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M교육연구소 연구보고서 26-31
본 보고서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이 발간하는 인터넷 월간지 [지금 서울교육]의 2026년 10월호 칼럼 집필을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할 목적으로 문헌 및 사례 조사를 진행한 연구보고서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이주배경학생의 급증에 대응해 온 과정은 각국의 역사적·슬롯적 맥락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공통적으로 주류 슬롯로의 빠른 동화(Assimilation)와 단일 공용어 습득에 치중하는 정바카라적 경향을 나타냈다. 20세기 중반 이후 다문화 슬롯 진입을 경험한 호주, 프랑스, 미국, 독일, 캐나다 등은 초기 다문화 교육 체계 수립 과정에서 이주배경학생의 문화적·언어적 다양성을 보완해야 할 결핍(Deficit)으로 규정하고, 공교육 체계 내 적응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였다.
미국의 초기 다문화 교육은 20세기 중반 이민자 자녀들을 주류 영어를 사용하는 백인 중심 슬롯에 적응시키기 위한 제2언어로서의 영어(ESL) 중심 보충 수업으로 구체화되었다. 다양한 민족적 배경을 가진 인구 유입에도 불구하고 당시 교육 정바카라의 기저는 용광로(Melting Pot) 관점에 기반하였으며, 이는 이주배경학생이 기존의 언어적·문화적 정체성을 뒤로하고 미국 주류 슬롯의 가치관과 언어 규범을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프랑스는 공화국적 보편주의(Universalism)와 세속주의(Laïcité) 원칙에 따라 모든 학생을 단일한 프랑스 공화국 시민으로 양성하는 강력한 동화주의 모델을 고수하였다. 1960년대와 1970년대 노동 이민자 자녀의 유입이 급증하자 프랑스 정부는 1975년부터 전국에 '이민자 자녀 학교적응을 위한 정보센터(CEFISEM)'를 설치하고 모국어로서의 프랑스어(FLM) 교육을 강화하였다. 이는 소수자 집단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기보다는 공공교육을 통해 차이를 소거하고 단일한 공화국 질서 내로 통합하려는 목적을 가졌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정주형 이민 국가들 역시 정착 초기에는 유로센트릭(Eurocentric) 교육과정에 기반하여 이주배경 학생 및 원주민 학생들에게 서구적 교육 방식을 일방적으로 적용하였다. 호주의 경우 20세기 후반까지 주류 언어인 영어 능력 부족을 학업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보고, EAL/D(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or Dialect) 학생들을 별도의 보충 학습에 배치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독일 또한 1970년대 구서독 시기 이주노동자(Gastarbeiter) 자녀의 유입에 대응하여 이들의 조기 독일어 습득과 공교육 진입을 도모하였다. 그러나 당시 독일 정바카라은 이주배경 아동을 언어적 보완이 필요한 임시 거주자로 전제하였기에, 언어 능력이 미숙한 학생들을 별도의 특수학교나 낙제 프로그램으로 배치하는 등 구조적 분리 교육을 초래하는 한계를 보였다.
이러한 초기 선진국들의 다문화 교육 체계는 공용어 중심의 인프라 구축에는 기여했으나, 학생이 가진 모국어와 문화적 자산을 부정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주배경학생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방적 적응 요구는 학업 중단, 정체성 혼란, 주류 학생과의 격차 심화라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초기 동화주의 다문화 교육은 20세기 말에 이르러 거센 학술적·정바카라적 비판에 직면하였다. 가장 핵심적인 비판은 학교 현장이 이주배경학생의 언어적·문화적 배경을 학습의 자산이 아닌 고쳐야 할 결함으로 취급하는 결핍 관점(Deficit Approach)에 빠져 있다는 점이었다. 주류 언어와 문화만을 정답으로 간주하는 교실 환경은 소수자 학생들에게 심리적 위축과 정체성 붕괴를 강요하며, 궁극적으로는 이들의 학업 성취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었다. 제임스 뱅크스(James A. Banks) 등 다문화 교육 학자들은 기존 교육과정이 소수 집단의 역사와 문화를 단편적 행사로만 다루는 수준에 그쳐 슬롯적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였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글로벌 다문화 교육은 이주배경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소수자 적응 교육에서 비이주배경 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 대상의 상호문화교육(Intercultural Education)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였다. 이 전환의 핵심은 다양성을 통제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교실 전체의 창의성과 시민성을 향상시키는 교육적 자산(Asset)으로 재정의한 데 있다. 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은 다문화 역량이 미래 슬롯를 살아가는 모든 학습자에게 필수적인 핵심 역량이라는 점에 합의하고, 교육과정 전반에 상호문화적 이해와 비판적 사고 능력을 통합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교육적 변화는 글로리아 래드슨-빌링스(Gloria Ladson-Billings)와 제네바 게이(Geneva Gay)의 문화응답교수법(Culturally Responsive Pedagogy, CRP)을 거쳐, 장고 파리스(Django Paris)가 제안한 문화지속교수법(Culturally Sustaining Pedagogy, CSP)으로 진화하였다. 문화응답교수법이 학생의 문화적 배경을 수업의 매개체로 활용하여 학업 성취를 돕는 데 집중했다면, 문화지속교수법은 소수자 집단의 언어적·문화적 정체성을 지속해서 유지·발전시키고 주류 문화와 대등하게 공존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한 상호문화주의(Interculturalism)는 단희적 문화 존중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 간의 대화, 상호작용, 그리고 공동체적 재구조화를 강조함으로써 단방향 통합의 한계를 극복하는 이론적 기틀을 제공하였다. 이로써 글로벌 다문화 교육은 주류 슬롯로의 일방적 동화를 요구하던 관점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문화적 배경을 가진 모든 학습자가 서로의 차이를 교류하며 공존하는 다원적 교육 생태계 구축을 지향하게 되었다.
최근 세계 각국의 다문화 교실에서는 상호문화주의와 문화지속교수법을 현장에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혁신적인 교육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이주배경학생에게 모국어 사용을 금지하고 공용어만을 강요하던 단일언어주의(Monolingualism)에서 벗어나, 학생이 가진 모든 언어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트랜스랜귀징(Translanguaging) 페다고지가 주목받고 있다. 오펠리아 가르시아(Ofelia García) 등에 의해 체계화된 트랜스랜귀징은 다중언어 화자가 상황에 맞게 자신의 언어적 스펙트럼 전체를 자유롭게 교차하여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사고 및 의사소통 행위를 의미한다.
최신 다문화 교실에서는 수업 중 이주배경학생이 자신의 모국어로 개념을 먼저 이해한 후 이를 공용어로 확장하거나, 이중언어 텍스트를 활용해 비판적 글쓰기를 수행하도록 장려한다. 이는 언어 장벽으로 인한 학습 결손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다중언어 능력을 높은 수준의 고차원적 인지 자산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체계적인 기능언어학(SFL) 장르 교수법과 결합된 트랜스랜귀징은 이주배경 학생이 학술적 담론을 구성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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