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by흐를일별진




87년생.

한국 나이로는 마흔, 개정된 나이로는 아직 서른여덟.

글의 서두에서 나이를 밝히는 이유는 누군가에겐 안도를, 누군가에겐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다. 때로 타인의 경험이 생각보다 괜찮은 자극이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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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성 경험이 생기고 난 이후부터 아주아주 꼼꼼하게 관리했다. 여성의 만성 질환 중 하나인 질염 예방부터 보습 관리까지 했으니, 지금보다 훨씬 더 부지런했다. 괜찮은 산부인과를 찾아 한 달에 한 번 질 스케일링도 받았다. 질 스케일링이란 생리 후 남아 있는 잔 혈을 청소하고 자궁 경부의 청결 유지에 도움을 주는 시술. 여성 청결제는 외음부를 관리하는 게 최선이었으니 안팎으로 관리하기 위한 열정이었다고나 할까. 그때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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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흔한 문제 중 하나는 자궁 근종으로 인한 수술이다.

앉아서 일할 때 극단적으로 앉아 있고 그러지 않을 땐 극단적으로 서서 일하는 직업. 무엇보다 사람, 일 다방면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직종이었기에 많은 언니들과 동기들, 후배들이 자궁 근종으로 인해 수술했다. 사실 나라고 거기서 안전했겠냐마는... 앞서 말한 '나는 꾸준히 자궁과 Y존 관리를 한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되레 문제가 됐다.


결과적으로 30대에 들어서면서, 나는 산부인과에 아예 발길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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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올해.


우스갯소리로 더 늦기 전에 임신하고 출산을 해야 한다 말하면서, 정작 부인과 검진은 생각도 못했던 어느 날. 생리통이 심각하게 터졌다.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라 약을 먹으러 일어나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다. 한 번도 이 정도의 통증이 있었던 적은 없었기에 겁이 났다. 그러나 문제는? 그달은 진통제를 때려먹고 넘겼다는 것.


약 2달 뒤, 우측 하복부가 콕콕 쑤시고 불편감이 심해졌다. 생리 중엔 불편감이 더 강해졌다.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다. 혹시 몇 달 전부터 사용한 탐폰의 문제인가. 언젠가부터 탐폰 착용 후의 하복부 압박감과 불편감이 심해졌는데 그 문제인가. 그러고도 몇 주가 더 지난 어느 날, 골반 쪽이 욱신거리는 통증에 핫 팩 없이는 잠들기 어려움을 깨닫고 서둘러 부인과 검진을 예약했다.


6월이었다. 한 해가 반이나 지난 무렵이었다.


내 자궁에서는 총 4개의 근종과 1개의 낭종이 발견됐다. 근종은 왼쪽에 3개 오른쪽에 1개. 문제가 된 낭종은 나를 불편하게 했던 위치인 우측 하복부에 있었다. 낭종의 크기는 7cm. 의사 선생님과 나 사이를 가린 베이지색 천 너머로 그녀의 짧은 탄식이 들렸다. 그날,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하고 겸사겸사 가다실9 1차 접종까지 받고 나왔다. (이 이야기를 하면 몇몇 이들은 30대엔 가다실 맞아도 소용없다고 하는데... 병원에 가서 들은 바는 미혼 여성이라면 지금 맞아도 효과는 있다고 했다. 안 맞는 게 문제지. 카더라는 듣지 말고, 병원에 가서 직접 확인하자!)


자, 아무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 덜컥 겁이 나긴 했다. 첫날 바로 세브란스 병원과의 연계 진료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러나저러나 수술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임신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난소를 살리고 가임력을 보존하는 방향의 수술과 관리가 필요했다. 이 모든 게 공포였다.


그다음 주, 다시 병원에 들러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모든 결과는 음성. 다만 종양 표지자 수치가 좀 높게 나왔는데 그건 생리 전후, 혹은 근종에 의한 일시적인 부분일 수도 있다고 했다. 낭종도 악성은 아닌 상황이라 (난소암 저위험군) 의사 선생님은 세브란스 병원의 난소 보존 수술에 일가견이 있다는 분을 소개해 주었다. 그 자리에서 병원 예약까지 잡아 주셨는데 마침 그 주에 취소 자리가 나와서 극적으로 예약 완료. 들어보니 그 교수님 진료는 몇 달을 기다려야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런 걸 보고 불행 중 다행이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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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병원까지 다녀온 결과, 진단명은 자궁내막증.

그동안 생리통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통증이 정확히 자궁 내막증의 증상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 찰나에 스쳐 간 후회는 단 하나였다. 아... 산부인과랑 친하게(?) 지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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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자궁내막증이 흔한 질병이라는 말에 1차 위안. 그리고 내 경우, 수술 엔딩이 아니라는 점이 2차 위안. 교수님의 말에 의하면 근종은 아무것도 아니고 (관리 가능) 낭종의 경우는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데 수술해도 재발률이 높으므로 오히려 꾸준한 추적 관찰이 더 나은 상황이라 했다. 진짜 쉽고 이해가 잘 되게 설명해 주셨는데 기억나는 건 이 정도.


내 치료법은 디에잔 정을 3개월 동안 꾸준히 먹고 3개월 뒤 추이를 확인 후, 통증이 잡히지 않거나 다른 문제가 생길 경우에만 수술이 아닌 시술을 하는 방향 (이해하기로는 곶감 말리듯이 말려버리는)으로 결정됐다. 디에잔 정을 제외, 추가로 자궁내막증을 관리할 수 있는 보조제로는 레스베라트롤을 추천받았다. 결국에는 약물 엔딩. (아! 먹고있는 이노시톨이 있어서 이노시톨은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 먹는 것만 다 먹고 새로 살 필요는 없다는 답변을 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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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디에잔 정을 먹은 지 딱 1주일 정도가 지난 시점. 딱히 부작용이랄 건 없다. 부정 출혈 같은 것도 없고. 다만, 아직 하복부 통증은 간헐적으로 있는 편인데 꾸준한 관리가 답이라니 편히 마음을 먹고 있는 중. 현재 먹고 있는 영양제 및 치료제를 정리하면 이렇다.


오전 공복

실크 아미노산 탄 물 200ml + 비피더스균 1알

디에잔 정 1알


점심 식후

미네랄 원액 5방울 탄 물 500m

비타민 D 드롭 2방울 탄 물 + 장용성 오메가3 1알, 레스베라트롤 1알

비타민 C 3000 가루 탄 물 500ml + 비타민 B 2알


취침 전

식초 5ml 탄 물 300ml (음용 후 맹물로 입 헹구기) + 칼마디 1알



잘됐다고 생각한다.


일어나는 일에 이유 없는 게 어디 있겠는가. 더 늦기 전에 확인한 게 어딘가 싶다. 적어도 정확하게 내 상황을 알고 관리할 수 있으니,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그런 의미로 이번 일의 이유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이 분명하다.








조금 걱정이 되는 건, 자궁 내막증을 앓고 있는 여성의 경우 난임률이 높다는 것. 사실, 그래서 진지하게 난자 냉동을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교수님께 추천받아) 세브란스 병원 내 가임력 보존 상담까지 잡아놓은 상태. 어차피 할 거면 마음먹었을 때 할 수 있는 걸 전부 다 해봐야지 싶다. 불안하고 무섭지만 어쩌겠어. 이미 일어난 일인 걸. 그럴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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