게서 나왔다. 재구매 고객의 객단가 역시 신규 고객보다 30% 높았다.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광고비로 신규 고객을 계속 유입시키는 구조가 아니라, 한 번 방문한 고객이 다시 돌아와 더 큰 금액을 결제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었음을 의미한다. 박성주 과장은 최근 월 단위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서는 시점이 나타나며 수익성 면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Max Summit 2026,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그는 자사몰을 키운 목적이 단지 단순한 판매 채널 하나를 추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 관계와 향후 전략의 주도권을 직접 쥐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자사몰의 가치는 명확하다. 고객 데이터를 직접 축적하고 독자적인 테스트 권한을 얻으며, 특정 플랫폼 의존도에서 벗어나 관련 노하우를 조직 내부의 자산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캠페인의 목적에 맞춘 랜딩 페이지 설정도 다르게 가져간다. 예를 들어 '테라 제로'와 같이 대규모 매스미디어 광고를 집행할 때는, 광고를 접한 고객이 회원 가입이나 번거로운 탐색 없이 즉시 결제할 수 있도록 오픈마켓을 랜딩 채널로 활용한다. 반면 자사몰에서는 전용 패키지 구성, 밀착형 CRM, '진토닉' 캐릭터를 활용한 게이미피케이션 등 자사몰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오픈마켓의 데이터 한계와 SEO라는 우회 전략


강일성 차장은 오픈마켓이 지닌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픈마켓은 자사몰에 비해 데이터 접근성이 떨어져 고객 행동 패턴을 다각도로 분석하거나 세밀한 전략을 설계하기 어렵다. 하지만 오픈마켓이 보유한 압도적인 트래픽과 시장 영향력이 명확한 만큼, 실행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여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했다.


강일성 차장이 선택한 전략은 수집 가능한 범위 내의 데이터를 촘촘히 활용하는 것이었다. 퍼포먼스 광고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신규 고객 비중과 재구매율 등 확인 가능한 지표를 기반으로 프로모션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또한 고객 리뷰와 CS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수집해 상품 기획 및 개선에 즉각 반영했으며, 검색 엔진 최적화(SEO)를 꾸준히 강화하여 고객의 검색 접점을 정비했다.


그 결과, 별도의 외부 유입 광고나 CPA(성과당 비용) 광고를 집행하지 않고도 검색량과 신규 고객, 재구매 고객이 동반 상승했으며 매출 역시 전년 대비 75% 이상 성장했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 브랜드스토어 전체 매출 기준으로 2026년 7월까지 최근 1년간 7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강일성 차장은 2026년에 접어들며 매달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ax Summit 2026, ⓒ비즈니스 스토리텔러 조인후


일괄 타깃팅에서 '초개인화 맞춤 제안'으로


"AI 개인화를 어느 영역부터 우선 적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두 사람 모두 동일한 접점을 꼽았다. 바로 CRM 메시지다. 박성주 과장은 진로토닉몰이 웹 기반으로 운영되는 특성상, 정기 프로모션 중심의 일괄 발송형 CRM 비중이 높았던 한계를 인정했다. 향후 전용 앱을 구축하여 고객의 실시간 행동 데이터에 기반한 자동화 타깃 메시지 구조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상품을 조회하거나 장바구니에 담아둔 이탈 고객에게 맞춤 메시지를 보낼 때, AI를 통해 구매 가능성이 높은 타깃과 타이밍을 정밀하게 포착하는 방식이다. '양적 발송'이 아닌 '정확도'에 집중하는 셈이다.


강일성 차장의 진단 역시 궤를 같이했다. 향후 CRM 전략의 승패는 '발송량'이 아닌 '정확도'에서 갈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현재는 프로모션 집중 시기에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일괄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으나, 실제 고객층은 단백질 음료, 커피, 분유 등 구매 목적과 주기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문제는 오픈마켓 채널 중심의 구조에서는 자사몰 대비 데이터 수집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점이다. 강일성 차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적 연동이 가능한 외부 전문 솔루션 업체들과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며, 2026년 하반기 공식 론칭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선택이 통하지 않는 세 가지 전제 조건


두 사람의 성공 사례를 모든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세 가지 현실적 조건이 존재한다.


첫째는 경영진의 시간표와 기다림의 어조다. 세션 중 가장 솔직한 진심이 드러난 대목이다. 박성주 과장은 자사몰이 단지 유행을 따라 구축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채널이 아니며, 단순한 '개설'보다 지속적인 '생존'이 훨씬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경영진이 자사몰을 단기 매출 지표로만 평가할 경우, 이미 거대한 트래픽과 고객층을 확보한 오픈마켓과 비교당하며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박성주 과장은 자사몰이 왜 필요한지, 어느 정도의 투입 비용과 학습 기간을 감내할 것인지에 대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기다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몰 담당자가 현업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실제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둘째는 조직의 운영 체력과 실무자의 증명이다. 현재 진로토닉몰은 박성주 과장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고객 유입, 콘텐츠 기획, CRM, 물류, 시스템 개발, 데이터 분석 등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채널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박성주 과장 스스로도 실무자가 경영진에게 무작정 "기다려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인정했다. 자사몰에서 신제품을 선제적으로 테스트해 유의미한 시장 반응을 브랜드 조직에 전달하고, 수집된 리뷰와 VOC를 품질 및 물류 개선으로 연결하여 회사 전체가 자사몰을 지속해야 할 명분을 실무자가 직접 증명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전략의 유효기간과 시장의 변화다. 강일성 차장은 불과 2년 전 다른 발표 자리에서 어트리뷰션 툴과 미디어, CRM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 자사몰 중심의 브랜드 성장 전략을 피력했던 경험을 솔직히 고백했다. 그렇기에 지금 오픈마켓 중심 전략을 논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도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마케터에서 MD로 직무를 전환한 뒤 실제 현장 데이터를 깊이 들여다보니, 식품 카테고리에서 고객이 최우선으로 갈구하는 가치는 전혀 달랐다고 했다. 소비자는 검색의 용이성, 신속한 배송, 익숙하고 간편한 결제 경험을 훨씬 중요하게 여겼다. 기업 내부의 기조가 일정할지라도, 시장과 고객의 행동 양식이 바뀌면 채널 전략의 정답 역시 끊임없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고객의 다음 클릭


모든 기업이 동일한 정답을 좇을 필요는 없다. 브랜드의 체급과 제품 특성, 고객의 실제 구매 여정이 저마다 다르다. 강일성 차장은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다른 브랜드의 외형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고객이 가져갈 '다음 클릭'의 향방"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주 과장의 제언 역시 같은 맥락이다. 본질은 자사몰 보유 여부가 아니라, 자사의 상품과 고객, 비용 구조에 최적화된 채널을 선별했는가에 달려 있다. 나아가 자사몰 운영이라는 사실 자체에 안주하기보다, 그 역할과 투자 대비 효율을 지속적으로 증명해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생 및 후발 브랜드를 향한 조언 또한 실용적이었다. 강일성 차장은 초기부터 모든 채널에 진입해 다 잘하려 하기보다, 단 하나의 핵심 채널에 집중하여 확실한 성공 경험을 먼저 만들라고 권했다. 거기서 얻은 노하우를 타 채널로 확산하는 편이 전체 성장으로 이어진다. '자사몰이냐, 오픈마켓이냐'라는 이분법적 선택에 매몰된 브랜드가 흔히 놓치는 순서가 바로 이것이다. 채널은 목적지가 아니라, 고객이 이미 걷고 있는 길 위의 한 지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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